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DB하이텍이 설계사업(팹리스) 물적분할 분사 안건을 두고 소액주주가 여전히 대립하는 상황이다. 회사측은 배당금 증가와 같은 주주친화정책으로 소액주주들을 설득 중이지만 안건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분사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DB하이텍이 분할계획서에 명시한 ‘분할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라는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신설 분할회사의 상장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는 주주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DB하이텍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5년이라는 기준은 금융위원회의 지침을 따른 일반주주 보호 노력의 일환”이라며,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5년이 지난 시점에도 모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 의무화 조항을 ‘자회사 정관’에 신설해 모회사 일반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모회사의 사내이사 1인 이상 자회사 이사회 구성원 참여, ▲모회사 감사위원회 자회사 경영상태 조사 권한 부여, ▲모회사 분기사업보고서 자회사의 주요 변동사항 공시 등 자회사 경영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체제를 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은 주주친화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주당 배당금을 배당성향 10%에 해당하는 1300원으로 늘린 데 이어, 향후에도 이 정도 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앞서 이달 7일 열린 이사회에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추진을 의결했으며, 올해 안에 자사주 비중을 10%까지 확대하고 2024년에는 15%까지 높일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우려하는 지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결성한 ‘소액주주연대’는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등을 통해 단체행동에 나선지 오래다. 고문 및 자문변호사를 선임하고 운영진, 자원봉사자, 홍보 등 조직도 갖춘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 결집을 위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조지슨’을 선임하기도 했다.

내일(29일 )자로 예정된 DB하이텍 주주총회에서 분사 안건 통과는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의 소액 주주 비중은 75.15%로 그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최대주주 DB아이엔씨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약 17.85%의 지분을 소유해 최대주주가 지배력을 행사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총회에서 8.34% 지분을 소유한 제2대 주주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