[EU정책] 디지털 유로, 시작도 전에 실현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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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정책] 디지털 유로, 시작도 전에 실현성 흔들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9.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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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B 핀테크 정책, 공공vs 민간 금융권 이해 충돌 가능성 지적돼

최근 유럽연합 의회(European Parliament, 이하 EU의회) 산하 경제 위원회(Economic Affairs Committee)가 디지털 유로화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해 향후 EU 시민들의 편의와 보호를 내세웠던 의도에도 불과하고 유로 통화의 디지털화 개발 사업의 미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Photo: Unsplash+Rodion Kutsaiev
Photo: Unsplash+Rodion Kutsaiev

9월 첫 주 월요일인 4일, 디지털 유로화 사업 관련 중간 경과보고 및 청문회에서 마르쿠스 베르버(Markus Ferber) 유럽 의회 의원는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EU 중앙은행(이하 ECB) 집행이사회 이사와 나눈 질의문답에서 디지털 유로화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EU 내 도입은 득 보다 실이 클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유럽정책뉴스 사이트인 유랙티브가 전했다.

EU 위원회(EU Commission, 이하 EU 委)는 지난 2023년 6월 15일 룩셈부르크에서 여러 EU 회원국 소속 재정부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디지털 유로화 법안 제정을 제안하고 가까운 미래에 유로화 현금과 나란히 EU 내 금융권에 투입·통용될 디지털 통화의 법적 테두리를 토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각국 장관들은 또 EU의 디지털 유로 통화를 단지 ECB 중앙은행 업무 효율에 봉사하는 민간 은행간결제(interbank settlement) 용도 — 일명 도매 CBDC(wholesale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넘어서 전(全) 일반 EU 회원국 내 모든 시민들의 기초 지불 및 상거래 활동에도 포괄적으로 사용되는 리테일 디지털화된 통화(currency)를 발행하는 확대 안도 논의했다.

ECB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열린 디지털 유로화 프로젝트 경과 보고서(ECB 2022a, 2022b, 2023)를 통해서 디지털 유로화를 리테일 은행업계 차원으로 도입시킬 의도와 계획을 분명히했다.

♢ 디지털 유로 도입까지 정책적 장애 요인

최근인 8월 10일 스위스 베른 대의 시릴 모네(Cyril Monnet) 경제학 교수와 디르크 니펠트(Dirk Niepelt) 교수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줄여서 CEPR, 영국 런던)가 발행하는 VOX EU 사이트의 칼럼에서 유럽연합 중앙은행의 디지털 유로화 계획은 시작부터 무산될 수 있는 사생아나 다름없다고 논평했다.

모네와 니펠드 두 교수는 ECB가 내세운 디지털 유로화 구축 원칙에는 이미 디지털 유로화의 실패의 씨앗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당초 ECB가 디지털 유로를 개발하기로 한 원칙은 다음 3가지다. 1) 해외 빅 테크 기업의 결제앱들이 유럽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견제해 리테일 결제 사업 분야에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보호하고, 2) EU 시민들을 자국 및 해외 주택 대금 지불 과정에서 당할 수 있는 부정/부당 임차료 피해로부터 보호하며, 3) 현금 거래량 감소 추세에 대비한 안정적 디지털 통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ECB의 디지털 유로화 계획안에는 현재 유럽 시장내 영업 중인 기성 시중 소비자 은행과 민간 금융·결제기관 — 가령, 신용카드 사 — 의 사업 모델이 고려된 공공-민간 부문 간 상생 전략이 상실돼있다는 점이다.

유럽 대륙권 금융업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유럽인들의 소비 및 결제 행태의 대 변혁을 경험했다.
가령, 팬데믹 발발 이후 현금 소유와 거래를 압도적으로 선호해 온 유럽인들이 비접촉 결제로 전환하는 추세가 늘면서 고객의 지로송금, 은행 간 자금이체, 카드 및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한 지불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유럽권 소비자 은행들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무럭무럭 성장 중인 유럽 내 비접촉 결제 시장. 자료: Global Market Insights
무럭무럭 성장 중인 유럽 내 비접촉 결제 시장. 종이 현금의 물리성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거래 익명성 보장을 이유로 유럽인들은 지금도 현금을 선호하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카드나 결제 앱을 이용한 스마트 지불 방식을 선호하다. 자료: Global Market Insights

예를 들어, 2017년 자료를 이용 2019년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 시중 은행들이 결제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수료 수입은 총 영업 매출의 17%를 차지했으니 현재 그 비율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공공 대 민간 간 결제 시장 경쟁? — 신속 결제와 금융 비밀 보장이 관건

문제는 유럽의 시중 은행들이 이처럼 수익성 좋은 결제 서비스 사업 분야를 ECB가 제공하는 전자 디지털 화폐 시스템으로 넘겨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디지털 유로의 시중 결제 시장으로의 도입은 곧 민간 금융기관들에게는 원치 않는 경쟁에 따른 수수료 인하와 수익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럽 시장에 진출해있는 글로벌 거물 테크기업들의 스마트 결제앱들 — 구글 페이, 애플 페이, 페이팔, 레볼루트  등 — 은 ECB의 디지털 유로화 출시 계획에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 않는 눈치다.

해외로부터 온 스마트 결제앱과 테크 기업들은 이미 시중 유럽 은행들과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어 직접 타격에서 안전하다 보는 때문이다.

ECB 주도의 디지털 유로 통화가 도입될 경우 유럽 중앙은행이라는 공공 금융 조직과 시중 운영 중인 민간 금융기관 사이의 공공민간 간 경쟁 구도가 우선적으로 형성될 것임을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시중 민간 금융권의 기성 위상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ECB가 디지털 유로화 구축의 기초 3대 원칙이기도 하기 때문에 ECB의 디지털 화폐를 이유로 한 민간 금융권 끼어들기는 자가당착이다.

이번 디지털 유로화 개발 프로젝트 중간 점검 보고회에서 드러난 ECB의 통화 정책이 앞으로 어떤 논의, 절충, 타협을 거친 규제안으로 EU 의회와 각 국가별 당국들의 합의를 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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