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금’이다…금융시장 신뢰 잃은 투자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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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건 ‘금’이다…금융시장 신뢰 잃은 투자자 몰려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3.2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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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선물 가격 2000달러 돌파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몰려
[출처=Unsplash]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안전자산인 '금(Gold)'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수익률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다만 시장 불안이 해소될 경우 과도한 상승 폭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귀금속 가격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8일을 기점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4월물 금, 은 선물 가격은 8일 이후 각각 9%,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89% 하락했다.

지난 2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선물 가격은 장중 2000달러 돌파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다만 다음날 수익실현에 나선 매물이 쏟아지며 가격은 이날 대비 2% 하락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이 크다. 지난 8일 미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뉴욕 소재 시그니처뱅크 파산,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경영위기 등 악재가 잇달아 휘몰아쳤다. 

파장은 여전히 강력하다. 미국 내에선 중소형 은행사에 대한 파산 우려가 꺼지지 않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주 퍼스트리퍼블릭을 비롯한 지역 은행 6곳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검토 의견을 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는 전체 예금 70%가 연방예금보험공사 보호 대상이 아니고, 지난 연말 기준 매도가능증권 미실현 손실이 4억7000만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무디스는 밝혔다.

최근 1달간 4월물 금, 은 선물 가격 추이.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8일을 기점으로 상승했다. 21일 FOMC 회의를 앞두고 주춤하고 있다. [출처=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러한 여파에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3일 하루 동안 60% 빠졌다. 회사는 즉각 미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 등 대응에 나서며 하락 폭을 간신히 방어했다.

또 유럽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이 치명타를 입었다. UBS의 CS 인수를 승인하면서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이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처리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100% 손실을 보게 되는 조치다.

이에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투자수요도 주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1~20일) 전체 채권 회전율은 9.87%로 나타났다.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비율이 낮다는 건 투자자 간 거래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배경에 길잃은 국내 투자자들은 금으로 몰렸다. 21일 종가 기준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ETF의 지난 1주일 수익률은 17.07%를 기록했다. 거래소에 상장한 전체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이를 뒤따라 ▲‘KODEX 은선물(H)’ 12.69% ▲‘TIGER 금은선물(H)’ 8.02% ▲‘TIGER 골드선물(H)’ 7.90% ▲‘KODEX 골드선물 (H)’ 7.84% 수익률을 기록했다. 동기간 5개 금·은 ETF 누적 거래량은 500만 건을 넘었다.

다만 가격하방 요인이 부재하는 건 아니다. 시장은 한국시각 23일 새벽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미 연준이 금리동결이 아닌 인상을 결정하면서 위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낼 경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꺾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블룸버그가 이달 10~15일간 경제학자 4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금리전망에서 응답자 80.5%는 25bp(1b=0.01%p) 인상을 예상했다.

키움증권 심수빈 연구원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다소 확대된 가운데 이번 주 미 연준의 FOMC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기대와 안전자산 선호심리 속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최근 상승을 일부 되돌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아직까지 긴축환경으로 금 가격의 강한 추세적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은행뱅크런 이슈가 불거진 만큼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에 대한 매력은 이전보다 높으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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