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삼성SDI, 전략과 계획에 따른 질적성장 목표...“전고체 배터리는 기술경쟁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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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삼성SDI, 전략과 계획에 따른 질적성장 목표...“전고체 배터리는 기술경쟁력에서 나온다”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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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에 집중해 높은 수익 달성할 것
-기술력경쟁력과 품질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할 것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전기차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로 전세계 국가들이 향후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산업은 격변기를 맞이했다.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미국의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리딩 기업으로 떠올랐고, 단 4종류의 모델(S·E·X·Y)만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내연기관만 생산했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체질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완성차 업체들의 ‘히어로’로 떠오르고 있다. 많게는 수십년 적게는 수년간의 투자로 품질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 기업들의 배터리는 여러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터리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여 전용 플랫폼과 배터리 개발까지 나서는 상황이다.

이에 연일 언론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완성차 업체들과의 MOU체결·JV설립에 대한 보도가 쏟아진다. 보도가 나올 때 마다 주식시장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해당 기업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출렁인다. 그런데 유독 잠잠한 기업이 있다. 글로벌 완성차와의 계약도 뜸하고, 해외 진출이나 대규모 투자에도 인색한 모습이다.

이 기업은 바로 삼성SDI다. 업계에서는 충분한 기술력과 자본력은 물론이고 시장 수요도 있는 상황에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삼성SDI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끝판왕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가장 빠르게 전망한 삼성SDI, 과연 이 업체의 성장 동력과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보려고 한다.

■ 투자에 철학이 있는 삼성SDI,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

삼성SDI-스텔란티스 JV[사진=삼성SDI]
삼성SDI-스텔란티스 JV[사진=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합종연횡을 이어가거나 해외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꾸준히 들려온다. 그럴때마다 삼성SDI 관계자에게 배터리 사업이 주력 사업인데 다른 기업에 비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묻는다.

삼성SDI 관계자는 항상 “우리 기업은 우리만의 전략과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타사와 비교했을 때 투자 규모가 다소 적어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수익이 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렇다. 삼성SDI의 투자는 소극적이라기 보다는 효율적인 투자에 가까워 보인다. 타 기업이 단기간의 성장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부채를 늘려가는 사이, 삼성SDI는 수익성에 집중하며 질적성장을 이뤄냈다.

물론 필요한 순간에는 합작사 설립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과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총 투자금액은 최대 5조원, 연 생산량은 50GWh라고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 공장에서 각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를 각각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스텔란티스와도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2025년 1분기부터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보이며, 초기에는 연간 23GWh규모로 생산을 시작해 33GWh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합작사를 설립하지 않고 배터리만 공급하는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들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 포드, BMW 등에 공급하며, 해당 기업의 차량 중에서도 고급 라인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배터리 제조 벨류체인에 힘쓴 삼성SDI,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2023 인터배터리 포스코퓨처엠 전시관[사진=녹색경제신문]
2023 인터배터리 포스코퓨처엠 전시관[사진=녹색경제신문]

삼성SDI는 탄탄한 배터리 제조 벨류체인을 구축했다. 먼저 에코프로비엠과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여 하이니켈계 양극소재 제품의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의 양극재 메인 벤더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포스코퓨처엠과 40조원의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음극재 또한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생산뿐 아니라 폐배터리 재활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의 주식 약 8%를 보유하고 있고, 같은 그룹사인 삼성물산 역시 약 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성일하이텍이 수산화리튬 소재화 기술을 일부 개발했다고 알려지면서 ‘금맥을 캐는 기업’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경우 CRMA를 통해 배터리 생산의 일정 비율을 폐배터리를 재활용해야한다고 강제할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배터리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자 감각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 R&D에 집중하는 삼성SDI, 배터리계 모범생이라 불린다

삼성SDI 연구소[사진=삼성SDI]
삼성SDI 연구소[사진=삼성SDI]

삼성SDI가 다른 기업보다 뛰어난 분야는 R&D다.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해봐도 삼성SDI의 연구개발비가 월등히 많다.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SDI의 당기 연구개발비는 1조 738억원이고, LG에너지솔루션의 당기 연구개발비는 7896억원이다. 삼성SDI의 연구개발비만 놓고 봤을 때는 전기 8725억원에 비해 증가하며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SDI는 연구개발비 투자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연구소를 설립해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국, 독일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에도 연구소를 설립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해외연구소 설립은 세계의 신기술과 해외 우수 인력을 활용해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최고의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배터리 사업을 즐기는 삼성SDI,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유튜브 '배터리 실험실'[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배터리 실험실'[사진=유튜브 캡처]

삼성SDI의 유튜브 채널 ‘배터리 실험실’의 인기는 대단하다. 일부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콘텐츠의 경우 조회수 10만회가 넘으면 수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삼성SDI가 돈을 벌기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은 아니겠지만, 배터리 실험실의 콘텐츠 중에서는 조회수 10만회가 넘는 영상도 있다.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를 취재하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 기자의 입장에 봤을 때 주식 관련 유튜브에서 다루는 배터리 영상보다 재밌고, 책으로 읽는 배터리 이론보다 쉽다. 배터리에 대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배터리 관리법·충전비와 유류비 비교 등 실생활에 필요한 콘텐츠들로 많아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삼성SDI의 유튜브 채널 내에는 그 외에도 배터리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배터리 기초’, 전기차 배터리의 세세한 것을 알려주는 ‘배터리의 모든 것’ 등의 채널들도 운영중이다.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는 ‘배터리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로부터 즐기는 사람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삼성SDI의 강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배터리계 끝판왕으로 등극할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예고하다

인터배터리 2023 삼성SDI 전시관[사진=녹색경제신문]
인터배터리 2023 삼성SDI 전시관[사진=녹색경제신문]

2027년, 어쩌면 삼성SDI가 배터리계의 끝판왕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때 마다 전문가들에게 대책을 물으면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근본적으로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기술력과 비용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양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SDI는 2027년 양산에 앞서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준공하고 시제품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일부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설마 가능하겠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기술경쟁력’·‘품질’·‘질적성장’을 강조해 온 삼성SDI의 성과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워보인다.

다수 증권가 리포트에서는 삼성SDI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며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객사 특성상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도 판매에는 크게 타격이 없을 것이고, 당장 AMPC 혜택을 받지 못해도 얼마든지 신규수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의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을 인정받는 삼성SDI의 다음 스텝이 기대된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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