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ESG경영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자기진화 과정...이해관계자와의 긴장된 균형이 핵심”...김경식 고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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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ESG경영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자기진화 과정...이해관계자와의 긴장된 균형이 핵심”...김경식 고철연구소장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3.01.12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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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경영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자기진화과정...이해관계자와의 긴장된 균형이 핵심"
- "발전·철강산업이 가장 탄소배출 많아...궁극적으로 무탄소 발전 국가가 돼야"
-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중요한 것은 ESS 확대....민간 투자 필요"
- "재생에너지 공급만 보는 정책은 한계...지속가능성·실현가능성을 짚어야"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高哲,古鐵)연구소장은 현대제철 임원(전무, 기획실장) 출신 ESG경영 전도사로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0년까지 현대차그룹에서 30년 넘는 세월을 일했고,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전력분야와 제철분야에서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한다.

고철연구소를 방문해 처음 받는 인상은 '책이 빼곡히 쌓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 도중 김경식 소장은 많은 책들을 인용했는데, 펼치는 페이지마다 밑줄이 쳐져 있어 막대한 독서량을 짐작케한다. 특히, 경제사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김경식 소장은 “ESG경영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자기진화 과정"이라며 "이해관계자와의 긴장된 균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al)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과 조직을 기획으로 소개한다...<편집자 주(註)>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연구소장 [사진=녹색경제]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연구소장 [사진=녹색경제]

"ESG경영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자기진화과정...이해관계자와의 긴장된 균형이 핵심"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오랜 세월을 두고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해왔다.

21세기 들어 금융자본가들이 발견한 가장 심각한 위기는 바로 '기후환경위기'다.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투자펀드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기후환경에 대한 대응과 사회적 공헌, 투명한 지배구조가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ESG는 다른 의미로 '기업(E)이 지속가능(S)하기 위한 가이드(G)'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이해관계자와의 긴장된 균형, 즉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면서도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언론과 시민단체의 기능이 중요하다. 

"발전·철강산업이 가장 탄소배출 많아...궁극적으로 무탄소 발전 국가가 돼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가 발전과 철강산업이다. 

철강산업의 경우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없애려면 수소환원제철을 해야 하는데, 다른 기술적인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더라도 '그린(GREEN) 수소(청정 수소)'가 확보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철강생산은 어렵다. 

그린 수소는 물을 분해해서 얻게 되는데, 물을 분해하는 전력원이 무탄소전원이면 그린 수소로 분류한다.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소사회로 가야 하는데, 탈석탄, 탈화석을 통해 무탄소 발전 국가가 돼야한다. 

철강산업에서 탄소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철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당초에는 고로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고철을 사용했지만, 기후위기가 부각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철사용을 늘렸다. 그렇지만 고철 투입비율이 15%를 넘기면 제품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고 고철가격이 인상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가스가격이 저렴한 지역에서는 DRI(직접환원철)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다. 

현재 생산량을 기준으로 포스코는(약 3800만톤) 약500만톤, 현대제철(약 2300만톤) 300만톤의 그린 수소가 필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탄소 전원이 그만큼 더 확보돼야 하고 화석연료 발전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중요한 것은 ESS 확대....민간 투자 늘어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ESS(에너지저장장치)가 관건이다. ESS가 대량으로 확대되려면 민간자본의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 자본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장구조다. 

한국전력공사가 송·배전은 물론, 도매와 소매시장까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전기 소매 경쟁 시장을 안만드니 투자가 안되고 투자가 안되니 기술발전이 안된다.

정부의 전력정책은 정량적 목표 수치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안 보인다. 예컨대 청정 전력이 필요한 수요자가 있다면, 청정 전력을 원할 때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스마트 그리드(GRID)라고 하는데, 이 핵심장치가 ESS다.

단순히 생각해서 민간이 배터리(ESS)와 AI(인공지능)가 있으면 (수요가 적을 때) 전기를 사서 수요가 많을 때)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 이같은 거래가 이익이 된다면 자본이 투자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기술발전이 따른다. 청정 전기에 대한 수요는 이미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것은 한전 민영화와는 다른 얘기다. 한전이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전력소매시장의 개방이다. 이를 위해 전력망을 개방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대다수의 국가들은 전력소매시장이 개방돼있다. 우리나라만 예외다. 궁극적으로 수소사회로 가야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생존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면 멸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기업들의 총체적 위기를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산업의 기회로 볼 수도 있다. 시대의 흐름이 탈탄소로 가고 있는데, 먼저 준비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면 다음 시대의 주도권을 우리가 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공급만 보는 정책은 한계...지속가능성·실현가능성을 짚어야"

지금까지 정부와 많은 시민단체들은 공급의 관점으로만 에너지정책을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공급하느냐의 관점에서 목표 수치만 높일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실현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다.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망을 개방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환, 수소사회, 더 나아가 RE100(재생에너지 100%) 등은 모두 실현하기 어려운 얘기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원년이었던 2004년 이후 20여년이 지났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8%에 그친다(2020년 기준). 태양광, 풍력의 국내 제조 기반과 기술 경쟁력이 미비하다. 이유는 재생에너지를 판매할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없으니 경쟁이 없고, 경쟁이 없으니 노력할 필요가 없다. 노력을 안 하니 쇠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기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한전의 송배전 전력망을 개방(민간에 유료 대여)해 재생에너지 판매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한전의 전력망을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이들 간의 경쟁이 벌어지고, 이같은 경쟁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생산성이나 답보상태에 있는 ESS 관련 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늘릴지가 아니라, 시장을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유럽·미국이 2030년 목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70~80%까지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전력망 개방으로 민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겸 고철(高哲,古鐵) 연구소장은 서강대에서 화학공학, 연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한국ESG학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당진제철소 건설시 홍보책임자로 일했다. 기업 오너를 보좌하면서 배운 ‘기업이 국력이고 복지’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ESG 경영’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푸른 연금술사'(공저), '사람 중심 ESG를 말한다'(공저) 등이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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