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前 DJ는 원전의 미래를 꿰뚫어 봤다"...정동욱 원자력학회장, 친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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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前 DJ는 원전의 미래를 꿰뚫어 봤다"...정동욱 원자력학회장, 친서 공개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11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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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 [사진=녹색경제]

20년전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원자력발전 개발을 격려한 친서가 나왔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겸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은 10일 <녹색경제신문>에 2002년 김 대통령에게 받은 친서를 전했다. 

정동욱 교수는 당시 미국 MIT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원전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친서에는 시대를 앞서 원전의 미래를 꿰뚫어 보는 김 대통령의 혜안이 담겨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원전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었다. 경제성에만 주목하며 '원전의 르네상스'를 외치며 안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20여년 전 김 대통령은 한장의 친서에서 3번에 걸쳐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친서 말미에는 '인류의 유용한 에너지인 원자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우리의 원자력이 더욱 안전한 에너지로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더한층 힘써 주시기를 당부'하며 안전을 강조했다. 

실제로 원전 개발은 안전도 향상을 기준으로 발전이 이뤄졌고, 세대를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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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APR1400, 사고 사례 없어...내진 설계값 진도 7.0

친서에 언급된 APR1400은 흔히 한국형 경수로 모델로 구분되는 3세대 원전이다. 수명은 60년이고, 내진 설계값이 진도7.0에 이른다. 현재는 안전도를 더 높인 개량형 모델 APR1400+가 개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탈원전 붐을 일으킨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은 1967년 착공해 1971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2세대 초기 모델이다. 안전도 관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3세대 원전은 아직까지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원전은 3세대+가 대부분이고, 최근 EU택소노미에서 개발을 독려한 4세대 원전은 물 대신 용융염 등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원전은 중요한 조연, 60% 넘는 화력발전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무탄소전원으로 대체해야 RE100 달성할 수 있어"

정동욱 교수는 "최근 일반에 널리 알려진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원전으로 현재 60%를 넘는 화력발전을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화력발전을 대체해 재생에너지가 주연이 되더라도, 기저전력부문을 감당하는 원전이 조연 역할을 해야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있고, 실제로 RE100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우려가 많다. 따라서 처분장을 2050년 이전까지 서둘러 건설해야 한다"며 "물론, 완벽한 안전이란 없다. 스웨덴의 처분장 연구에 의하면 폐기물 유출로 영향이 나타나려면 약 5만년이 걸린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30년안에 달성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위원회에 이어 한국원자력재단 이사장에 또다시 탈원전을 주장했던 인사를 임명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정 교수는 "김 대통령이 친서에 언급했듯이 원자력 연구는 소명의식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탄소중립은 정치나 이념을 떠난 모든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원자력학회 회원만 하더라도 5800여명인데, 정부의 의사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돼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 친서 전문(全文)

대한민국 대통령

친애하는 정동욱님께,

하루하루 초록이 깊어 가는 생동의 계절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정동욱님께, 그리고 이번에는 ‘신형경수로1400’ 표준설계 인가의 쾌거를 거두신 정동욱님께 감사와 치하의 마음을 전하고자 이렇게 서신을 보냅니다.

이번에 개발된 원자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이 한 차원 향상되고 용량도 40%나 증가된 차세대 원자로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과 운용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전세계에 알리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정동욱님을 비롯한 원자력 관계자 여러분의 철저한 소명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원자력 기술이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가 차세대 원자로에 이어 개발될 미래형 원자력발전소 시장에도 본격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류의 유용한 에너지인 원자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정동욱님께서 우리의 원자력이 더욱 안전한 에너지로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더한층 힘써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다시 한번 정동욱님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리며, 가정에도 늘 건승과 행복이 넘치기를 빕니다.

2002년 5월 16일

대통령 김대중

김대중 대통령이 정동욱 당시 한전기술개발 부장에게 보낸 친서 [사진=정동욱 교수]
김대중 대통령이 정동욱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보낸 친서 [사진=정동욱 교수]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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