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인터넷의 미래는 ‘스플린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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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인터넷의 미래는 ‘스플린터넷’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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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갈등으로 중국 5세대 이동통신(5G) 세계정복 계획에 차질
미래의 이통 환경은 하나의 ‘인터넷’이 아닌 블록화된 ‘스플린터넷’이 될지도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정보와 접근가능성의 민주화는 무너지고 있다? 가짜 뉴스의 범람, 소셜미디어 표현의 자유 통제, 인공지능 부문의 위기(지난 칼럼), 그리고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인한 실리콘밸리계 테크계 고용 위기설까지 나돌며 그동안 디지털 산업계가 꿈꿔오던 디지털 유토피아 전망에 먹구름이 감돌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대형 수퍼마켓 체인과 손잡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던 와이어카드 앱. Photo: Mika Baumeister, Unsplash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대형 수퍼마켓 체인과 손잡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던 와이어카드 앱이 35억 유로(우리돈 약 4.8조 억원) 규모의 장부사기로 파산신청했다. Photo: Wirecard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비트코인 암호화 화폐의 가격 급상승과 낙폭의 기억이 잦아들기가 무섭게 최근 6월 말, 독일 주식시장에 상장된 핀테크기업 와이어카드(Wirecard)의 대규모(약 26조 원) 회계부정 및 파산 사건이 보도되며 핀테크(FinTech) 금융과 IT기술의 접목 혁신에 걸었던 금융업계에 찬물을 끼얻었다. 한편 지난 6월 중순, 히말라야의 중국-인도 접경 지역에서는 유혈 충돌이 벌어져 군사・외교적 긴장에서 경제적 보복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産 모바일 앱이 미국 실리콘밸리産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과 전면 경쟁하며 13억 인도국민들의 정보검색, 온라이쇼핑, 디지털 결제 서비스의 디지털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군사적 국경 분쟁 사건으로 인해 사실상 무산된 셈이 됐다.
중국産 모바일 앱이 미국 실리콘밸리産 IT기업들 -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 과 전면 경쟁하며 13억 인도국민들의 정보검색, 온라인쇼핑, 결제 서비스의 디지털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던 기회가 6월 군사적 국경 분쟁 사건으로 인해 사실상 무산된 셈이 됐다. Photo: Solen Feyissa, Unsplash

그 결과 현재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샤오미・비보・오포・리얼미 등 4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온라인 이커머스 기업, 자동차 등이 인도 소비자들 사이서 급증하는 반중 정세로 매출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인도 정부가 추진해오던 5G 고속 무선 이동통신 기술 도입을 위한 장비입찰 경쟁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기업의 배재를 검토할 가능성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6월 14일, 영국이 기밀보안의 위험성을 들어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 수입금지 조치를 공식발표한 직후 뒤따른 것이다. 영국은 이미 설치된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를 오는 2027년까지 철거할 것이라고 BBC가 보도했다.

이렇게해서 7월 15일 기준, 영국과 프랑스는 인터넷 보안 이슈를 들어 화웨이 5G 무선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태며, 영국을 포함한 일명 ‘5개의 눈(The Five Eyes)’ 5개국 기밀동맹 회원국들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에 이어서 베트남이 중국의 5G 네트워크 도입을 금지했고, 일본도 이같은 국제적 움직임에 동조할 태세로 보인다.

2019년 국가별 틱톡 다운로드 수. 총 44개 국가중 톱5 다운로드 국가들 중 인도가 가장 압도적인 1억 9천 만명을 기록했다. 자료: Statista
2019년 국가별 틱톡 다운로드 수. 총 44개 국가중 톱5 다운로드 국가들 중 인도가 가장 압도적으로 많은 1억 9천 만명을 기록했다. 현재 전세계 총 틱톡 사용자중 약 10%가 미국인으로 특히 2019년 하반기부터 사용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자료: Statista

중국-인도 간 갈등에 따른 타격은 중국 쇼설미디어 사업 분야로도 번지며 디지털 점령을 꿈꾸던 중국의 야심에 심각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인도 정부는 현재 중국 디지털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59개 중국 모바일 앱(위챗, 웨이보, 틱톡 등)의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특히 최근 급성장을 보인 짧은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TikTok)의 사용 금지령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넘어서 미국에서도 사용금지 방안이 검토에 들어갔다. 인도 모바일 시장은 중국 IT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톱10 최다 다운로드중 6개 앱이 중국산이며, 그 중 틱톡은 인도시장 덕분에 글로벌 최대 강적인 페이스북(사용자수 2억 명 보유)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그동안 중국 기업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있던 타 경쟁 텔레콤 업체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화웨이 5G 장비가 금지된 국가의 이동통신사들이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의 장비 구매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같은 기회를 눈치챈 에릭슨은 이미 올초부터 미국 텍사스 루이스빌에 5G 스마트공장 통신장비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생산이 들어갔다. 그보다 한발짝 더 나아서 삼성은 바로 최근인 7월 14일 “차세대 만인을 위한 초연결 경험”이라는 제목의 6G 백서를 공개하고 5G를 앞선 6G 기술을 오는 2028년부터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서 5G 라디오 장비를 설치하는 에릭슨. Courtesy: Ericsson
한국에서 5G 라디오 장비를 설치하는 에릭슨. Courtesy: Ericsson

그러나 아직도 지구상에는 중국산 5G 이동통신 체제 구축을 변함없이 추진하는 국가들도 많다. 러시아는 2021년까지 5개 대도시에서 5G 상용화 계획을 위해 5G 네트워크 장비의 자체개발 로드맵을 선언하고 기술보완을 위해 중국을 포함한 여러 글로벌 텔레콤 기업들과 협력한다. 중국이 큰 경제적 영향력이 큰 아시아(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화웨이 5G 장비 도입 결정을 유지할 태세다. 현재 중국 통신사들은 전세계 5G 관련 특허건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기술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한편 여타 경쟁 텔레콤사들의 장비 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3G나 LTE 조차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국가들에게 중국산 5G 도입은 후진적 이통 시스템 표준에서 5G로 도약하는데 매력적인 대안이다.

5G용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 Photo: Mika Baumeister, Splash
5G용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 Photo: Mika Baumeister, Unsplash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일명 ‘ 테크노 국가주의’와 이통업체별 장비에 따른 ‘인터넷의 분활화(balkanization)’ 추세가 계속 확산될 경우, 지구의 이동통신 정보기술은 기술, 정치, 종교, 국가주의 같은 요인에 따라 격리된 이른바 ‘디지털 장벽(Digital Great Wall)’으로 발칸화된 ‘스플린터넷(Splinternet)’ 시대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돌고 있다. 따지고보면 이미 인터넷의 컨텐츠은 국가, 종교, 문화, 보안,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검열되고 통제돼왔다. 만인에게 경계없이 공평하게 열려있는 민주적 인터넷의 시대는 저물것인가? 2020년 벌어지는 5G 기술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스플린터넷 시대의 서곡같아 보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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