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파운드리 분사 위한 빌드업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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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파운드리 분사 위한 빌드업은 아닐까?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3.27 1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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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국내 유일 파운드리 특화 사업장 될 것”
-“분사 없이 TSMC 따라잡기 어려워...파운드리 생태계 맞대결 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략 비중을 메모리에서 파운드리로 확대하는 추세다. 생산설비는 물론, 첨단 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쏟아붓고 있으며 고객사 수주 확보를 위해 발이 닳도록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리는 동안 TSMC가 가만히 두고 볼 리는 없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설비투자는 54조원 규모로, 업계에 따르면 이중 파운드리에 투입되는 규모는 15조원가량에 달한다. 4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매년 파운드리에만 쏟는 TSMC와 도저히 격차를 좁힐 수 없는 배경이다.

이는 종합반도체회사인 삼성의 한계로 지적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설이 잊힐 만하면 다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 정통한 국내 한 반도체 전문가는 <녹색경제신문>에 “삼성의 파운드리 분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봤을 때 회사 내부에서도 분명히 필요한 전략이라는 얘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조금씩 준비작업을 진행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화성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화성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최근 용인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대규모 투자 계획에 시선이 쏠린다. 정부는 이곳이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은 20년간 총 300조원을 이곳에 투입하기로 했다. 아직 회사측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없지만, 반도체 제조공장만 총 5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300조원이라는 금액이 아니다. 20년간 300조원이면 연평균 15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삼성이 파운드리 설비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별히 투자액을 늘린다기보다는, 기존 투자 기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한희철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공학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용인 첨단반도체산업단지 투자 계획은) 예전부터 계속 나왔던 얘기이며, 솔직히 뭔가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본다”라며, “정부에서 홍보성격으로 발표한 측면이 있으며, 삼성전자도 시황이나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투자를 안 하고서는 따라갈 수 없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국내 부지 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은 국내 기흥·화성·평택·온양·천안 등 5곳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화성과 평택 사업장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공존하며, 기흥에는 파운드리와 LED(발광 다이오드) 라인이, 온양과 천안에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지가 들어서 있다.

이번에 신규 산업단지가 들어설 용인 부지는 총 710만제곱미터 규모로, 기흥·화성·평택 캠퍼스를 다 합친 것보다도 20%가량 더 넓은 수준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식화된 내용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용인에 구축될 제조공장 5개가 모두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용인 산업단지는 삼성전자의 국내 유일한 파운드리 특화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이 전문가는 “용인 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가 모두 구축된다면, 훗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됐을 때 그 거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관측했다.

[사진=TSMC]
[사진=TSMC]

아울러, 삼성은 용인 산업단지에 투입하는 300조원 중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150조원을, 나머지 150조원은 거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쓸 예정이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를 비롯해 우수한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등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기업 150곳을 유치하고 이들과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TSMC를 중심으로 한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와 정면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간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점들을, 실제 행동으로 개선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비전으로 파운드리 분사에 대한 가능성도 조금씩 점쳐진다. 삼성은 이미 DS(반도체 사업)부문 성과급도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구분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늘 ‘갑자기’는 받아들이기 거북하다. 그러나 천천히 준비과정을 쌓아놓고 신뢰를 구축한 전략은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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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기 2023-03-28 09:44:12
https://youtu.be/jG2an-p7G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