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라면 제조업체, "다각도 검토"... "국내 제분사 가격 변동 없어"
정부의 고물가 대책이 식품업체들을 옥죄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요 식품업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 풀무원 등 일부 업체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기업들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발전했다.
지난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이 (인상 당시) 그때 대비 50% 내렸다"면서 "(라면) 업체에서도 밀가루 가격으로 올랐던 부분에 대해서 적정하게 가격을 내리든지 대응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가격 인하를 주문했다.
또 추 부총리는 "정부가 하나하나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소비자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 발언의 의도는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올라간 제품들의 가격이 원자재 가격이 내렸음에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이지만, 언급된 라면 제조업체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19일 농심과 오뚜기 등 주요 라면 제조업체들은 <녹색경제신문>에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내부적으로는 가격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 라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13.1% 상승하고, 경제 수장인 부총리가 가격 인하에 대한 바람을 나타내자, '모른척 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는 것.
그러나 식품업계에서는 '정부가 소비자들이 민감해하는 식품분야를 타깃으로 삼아 물가정책의 성과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특히 국제 밀 가격이 국내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은 반년 정도 걸리고, 식품제조업체들이 직접 밀을 수입하는 것도 아닌데도 식품업체들의 가격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라면 가격이 오른 것은 국내 제분사가 밀가루 가격을 올린 이유가 가장 크다"면서 "현재 제분사가 가격을 내리지 않았는데 라면업체들이 라면 가격을 내리려면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밝혔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