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전기차에는 왜 스페어타이어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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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전기차에는 왜 스페어타이어가 없을까?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08.28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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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기인 무겁고 큰 차제가 원인
- 혁신 배터리 기술 개발이 문제 해결에 관건

새로 구입한 전기차 트렁크에는 스페어타이어(spare tire)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에 실린 8월 18일 자 기사는 지난 25년 동안 포드 익스플로러 모델 내연기관차를 타오다가 최근 혼다 전기차를 구매한 한 운전자가 새 전기차에 타이어 펑크 사고 대비용 스페어타이어가 비치돼있지 않은 것에 당황해 혼다 자동차 고객불만센터에 제의한 사례를 보도했다.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 5' 모델의 뒷 트렁크 공간 모습. 최근 출시되는 대다수 EV 승용차들은 트렁크에 스페어타이어를 불포함시킨채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Copyright 2023 Hyundai Motor Company.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 5' 모델의 뒷 트렁크 공간 모습. 최근 출시되는 대다수 EV 승용차들은 트렁크에 타이어 펑크 사고용 임시 스페어타이어를 제공하지 않는다. © Copyright 2023 Hyundai Motor Company.

혼다 미국 지사는 이 질문에 안전을 이유로 들어 ‘유사시용 스페어타이어는 전기차 배터리 손상과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주행과 인적 드문 노면이 거친 시골길 운전 중에 타이어 펑크 사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러하다 보니 미국에서는 연간 9,400만여 건의 타이어 펑크 사고가 나는데, 이는 1초마다 타이어 펑크 3건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빈도다. 도로변 자동차 비상 사태의 약 3분의 1이 타이어와 관련된 사고일 만큼 타이어 펑크가 잦다보니 미국인 운전자의 3분의2는 혼자서도 타이어 교체를 할 줄 안다고 한다(자료: 미국 자동차 서비스 협회(AAA)가 집계한 통계 자료).

이미 2018년 경부터 미국 시판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차는 물론 신판매되는 세단과 소형 SUV 내연기관차의 60%에 스페어타이어 없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점점 일명 ‘도넛’으로 불리는 작은 1회용 고무 튜브 타이어나 풀사이즈 스페어타이어를 트렁크에 설치하는 대신에 플랫런(flat-run) 타이어 장착이나 임시수선용 키트를 제공하는 추세다. 플랫런 타이어란 펑크가 난 상태로 정비소를 찾을 때까지 최소 50km를 정상 주행할 수 있는 안전 타이어다.

실제로 혼다 사가 해명한 것처럼 테슬라 전 모델, 폴크스바겐 ‘ID.4’ 모델, 현대 아이오닉 5(Ioniq 5), BMW ‘i4’ 모델 등 요즘 시판되는 전기차들은 보조 타이어를 제공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소재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의 교통 디자인부의 제프 워들(Geoff Wardle) 학과장은 여러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에 스페어타이어 제공을 그만둔 이유로  1) 전기차의 차체 사이즈와 무게2) 스페어타이어의 불필요성으로 요약했다.

테슬라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앱. 테슬라를 비롯한 EV 제조업체들은 주행시 타이어 펑크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직접 타이어를 교체하기 보다는 도로변 차수선 서비스 이용을 권장한다. Tesla © 2023
테슬라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앱. 테슬라를 비롯한 EV 제조업체들은 주행시 타이어 펑크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직접 타이어를 교체하기 보다는 도로변 차수선 서비스 이용을 권장한다. Tesla © 2023

보통 1.5~2톤 하는 전기차 무게의 15~25%는 배터리가 차지한다. 기존 내연기관차 트렁크 속 스페어타이어가 차지하던 공간까지 전기차 트렁크 공간을 온통 배터리가 차지할만큼 EV 배터리는 크고 무겁다. 여기에 20kg 안팎하는 여분 타이어를 늘 싣고 다니는 것은 배터리 소모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트렁크 공간 외에 차 바닥에도 배터리를 장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차체 바닥이 평균 10~15cm 두꺼워져 차체 높이도 내연기관차 보다 높다. 

또, 전기차 엔진은 조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는 차내 전동소음 흡수하기 위한 솔루션으로써 내연기관 차종 보다 크고 두꺼운 바퀴를 사용한다. 매 부품마다 비용을 민감하게 고려해야 하는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무겁고 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지닌 약점을 고려한 솔루션이다.

이렇게 크고 두꺼워진 전기차용 타이어는  바퀴의 회전횟수 감소 바퀴 구름 저항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타이어 펑크가 덜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운전자가 직접 타이어 교체 방법을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성도 없어졌다.

EV는 무거운 차체 때문에 아무리 유사시라도 운전자가 직접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일수록 타이어 교체 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테슬라나 포드 사가 앞장서서 도로변 타이어 교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로 이행하며 전 세계 운전자들은 점차 자기가 운전하는 타이어를 직접 교체하고 고장 난 차를 수리할 수 있는 실전 지식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일까? 전기차 도입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차 소유주의 DIY EV 교체·수리 — 애플 ‘수리할 권리’와 유사한 맥락에서 — 가 가능해질 그날까지 당분간 EV 운전자들은 타이어 펑크 사고가 나면 무조건 EV차 전문 수리공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테슬라가 직접 운영하는 '테슬라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프로그램은 도로변에서 테슬라 소유주를 대상으로 타이어 교체 서비스 및 기타 차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Tesla © 2023
"꺼진 타이어, 직접 교체하지 마세요" - 테슬라가 직접 운영하는 '테슬라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 프로그램은 도로변에서 테슬라 소유주를 대상으로 타이어 교체 서비스 및 기타 차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Tesla © 2023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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