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스] LH 미분양 주택 매입, 문제는 가격...자칫 수조원 혈세 낭비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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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스] LH 미분양 주택 매입, 문제는 가격...자칫 수조원 혈세 낭비할 판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3.01.2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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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대통령 "미분양 주택 공공매입 검토" 지시...국토부, 7.3조원 집행 계획
- LH, 평당 3300~4620만원에 미분양 주택 사들여...SH가 공개한 분양원가는 평당 1100만원대
- LH, 평당 건축비보다 3~4배 더 주고 매입...보유 주택 공가수는 5년만에 3배, 부채는 150조원 넘게 늘어
- LH 약정매입, 건설자금 저리 지원, 택지공급 인센티브, 세제혜택까지 제공...'수지맞는 장사'
- 경실련 "비리가능성 약정 매입보다 최저가 입찰·경매로 합리적 가격에 매입해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자 정부가 공공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도 볼 수 있으나, 지나치게 오른 집값을 혈세로 떠받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는 매입 가격이다.

1억원에 살 수 있는 집을 2억원에 사들이게 되면 매입 주택 수량은 절반으로 줄고, 공공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되거나, 공기업 부채증가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공공매입을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한준)의 경우 퇴직한 직원들과 현직에 있는 직원들이 현행 약정매입 방식을 활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해 실형을 선고 받은 사례도 있어 부패, 비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업무보고에서 공공매입 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국토부는 7조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지시 직전에 LH가 매입한 미분양 주택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정황이 드러났다. 자칫 7조원이 넘는 혈세의 낭비와 함께 지난 정부에서 폭등한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단체는 약정매입방식이 아니라, 최저가 입찰제와 같은 제도를 통해 거품을 제거한 가격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尹대통령 "미분양 주택 공공매입 검토" 지시...국토부, 7조2900억원 집행할 계획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만여채도 안됐던 미분양 아파트가 작년 말에는 6만여채에 육박할 만큼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0만 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가 건설업체의 줄도산 예방을 위해 공공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초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이 이를 지시함에 따라 국토부는 최대 7조29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토교통부·환경부의 '2023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가운데 약 1조2000억원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추가 재원으로 활용해, 올해 매입임대주택 3만5000가구 공급을 위해 편성된 주택도시기금으로 6조763억원에 이를 더하면 총 7조29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는 국회의 동의없이 집행할 수 있는 금액이다. 

LH, 평당 3300~4620만원에 미분양 주택 사들여...SH가 공개한 분양원가는 평당 1100만원대

LH가 최근 매입한 미분양 주택의 매입가는 SH가 공개한 분양원가보다 서너배가 비쌌다. LH가 SH와 비슷한 가격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이렇게 혈세를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LH는 지난달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총 79억4950만원에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인에 따르면 '시세에 비해 약 30% 정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수차례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도 실패해 매매가 할인에 들어간' 단지다. 

가구당 매입가는 2억1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1㎡당 약 1100만원, 1평(3.3㎡)당 3300만원에 매입한 셈이다. 

LH가 이에 앞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안틸리아 자양(전용면적 25㎡ 28실)'을 가구당 3억4200만원에서 3억5700만원에 사들였다. 평당 매입가는 무려 4620여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는 그 동안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김헌동)가 공개해왔던 분양원가와 비교해보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 SH가 최근 공개한 고덕강일지구 4단지(평당 1134만5000원), 8단지(1170만3000원), 12단지(1244만2000원)과 비교하면 3배에서 4배에 달한다. 강동구 고덕동이 강북구 수유동에 비해 땅값이 싸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LH의 매입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SH가 공개한 고덕강일 4단지, 8단지, 12단지의 분양원가 내용 일부 [자료=SH]

SH가 평당 1100만원~1200만원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면 LH도 그 정도의 가격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LH는 자기가 지을 수 있는 가격의 3~4배를 주고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 셈이다. 

더구나 LH나 SH는 주택매매업체가 아니라, 건설공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주택 서민들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LH "임대주택 건설로 부채 150조원 넘는다"며 평당 건축비보다 3~4배 더 주고 매입...보유 주택 공가수는 5년만에 3배로 늘어

지난해 LH의 부채는 150조3000억원으로 모든 공공기관 중 가장 많다. LH는 부채가 늘어나는 이유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지목해왔다.

LH가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합공공임대주택 한 채를 지을 때마다 LH 부채 계상액은 지난해 기준 평균 2억2400만원 증가했고, 통합공공임대주택 건축비는 평당 1213만원이다. 정부지원액은 평당 823만원으로 그 차액만큼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LH의 주장이다. 

그런데 자기가 지을 수 있는 단가(평당 1213만원)보다 서너배씩 퍼주고 미분양주택을 사들이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만일 공공임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모자란다면 매입을 해서라도 공급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LH가 보유한 임대주택이 임대가 안돼 놀고 있는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기 LH가 홍기원 의원실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비어있는 LH의 매입임대주택은 지난해 6월까지 5229가구로 집계돼 2017년 공가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LH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 공가 추이 [자료= LH, 정리= 녹색경제]

연도별 공가수는 2017년 1822가구, 2018년 1920가구, 2019년 2683가구, 2020년 4596가구, 2021년 4283가구, 2022년(상반기) 5229가구로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별로 쓸모도 없는 주택 재고를 늘리는데 7조원이 넘는 혈세를 쓰겠다는 얘기다. 

▲LH 약정매입, 건설자금 저리 지원, 택지공급 인센티브, 세제혜택까지 제공

LH는 미분양 매입외에도 약정매입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하기도한다. 민간 건설업자가 집을 짓기도 전에 LH가 집을 사주기로 약정하고 업자가 건설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LH가 건설자금을 1%의 초저금리로 선금을 지원하고, 총 사업비의 90%까지 저리로 대출도 해준다. LH가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 가점과 우선공급권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취득세를 감면하는 등 세제혜택도 제공한다. 

한마디로 말해 매입약정업체로 지정받으면 수지맞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퇴직한 LH직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는 경우가 있었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LH는 지난달 이같은 전관예우를 차단하고 통제장치와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등 청렴서약식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비리의 가능성을 서약식같은 요식행위로 개선하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사진=녹색경제]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사진=녹색경제]

경실련 "비리가능성 약정 매입보다 최저가 입찰·경매로 합리적 가격에 매입해야"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저가 입찰 또는 경매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1억원에 지을 수 있는 집을 왜 2억원에 사들이냐"며 "집값이 이전 정부에서 2배 가가이 올랐는데, 시세를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주는 것은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약정 매입 방식은 미리 짜고 이익을 보장해주기 쉽기 때문에 비리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최저가 입찰 방식이나 경매방식을 통해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매입해야 공공임대 확대로 인한 부채 증가를 막고, 공공임대를 적극 확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LH 투명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을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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