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한국경제연구원 합병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출발...삼성·SK·현대차·LG 재가입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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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한국경제연구원 합병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출발...삼성·SK·현대차·LG 재가입 "아직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7.06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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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 오는 8~9월 총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출범...62년 전 이름 사용
- 삼성, 한경연 해산은 찬성했지만 회원 이관은 준법감시위 등 절차 거쳐야
- 일각에선 사실상 4대 그룹 복귀 수순...반면 아직 장애물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산하 연구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의 통합해 새 이름 '한국경제인협회'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과연 전경련에 재가입할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대두된다.

전경련은 한경연 회원 명부를 전경련으로 이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다만, 재계에 따르면 '삼성 측은 한경연 해산은 동의했지만, 회원 이관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6일 전경련에 의하면 전경련은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전경련 혁신을 위한 정관 개정과 총회 소집 안건'을 통과시킴에 따라 오는 8~9월쯤 전경련 총회를 열고 '한국경제인협회' 출범에 나선다.  

이날 이사회는 '한경연 해산' 안건 등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에 해당한다. 한경연은 해산과 함께 보유 재산과 회원사 명단 등을 전경련으로 이관한다. 전경련이 한경연을 흡수 합병하는 셈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한국경제인협회'로 바뀐다 해도 전경련 영문 명칭인 'FKI(The Federation of Korean Industries)'는 그대로 사용한다. 공교롭게도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이름은 전경련 출범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61년 썼던 '한국경제인협의회'에서 유래한다. 62년 전 이름인 셈이다. 전경련 측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5월 18일 '혁신안'에서 ①명칭 변경 ②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 ③권력의 부당한 압력 차단 ④회장단을 확대해 업종별·이슈별 위원회 활성화 ⑤국민소통 강화 등을 발표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과거 국가 주도 성장 시대를 지나 시장과 시민사회 역할이 커졌지만 전경련은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정부와 관계에 방점을 두고 회장·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됐던 과거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경연 통합으로 삼성전자·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경련이 한경연을 흡수 합병하면, 한경연 회원인 4대 그룹이 자동으로 전경련 재가입 형태가 되기 때문.

하지만 전경련과 한경연의 합병을 4대 그룹 재가입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직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삼성은 한경연 해산 안건은 동의했지만, 회원 이관에 대해서는 아직 동의하지 않은 상태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개 계열사가 한경연 회원사로 있다. 5개 회사가 각각 한경연 해산 등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한경연 해산은 이들 5개 회사들이 각각 최고재무책임자(CFO) 회의를 거쳐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한 뒤 결정됐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그러나 전경련으로 한경연 회원 명부를 이관하는 문제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삼성 5개 계열사는 이사회를 비롯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통제하는 독립 기구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판단에 따라 한경연 회원 명부 이관 안건의 찬반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어 전경련 재가입과 회장단 참여에서 부담이다.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 출범 이후에도 중량감 있는 차기 회장 인선이 큰 과제다. 전경련은 4대 그룹 총수 등 재계 인사에게 기대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정의선 회장의 경우 전경련 주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에 첫 연사로 참석했다. 다만 주요 그룹 총수들은 전경련 회장으로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편, 삼성 등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말부터 K스포츠·미르재단 후원금 논란 등 전경련의 '국정농단 사건' 연루가 문제가 되자 전경련을 순차적으로 탈퇴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재계 1위 삼성이 가장 중요한 데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도 있어 함께 행동할 전망"이라며 "전경련 회원 재가입은 정치적 이슈화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일단은 기금 참여 등 명분과 대안을 고려해 참여방법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본다"이라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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