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리더스]논리의 리더십으로 원전 암흑기 이겨낸 정동욱 전 원자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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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더스]논리의 리더십으로 원전 암흑기 이겨낸 정동욱 전 원자력학회장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10.2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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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에서 APR-1400 개발 참여...김대중 대통령에게 친서 받아
- 차분한 설득력으로 탈원전 막아낸 논리의 리더...“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되 기저전원은 원전이 맡아야”
- “가장 시급한 것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처분 문제...경쟁 구도 도입해 친환경, 경제성,안전성 동시에 잡아야”

- “차 안에서 별 보며 하룻밤 보내는 것이 로망”...공학 연구자로 후진들 존경 한몸에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 조직 등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편집자 주(註)>>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겸 원자력학회장 [사진=녹색경제]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녹색경제]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가장 힘든 시기에 원자력학회 학회장직을 맡아 '차분하고 꼼꼼한 논리'와 '탄소중립에 대한 진심'으로 원자력발전의 입지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소중립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열쇠인 만큼, 원전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달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서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2.8%로 상향했다. 이달부터는 10차 전기본 전략환경영향 평가가 시작된다. 

정동욱 교수는 제33대 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9월1일부터 지난 8월까지 제34대 원자력학회장 임기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후진양성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심경을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신형경수로1400 표준설계 인가 쾌거...감사와 치하의 마음"

지난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APR-1400 개발 관계자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직접 감사와 치하의 마음을 담아 친필서한을 보냈다. 정동욱 교수도 김 전 대통령의 친필서한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서한에서 "원자력 기술이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차세대 원자로에 이어 개발될 미래형 원자력발전소 시장에도 본격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인류의 유용한 에너지인 원자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면서 "원자력이 더욱 안전한 에너지로 국민들에게 친군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힘써 주기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APR-1400은 3세대 가압경수로형이다. 아랍에미리트 연합에 건설된 바라크원전 1~4호기가 APR 1400이다. 

탄소중립에 진심...차분한 논리와 설득력

정 교수는 원전 만능론자가 아니다. 그는 평소에 '에너지믹스(MIX)'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한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재생에너지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인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기저전원으로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205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탈화석을 위해서는 원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가 학회장 임기 중에 유럽연합(EU)는 원전을 그린택소노미(친환경 분류체계)에 포함시켰는데, 그는 이미 이를 예견하고 있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탈석탄·탈화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간헐성을 지닌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고, 기저전원인 원전과 함께 전력 비중을 구성해야 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를 주장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 문제...경쟁 구도 도입해 친환경, 경제성,안전성 동시에 잡아야”

그는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을 잘 알고 있고, 대체로 수용한다. 

가장 큰 쟁점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처분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발 더 나가 경제성까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계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자력계는 건설·운용 분야와 해체·사용후 핵연료 처리·처분 분야로 크게 나뉜다. 

이전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확대하던 시기에 건설과 운용분야는 상당한 곤란을 겪은 반면, 해체와 폐기물 처리 분야는 상대적으로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지금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처분을 두고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그는 "이전에 비해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과 처분비용이 모두 내려가고 있다"며 "이는 두 분야의 경쟁구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처분과 처리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경제성을 포기하면 안된다"면서 "기저전원은 경제적으로도 우월성을 유지해야 존재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현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긍정적...원전생태계 회복 관점에서 각 부처 유기적 협력해야”

지난 8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정 교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원자력이 무탄소 전원으로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 최대치"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을 추가 확대하려면 신규부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이전 정부에서 삼척과 영덕의 두개 부지를 취소했기 때문에 현재 원전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부와 한수원이 화력발전을 줄이고 2050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늘리고자 한다면 추가부지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중요 과제이자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SMR 개발 예산이 매우 적게 책정됐다. 다른 주요국들의 SMR 개발 예산이 대부분 1조원 규모 혹은 그 이상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 교수가 이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전형적인 '공대 오빠'인 그는 정확하고 꼼꼼하고 정직하다.

그리고 소박하다. 전기차를 승용차로 쓰는 그는 "별을 보며 차에서 하룻밤 보내는 게 버킷 리스트"라고 말하곤 한다. 

그같은 성품으로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가 5700여명의 원자력학회 회원들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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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2022-10-27 09:06:38
정동욱 교수님께서는 대한민국 원자력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더십 중 한 분이십니다. 정동욱 교수님의 노고와 헌신에 항상 깊이 감사하며 한참 어린 후배로서 언제나 크게 존경합니다. 앞으로 더욱 한국 원자력을 혁신하고 지속 성장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