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중국, 무현금 디지털 렌민비 개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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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중국, 무현금 디지털 렌민비 개막됐다.
  • 박진아 IT디자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0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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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계 패권 도전으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 긴장
소비 편의와 감시 사회 사이 이해배반 논란 더 심화될 것

중국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 런칭과 무현금 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올초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아 수 백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렌민비를 정부 복지지원 소비 바우처 형태로 풀었다. 작년 셴젠, 쳉두, 슈조우 지방정부 주도의 복권당첨행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디지털 렌민비를 배포해 중국 최대 이커머스 사이트인 징동닷컴에서 시험 사용을 거쳤고, 올 2월 구정부터 홍콩과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도 본격적인 실효성 입증과 새 추가 서비스 실험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의 렌민비 중국 위안화의 디지털화 작업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8년부터 10년 후인 2018년 가격 급등하는 과정을 죽 예의주시해 온 중국 중앙은행은 언젠가 현실 속에서 실현될 디지털 화폐의 미래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점 내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환영한다는 표지판.
중국 상점 내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환영한다는 표지판.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화인민은행(PBOC)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Alipay)와 텐센트의 위챗페이(WeChat Pay) 두 양대 중국 국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 디지털 화폐의 실효성 실험을 해왔다. 그 결과 현재 중국인구의 86%는 현금 없이 스마트폰 만으로 큰 불편 없이 상거래와 구매 결제, 여행 및 의료서비스 예약, 고지서 납부 등 핵심 금융거래업무를 해결하고 있다.

디지털 렌민비 또는 중국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의 공식명칭은 ‘디지털 통화 전자 결제(DC/EP)’다. 1) 중화인민은행이 보증발행한 물리적 유안화 통화를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면, 2) 시중 은행들은 소비자들이 보유한 현금 및 예금을 디지털 렌민비로 교체해 배포시키는 2단계 화폐 유통 과정을 거쳐 실행된다.

스마트폰 앱, QR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이용한 전자결제 기술의 편의성을 타고 중국은 이미 무현금 시대에 근접했다.
스마트폰 앱, QR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이용한 전자결제 기술의 편의성을 타고 중국은 이미 무현금 시대에 근접했다.

중국의 디지털 렌민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호화 화폐 - 가장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 와는 매우 다르다.

1)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투자용 자산인 반면, 디지털 렌민비는 중국 중앙은행이 발행을 보증하고 유통을 통제하는 법정통화(legal tender)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규제 당국이 없이 ‘탈중앙’ 분산 구조로 거래된다. 반면에 중국 디지털 렌민비는 중화인민은행이 전 거래의 클리어링하우스 겸 승인 여부를 통제하는 기관 역할을 한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2017년부터 법적으로 비트코인 거래가 금지돼 있고, 2021년 2월부터는 몽골의 암호화폐 채굴도 불법화 시켰다. 암호화폐서 환전된 렌민비가 중앙은행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화폐 발행 권한을 독점하기 위함이다.

2) 디지털 렌민비는 기존 유통되고 있는 실물 현찰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현재 시중에 통용중인 물리적 렌민비 지폐와 동전은 중앙은행으로 환수되어 동일한 액수는 디지털 위안화로 대체된다. 모든 현금을 디지털 화폐의 전환 작업을 완수해 100% 무현금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물론 중국 당국은 디지털 렌민비가 위조화폐나 불법거래를 방지하고 자금거래와 지불을 효율화할 것이라는 등 무현금 시대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동시에 국민의 모든 소비활동과 자금이동과 거래 내역 - 추적, 징세, 벌금 등 - 에 대한 당국의 금융감시체제는 물샐틈 없이 확고해질 것이다.

3) 또, 디지털 렌민비는 쿠폰처럼 사용 유효기간을 정해 배분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임으로 통화 배포와 국민의 자금 소비흐름을 원하는 식으로 유도・통제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집안 장롱이나 침대 밑에 현금 뭉치 쌓아두기는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다.

4) 디지털 렌민비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닌 독자적 디지털 통화 관리 기술을 사용해 운영된다. 현재로서 디지털 렌민비가 정확히 어떤 기술에 기반해 있는가에 대한 정보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중화인민은행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인 만큼 탈중앙 분산 레저 방식의 블록체인 기술은 응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이 오늘날 전세계 제2의 경제국이라는 사실에 비춰어 볼 때, 중국의 세계 최초 디지털 화폐 런칭 행보는 경쟁국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디지털 렌민비 거래는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빈곤층 은행계좌 미소유자를 대거 포섭할 수 있는 기회다. 모바일폰 앱 하나면 돈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별 통용화폐로 환전할 필요없이 렌민비로 세계 어디서나 국경을 초월해 자금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렌민비는 비중국인들 사이서 거래되는 새 국제기준통화로서 ‘렌민비의 글로벌화’ 입지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그같은 미래를 꿈꾸며 현재 중국정부는 태국, UAE, 홍콩의 시중은행들과 초국경 통화간 디지털 통화 결제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중장기적인 야심은 더 원대하다. 현재 국제 무역을 위한 외환거래와 표준 지불통화의 88% 가량을 차지하는 美달러화의 패권과 국경간 SWIFT 통화 결제 시스템에 도전하겠다는게 그것이다. 그럴 경우, 중국은 달러화 거래를 우회해 가령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설탕을 렌민비로 결제하고 수입해 올 수 있고, 역으로 중국정부와 기업은 각종 물품과 서비스를 아프리카 시장에 직판매할 수 있다. 비싼 국제기준 SWIFT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금융당국의 국제시장 달러 거래 감시망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그럴 경우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도 무시하고 자금을 이동할 수 있는 이른바 ‘중국 금융 자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오늘날 전세계 약 70개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자체 디지털 화폐 개발 프로젝트를 다양한 단계로 진행중이다. 자료: Belfer Center + Atlantic Council
오늘날 전세계 약 70개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자체 디지털 화폐 개발 프로젝트를 다양한 단계로 진행중이다. *회색 표시된 지역 이외 국가는 어떤 단계로든 디지털 화폐를 실험 고려 및 진행중에 있다. 자료: Belfer Center + Atlantic Council

현재 디지털 화폐는 美연방준비은행을 비롯한 타 국가들 - 예컨대, 유럽중앙은행, 일본, 영국, 스웨덴 등에서 개발 및 실효성 실험 단계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비효율성과 취약한 보완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장애 요인인 만큼 타 컴퓨터 기술이 보완된 국가별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가 공존하는 통화 블록화가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박진아 IT디자인 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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