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필요할 때의 리더십 없었다”...KT, 경영 공백으로 멈춰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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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 필요할 때의 리더십 없었다”...KT, 경영 공백으로 멈춰버린 것들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7.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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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비용 협상 등 B2B 영역에서 중요한 경영진 리더십 부재”
사실상 9월부터 경영정상화...“미뤄졌던 핵심투자, 차기 CEO가 짊어질 것”
구현모 KT 전 대표이사 사장. [사진=KT]
구현모 KT 前 대표이사 사장. [사진=KT]

KT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는 초유의 경영 공백 동안 당장 매출 성장과 미래 신사업 동력에 제어가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KT는 특히,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의 수수료 및 가격 협상 등이 필요한 시기에 확실한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 통신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쪽은 사실 가격변동 측면이 많지 않지만, B2B 영역은 매번 가격 협상 등이 이뤄져야 해서 순간순간의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라며, “특히, 송출수수료 협상이나 프로그램 사용료 등 협상은 아무래도 매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상 조건은 매년 달라지는데 이럴 때 경영진이 협상 수준 등을 결정해주고 용인하는 리더십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예를 들면 기업이나 공공사업을 입찰하는 것도 가격 수준을 결정해서 입찰할 때 사업마다 여러 전략적인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경영 공백 상태에서는 이런 것도 결정할 수 없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통3사가 공개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KT가 지급한 사용료는 2399억 1900만원으로 SKT·LGU+ 대비 월등히 높았다. 전년 대비 지급액 증가율 역시 KT가 17.6%로 가장 높았다. 3사 총합 기준 증가율은 13.8% 수준이었다.

아울러, KT의 인터넷 서비스 자회사인 KT알파는 지난해 빅3 T커머스(SK스토아·신세계라이브쇼핑) 중 가장 많은 송출수수료를 유료방송사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22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자료에 따르면 KT알파가 지난해 유료방송사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1392억원으로, 수수료 증가율도 전년 대비 16% 증가해 가장 높았다.

증권가에서도 BC카드·KT스카이라이프 등 KT 그룹사의 비용 증가 부분이 올 2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BC카드의 경우 자체 카드 마케팅 및 인센티브 지급 등 비용 증가가 예상되며 스카이라이프 역시 포트폴리오 다원화를 위한 비용 투입이 예고된 바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2분기 영업이익을 전망한 증권사들의 평균 예상치는 194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7% 감소한 수준이다.

KT 41기 주주총회장. [사진=녹색경제신문]
KT 41기 주주총회장. [사진=녹색경제신문]

구현모 KT 前 대표이사 사장이 지휘하던 회사의 신사업 영역도 경영 공백 기간 최대치의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구 前 대표가 지난해 직접 공개했던 초거대 AI ‘믿음’의 상용화가 늦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초거대 AI ‘믿음’을 발표할 당시 당초 올 상반기에 출시한다고 했지만, 하반기로 미뤄졌다”라며, “여러 전략적 판단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믿음’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사 등 각종 영역의 파트너사를 확보해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이런 협력하는 부분도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KT는 최근 2027년까지 AI 분야에만 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밝혔지만, 사실상 그 구체적인 내용은 경영이 정상화된 이후 차기 대표이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4일부터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당초 예고대로 7월 중 신임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8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할 것으로 보이며, 9월이 돼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정상경영체제가 갖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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