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잉여금 반영 시 자기자본 8조 넘어
위험투자 여력 늘어나…"리스크 관리 주력"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카카오뱅크 매각분에 대한 배당금 1.6조원을 지급하면서 지분 인수과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2월 그룹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27.18%를 인수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부터 각각 지분 4%, 23.18%를 약 3.4조원에 매입했다.
한국금융지주는 같은 날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매각자금 일부를 납입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 22일 주당 63만원, 총 1조665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으로 나머지 매각자금을 지급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별도 기준)은 6조55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305억원(3.6%) 증가했다. 한국금융지주의 유상증자 만이 반영된 결과다.
이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부터 수취한 현금 배당금이 모두 자본으로 인식될 경우 자기자본 규모는 약 8.1조원으로 계산된다. 현 회계기준에 따라 종속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은 당기손익(이익잉여금)으로 인식된다.
회사 관계자는 “배당금을 모두 자본으로 처리할 수 없다. 관련 회계처리를 통해 정확한 자기자본 규모를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카카오뱅크 인수효과로 증권업계 자기자본 순위에도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1위는 여전히 미래에셋증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9조955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을 밀어내고 2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6조8525억원으로 배당금 수취 전 한국투자증권보다 약 3000억원 더 크다. 지난해 3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영향이다.
건전성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회사의 대표 건전성지표 순자본비율(NCR)은 2038.20%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230%p 증가한 규모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20배 넘게 웃돈다.
배당금 수취에 따라 영업용순자본이 증가할 경우 추가적인 NCR 지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만큼 위험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발행어음 한도가 확대되면서 유동성 대응역량을 한층 제고할 수 있다. 현 규제상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200% 한도에서 발행할 수 있다. 자본 확충 시 3조원가량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회사의 발행어음 잔액은 10조5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레고랜드 사태 등에 하반기 발행을 늘린 탓이다. 전체 자금조달 실적 중 차지하는 비중은 16.12%로 RP매도(17.28%) 다음 두 번째로 높다.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김기필 실장은 “비우호적 산업환경에 따른 수익성 저하 가능성, 부동산 경기저하에 연계된 우발부채 현실화와 관련 자산 건전성 저하가능성 등 부담요인이 존재한다"며 "다만 금번 자본증가효과로 인해 한국투자증권은 우수한 수준의 자본적정성 지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회사는 늘어난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IMA(종합금융투자계좌), M&A(인수합병) 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길 것 같으니 IMA를 하게 되면 좋을 것”이라며 “계열사 내에서 움직였으니 현금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M&A는) 좋은 회사가 나오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경영환경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어려울수록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며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자산가격 하락, 부채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