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전기차(EV)의 해상 운송 물량도 더불어 늘고 있는 가운데 EV 배터리 과열이 원인이 된 해운 선박 화재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월 25일에 자동차 전용 운반선인 ‘프리맨틀 하이웨이(Fremantle Highway)’호가 네덜란드 해안 근처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대형 선상 화재로 번진 사건과 관련, 이는 전기차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온 배터리 기술의 취약성이 글로벌 항만 운송 과정에서도 노출된 것이라고 28일 자 기사에서 분석했다.
네덜란드 해안경비대는 정확한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히지 못한 상태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독일 RTL TV 뉴스는 차 수출용 운송 선박에 적재돼있던 전기차의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주변 차들로 화염이 번져 대형 화재로 번졌다고 추정했다.
사고선인 프리맨틀 하이웨이 호는 10년 전인 2013년에 일본 1위 조선사인 쇼에이 키센(正栄汽船株式会社, Shoei Kisen Kaisha, Ltd.)이 설계한 자동차 운송용 선박으로, 3천 대에 가까운 자동차들을 폭 간격과 유효 높이가 비좁게 다닥다닥 붙여 주차시켜서 화염 확산에 더 취약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유럽 해상 안정청(EMSA)에 따르면, 해상 화물선 상 화재 사고를 일으키는 대다수 주범은 통상 리튬이온 배터리라고 한다. 리튠이온 배터리는 휴대용 랩탑 컴퓨터, 스마트폰, 기타 소비자용 전자제품에 장착돼있는 전지 종(種)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열 만으로 점화·폭발되기 쉽고, 한 번 화염에 휩싸이면 물이나 산소공급 차단식 소화기로도 진화가 안된다. 게다가 EV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 화재 보다 두 배로 에너지로 연소돼 화염의 강도와 온도도 더 높다.
또, 선상 화재는 트럭이나 기차 같은 육상 차량 화재 보다 소방관들이 인명을 구조하거나 화재의 원천에 접근해 진화작업을 하기에 더 난해하다.
항공 및 선박 물류 운송 업체들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위험에 노출돼있는 반면, 여전히 화물 선박들은 전기차 수송에 적합한 설계를 갖추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 전기차 수송관리 및 사고에 대한 적절한 안전 규제 대책도 없는 상태라고 항만 해운 선반 업계 및 보험업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알리안츠글로벌코퍼레이트앤스페셜티 보험사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만 항만운송 선박 화재 건수는 209회로 전년인 2021년 대비 17% 증가했다. 또, 유럽 해상 안정청은 올해 3월 보고서에서 대다수 화재 사고는 리튬배터리가 포함된 화물 선박 운항 중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 화재의 원인이 EV 배터리일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항만 운송사업자는 전기차 제조업체에 피해 보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 항만 해운사들이 점차 — 예컨대, 새로운 소화용 화학 물질, 특수 소화 담요, 배터리 침투 소화 노즐, 전기차 간 더 넓은 주자 간격 등 — 을 강화된 화재 방지 안전 수칙을 도입해 나감에 따라 전기차 관련 물류 운송 및 보험 비용의 인상도 불가피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국제 해사 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앞으로 더 늘어날 글로벌 전기차 수송 선박 안전을 위해 화재 진화용 소화수 종류,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 등 보다 엄격한 안전 수칙을 제정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