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유럽 혁신 이슈] 21세기 디지털 산업에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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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유럽 혁신 이슈] 21세기 디지털 산업에서 살아남는 방법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2.06.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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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지원 하 산업부분 간 협업
- 美-中 양대 테크 주도국과 차별화

유럽의 각국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성장 엔진인 첨단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테크 헤게모니 속에서 독자적인 혁신 노선을 개척하는데 한창입니다. 막대한 투자자 펀딩을 배경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거물 IT 업체들이 주도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테크계, 중국 정부의 투자와 자금조달로 조직적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인터넷 빅 테크 기업들 상대로 유럽이 글로벌 테크 주도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그 같은 질문에 유럽의 산업계 주요 인사들은 1) 정치가들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 2) IT- 제조업-에너지 기업 간 협력, 3) 美-中 양대 테크 주도국과 차별화된 테크 부문과 노하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獨 보쉬-SAP-에온이 AI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유
보쉬(Bosch), SAP, 에온(Eon) 등 독일의 유수 기업들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수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컨소시엄을 협약을 체결했다고 獨 유력 경제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가 6월 15일 보도했다.

독일 산업계의 기업, 연구소, 협회는 AI 기술 패권 선점 경쟁에서 독일은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환기하기 위해 독일 ‘LEAM 이니셔티브’ 개념문서를 발표했다.

바이에르(Bayer), 보쉬(Bosch), 컨티넨털(Continental), Eon, SAP, T-Systems 등 기업들이 포함된 LEAM 이니셔티브는 유럽 정치권 및 정책입안자들의 지원을 촉구하고 독일을 포함한 독일어권과 유럽이 독자적 디지털 자율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형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는 슈퍼컴퓨터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거물 테크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놀라운 역량을 지닌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개발에 한창인 가운데, 그에 대적할만한 IT 기술을 보유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독일 산업계의 절박함이 외면화된 움직임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Image: Google Imagen
Image: Google Imagen

가죽 재킷과 카우보이모자 차림으로 해변가에 서있는 페르시아고양이, 로켓을 타고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인간의 뇌, 나폴레옹 군복을 입고 손에 치즈를 들고  있는 나폴레옹 고양이 - 이 모두 일반적인 인간의 두뇌가 자연스럽게 연상하기 어려운 초현실주의 환타지 만화처럼 기괴하지만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라면 능숙하게 조합해내는 결과물이다.

예컨대, 구글이 개발한 이매젠(Google Imagen)은 텍스트-이미지 확산 모델(text to image diffusion model) AI 딥러닝 이미지 합성 기술은 그같은 시각화 업무를 자연스럽게 실행한다. 구글 이매젠에 텍스트 정보를 입력하면 사진 같은 초사실적 이미지 합성물로 전환시킨 결과물을 출력해 낸다.

이 같은 기술은 최근 장족의 진보를 거듭하는 AI  기술의 빙상의 일각에 불과하다. AI 시스템은 입력된 정보에 따라 시 쓰기, 기사 작성,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 웹사이트 디자인 등을 혼자서 해낼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수준에 와있다. 구글 AI 엔지니어인 블레이크 르모인(Blake Lemoine)은 최근 구글의 AI 람다 AI(LaMDA AI)의 프로그래밍 언어 모델은 이미 지각력(sentience)을 갖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AI 뉴럴 네트워크는 1,750억 매개변수 혹은 노드 규모로 전산 프로그래머들이 입력한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활용해 배경에서 작동한다. 위키피디어에서 인터넷 상의 디지털화된 책과 잡지 등에서 추출된 텍스트 약 570 기가바이트 분량의 지식이 입력돼 있는데 이는 성서 38만 권과 맞먹는 분량이다.

현재 AI 수퍼컴퓨터는 영어와 만다린 표준 중국어 두 언어로만 작동한다. 구글 이매젠 같은 초대형 뉴럴 네트워크 시스템의 절대다수는 미국 실리콘 밸리와 중국의 거물급 IT 기업과 연구소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 EU, e-처방전 시스템 도입 앞두고 실효성 시험 돌입
유럽 연합 내 국가들이 e-처방전(e-Prescriptions) 제도의 본격적인 실시를 앞두고 일부 국가들의 의료 당국들이 실효성 시험에 돌입했다고 유로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e-처방전 제도가 일반화되면 환자들은 이제까지 의사가 종이로 써 주는 처방전을 약국에서 제출할 필요 없이 의료 네트워크에 저장된 전자 처방전 만으로 EU 회원국 내 약국에서 약품을 구입 및 픽업이 가능하게 된다.

전자 처방전 시스템 구축은 EU가 지난 20년 넘게 꾸준히 추진해 온 보건 부문 프로젝트다. 2019년부터 EU가 추진해 온 국경 초월 범(汎) 유럽권 e-처방전(e-Prescription)∙ e-병원조제실(e-Dispensary) 서비스 시스템 구축 작업의 결과로서, 전자 의료카드만 소지한 EU 시민들은 e-조제 플랫폼을 도입한 모든 약국에서 의사가 처방해준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에스토니아의 공공 IT 에이전시인 테힉(Tehik)이 개발한 EU e-처방전 시스템은 유럽 위원회가 론칭한 유럽 보건 데이터 공간(European Health Data Space) 프로젝트로써 유럽 전자보건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European eHealth Digital Service Infrastructure) 시스템에 기초해 구축됐다. 

현재 실효성 검증을 위해 발틱권의 두 디지털 선진국인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에서 다중언어(영어 포함)로 서비스되고 있다. 매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사이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나드는 두 국가는 국적에 상관없이 의약품 처방전 제출과 약물 픽업 실효성을 검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EU e-처방전 시스템에 등록된 환자의 국적에 상관없이 보험사, 의사, 약국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수 분 내로 처방된 약품 목록, 보험 처리 및 사적 부담 결제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일부 향정신성∙마약성∙임시처방용 약품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의 처방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앞서 언급된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외에도 크로아티아와 포르투갈에서도 시험 운영에 들어간 상태이며, 독일에서도 작년 연말 연방 카를 라우터바흐 獨 연방 보건장관의 지시로 보류됐던 전자 처방전 시스템을 올여름부터 슐레스비히-홀슈타인과 베스트팔렌-리페 두 지방에서 실험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獨 경제주간지 ‘비어차프트보헤’가 최근 보도했다.

▲ 프랑스가 메타버스 대신 '딥 테크'에 사활을 거는 이유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열리는 연례 유럽 최대 테크 혁신 및 스타트업 행사인 비바테크(VivaTech)가 최근인 6월 15일부터 18일 4일간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고 막을 내렸다.

미국 IT 산업의 산실 실리콘밸리 테크업계가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메타(Meta, Inc.) 등이 주도하는 메타버스(metaverse) 구축에 전력을 쏟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이른바 ‘딥 테크’로 21세기 테크계 주도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프랑스24’ 프랑스 국영 TV국제뉴스 방송국은 보도했다.

딥 테크(Deep tech)란 과학 연구와 발견에 기반한 테크놀로지를 뜻한다. 메타버스가 가상세계 속에서서 발랄하게 활동하는 귀엽고 깜찍한 아바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오락 지향적인 비전이라고 한다면, 딥 테크는 일반 페이스북 유저들에게는 과학적 지식을 요하는 한층 진지하고 복잡 난해하단 인상을 준다.

올해 6회째를 맞은 비바테크(2016년 발족) 행사에서도 테크계 인사들의 주요 관심사가 대체로 메타버스에 집중된 가운데, 제노스킨(Genoskin), 나티프(Natif), 프레리장(Preligens) 등 딥 테크 부문 스타트업들은 행사장 부스에서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 분야를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예컨대, 딥 테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보건의류 부문에서 부각됐다. 과거 백신이 의약품 시장에 출시되려면 근 10년이 걸렸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더나 및 바이온텍 등 제약기업들은 SARS-CoXV-2 임상 연구 결과를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시켜 개발 속도를 대폭 절약했다.

그의 연장 선상에서 프랑스 국림 과학 연구소(CNRS), 국립 디지털 과학 및 테크놀로지 연구소(Inria), 글로벌 의약품 제조업체 사노피(Sanofi) 등은 딥 테크 스타트업들과 연구 협력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에마누엘 마크롱 佛 대통령은 국가 예산액 25억 유로를 투자하고 2025년부터 매년 프랑스에 딥 테크 스타트업 500개 개업을 지원한다는 정책을 선언한 바 있다. 

프랑스는 1) 첨단 연구 역량과 강한 제조업 전통 및 네트워크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2) 미국 실리콘밸리 IT 빅 테크기업들이 아직 주목하지 않는 딥 테크 부문에서 앞서 있다는 두 가지 강점을 내세워 글로벌 딥 테크를 선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이후로 프랑스 내 딥 테크 스타트업 창업률은 2020년 대비 30% 증가했고, 프랑스 출신 신흥 로보틱스 스타트업인 엑소텍(Exotec)은 현재 기업가치 10억 유로에 평가되는 유망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실적이 계속된다면 오는 2025년까지 프랑스는 10대 딥 테크 유니콘 보유국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의료보건 부문 이외에 프랑스가 딥 테크의 적극적 응용을 장려하는 또다른 부문은 농업 및 식품가공 업계다. 최근 많은 과학 스타트업들은 해조물, 곤충, 실험실 배양 고기 등 식물성 대체 단백질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서  혁신적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자립을 위한 에너지 부문 기술 혁신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 추세다.

문제는 딥 테크 개념이 아직은 핀테크나 메타버스에 비해 금융가 투자자와 일반 대중 사이서 아직 생소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막 출발한 개념인만큼 유럽 투자자들은 딥 테크를 고위험성 도박이라 여기다보니 투자액 유치의 어려움과 온라인 소비자 경험을 개발∙개선하는데 당분간 더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딥 테크 업계는 핀테크와 메타버스 일색인 영미권 IT업계에 다음과 같은 논거를 들어 도전한다.  즉,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가상세계는  실제 현대사회가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거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말이다.

또 프랑스가 사활을 걸고 지원하는 딥 테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 비즈니스 문화가 능한 산학연계(connecting researchers with business world) 체제와 과학자들이 우수한 발상을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시키는 비즈니스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글로벌 딥 테크 스타트업 네트워크인 헬로투모로(Hello Tomorrow)의 전략적 지휘자 알리제 블량샹 씨는 조언한다.

파리 비바테크 2019년 행사 광경. Courtesy: © VIVA TECHNOLOGY
파리 비바테크 2019년 행사 광경. Courtesy: © VIVA TECHNOLOGY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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