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애플・메타는 왜 장난감 같은 XR 헤드셋에 주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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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애플・메타는 왜 장난감 같은 XR 헤드셋에 주목할까?
  • 조아라 기자
  • 승인 2023.06.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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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MR 헤드셋 비전프로. [사진=애플]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프로. [사진=애플]

“XR 헤드셋은 어디다 쓰라고 저렇게들 만들지?”

최근 삼성과 애플・메타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롭게 주목한 뉴 디바이스는 바로 ‘XR헤드셋’이다. 애플과 메타는 이미 자사의 신제품을 공개했고 삼성도 구글・퀄컴과 이른바 ’XR삼각동맹‘을 결성해 XR헤드셋을 만들겠다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왜 XR헤드셋일까?

사실 헤드셋이라는 폼팩터 자체는 그렇게 대중성이 높지 않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김대호 MBC 아나운서가 메타의 ’퀘스트 프로‘ VR기기를 쓰고 VR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방영된 적이 있다. 방바닥에 혼자 앉아 볼리비아 우유니사막의 소금을 찍어먹는 시늉을 하는 그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일단 부피가 큰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하는 것부터가 큰 걸림돌일뿐더러 아직까지는 특수 게임과 같이 한정적인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의 거부감의 허들을 넘기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노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XR기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확장성’에 있다. XR헤드셋과 같은 폼팩터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폼팩터는 메타버스를 비롯한 XR 관련 산업의 시작키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류은석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XR헤드셋과 같은 기기는) 메타버스 세계로 들어가는 인터페이스 역할”이라며, “기기 사업을 먼저 장악하면 연관산업에서 이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의 말처럼 XR기기 자체의 사업의 수익성은 높지 않을뿐더러 시장 규모도 크지 않다. 최근 애플이 발표한 ‘비전프로’의 낮은 판매 예상 수량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비전 프로는 예상보다 사양과 디자인이 진일보했지만 높은 판가와 무게 등 한계를 감안하면 첫 해 판매량은 100만대 미만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 IT 기업의 한 현직자는 “삼성은 조단위 이하의 산업 생태계에 뛰어들지 않는다”며, “XR 기기 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 자체를 보기보다 기기를 통해 구현해 내는 콘텐츠를 비롯한 관련 산업을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애플 역시 이번 ‘비전프로’를 소개하며 단순히 기기뿐만 아니라 ‘비전 컴퓨팅’을 강조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라면서 "맥(Mac)이 개인용 컴퓨팅을 소개하고,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을 소개한 것처럼 비전프로는 공간 컴퓨팅을 소개한다"라고 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인 하드웨어인 헤드셋 기기이지만 XR산업의 핵심은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가상세계와 현실과의 연결과 확장성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헤드셋 기기와 동시에 그 안의 ‘애플 생태계’까지 구현해놓은 애플은 다른 기업들보다 더 유리한 입장인 셈이다. 애플의 비전프로가 빠르게 자리 잡는다면 향후 XR시장이 커졌을 때 시장을 선도하는 기준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류 교수는 “애플이 비전프로에서도 IOS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개발자들이 이를 활용해 아이폰 등 애플 제품 내에서 사용가능 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를 제공한다면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은 SDK를 활용해 제품을 고안할 것”이라며, “그렇게되면 애플이 시장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XR 산업이 IT기업들이 기대하는 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 위해서는 XR 헤드셋을 비롯한 관련 기기의 대중성과 편의성은 먼저 극복해야 할 관문으로 보인다. 상당수 기기들을 착용하면 어지러움과 이질감을 느낀다는 평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어쩌면 5년 뒤에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방에 앉아 XR헤드셋을 끼고 XR세계의 회사에 출근해 회의를 하고 업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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