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깊어지는 고민, ‘철통보안’ 수율 정보 美에 내줄 수 있을까?...“완전 공개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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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깊어지는 고민, ‘철통보안’ 수율 정보 美에 내줄 수 있을까?...“완전 공개 사실상 불가능”
  • 조아라 기자
  • 승인 2023.04.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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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보조금 신청 시작, 삼성·SK 수율 정보 공개 가능성 작아
-“반도체 수율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외부 유출 불가능한 수준”
-“미국 정부 대 개별 기업 간 협상 구도 ‘모순’...정부 차원 접근 시급”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최첨단 제조시설을 대상으로 한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앞서 발표한 세부 지침대로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민감한 정보까지 제출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수율(전체 생산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관련 정보다. 

미국 정부는 세부 지침 준수가 의무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막상 추가정보 요청이 있거나 검토가 늦어지는 빌미가 될까 봐 삼성·SK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수율이라는 것은 반도체 공정기술, 기업의 역량 등 모든 실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기업들이 관련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적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형성에 있다”라며, “그렇다고 국내 기업들이 아예 보조금 지원 신청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 지원금 세부 지침에 따르면 기업들은 생산시설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가동률·웨이퍼 예상 수율·연도별 생산량·판매 가격 증감 등의 수치 정보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SK하이닉스 박종호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박종호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측 모두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향후 대응 방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설립을 추진하는 메모리 패키징(후공정) 공장은 보조금 신청 시작이 6월 말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비해 시기적 여유가 있다. 

지난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패키징 공장 설립 계획은 그대로 갈 것”이라면서도, “보조금 신청 여부는 고민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아직 세부규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기업들이 숨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 차원이나 외교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수율 관련 정보 제출은 기업의 기밀이기 때문에 외부 공개는 불가능한 수준의 이야기”라며, “개별 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부가 국가 산업을 위해 힘을 써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미국이 정보 제출이 의무가 아니라고 단서조항을 둔 것은 협상의 여지를 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파고들어 정부차원의 회담이나 여러 채널들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이달 말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 과정에서 국내 기업에 힘을 실어 줄 협상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앞서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이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우호적인 고려를 요청한 바 있다. 

국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미 일정과 함께 경제 사절단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동행이 유력시된다”라며, “미국 정부와의 치열한 물밑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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