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K·택소노미, 정치·이념·진영 빼고 소통해 사회적 합의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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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칼럼]K·택소노미, 정치·이념·진영 빼고 소통해 사회적 합의 이뤄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1.04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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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다. 이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 목록을 설정하는 분류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여기에 포함되면 정책이나 금융 지원을 보다 쉽게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여기서 제외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분류가 잘못되면 친환경인데도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거나,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대폭적인 정책과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K택소노미를 둘러싼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무엇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소통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충분히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 객관적 기준이 없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좌초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K택소노미, 2050탄소중립 성패 가를 열쇠...EU, 원전 이견 못 좁혀

K택소노미는 향후 에너지전환 과정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열쇠다. 만일 이 열쇠를 잘못 만들면 에너지전환도 탄소중립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형분류체계(K·TAXONOMY)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는 이유는 LNG가 이전에 없던 '전환부문'이 신설되면서 분류체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 [사진=기후솔루션]

환경부(장관 한정애)가 30일 원전을 제외한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기후환경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은 양이원영 국회의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지난 28일 "액화천연가스(LNG)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LNG 발전은 석탄발전의 70%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에너지 인프라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고착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K택소노미가 잘못 만들어지면 '그린 워싱(위장 친환경)'을 조장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도 분류체계(EU TAXONOMY)를 두고 대립하면서 당초 지난 8월 확정될 예정이었던 분류체계가 계속 미뤄지더니 해를 넘기게 됐다. 그렇지만, 국가별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원자력발전이다.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와 영국·프랑스 등 나머지 국가들간의 합의가 미뤄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LNG와 바이오매스 등 화석연료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韓, 기후위기 대응 위한 소통채널 부재...'답·정·너'

반면 한국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없어 국내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다.

대체로 환경단체들은 그들끼리 소통하고 그들과 친한 정치세력과 연대한다. 이념적으로 진보에 가깝고 태양광·풍력에 집중한다. 

반면, 산업계와 원자력 공학계는 이념적으로 보수성향을 띄면서 탈원전에 반대한다. 

그런데, 기후와 환경은 정치세력이나 이념, 진영을 따지지 않고 인류의 생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다. 

환경단체들과 진보진영에서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탈석탄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쪽을 취재하다보면 서로 자기 주장만 하지 말고 상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설득하면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소통 채널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전담하기 위해 지난 5월 대통령 직속으로 '2050탄소중립위원회(민간위원장 윤순진)'를 설립했다. 하지만, 탄중위에는 원자력공학을 전공하거나 에너지공학을 전공자가 없다. 

답을 정해놓고 위원회를 구성하다보니 소통이 없고, 지속가능한 합의를 이루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구조다. 요새 줄임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인 셈이다. 의견 수렴은 한다고 하는데, 정작 소통이 안 보인다. 

탈핵론자들은 '2030탈석탄'과 함께 탈원전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태양광·풍력 100%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성으로 인해 지금보다 비중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모를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정동욱 교수 [사진=녹색경제]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녹색경제]

간단한 사실조차도 서로 주장이 달라 소통이 없음이 입증된다. 대부분의 탈핵론자들은 원전건설에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조속한 탈석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너지 공학계에서는 서두르면 원전건설에 5년 정도 걸린다고 말한다.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만일 신한울 3, 4호기가 당초 예정대로 건설됐다면 지금 준공을 코앞에 뒀을 것이라는 것이 원자력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도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의 답변이다. 

실제로 총 사업규모 90조원의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1호기 착공이 지난 2012년 11월, 준공이 2018년 3월로 건설기간은 약 5년 5개월 걸렸다. 객관적으로 보면 원전건설에 12년이 걸린다는 말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환경단체나 환경학자들이 주장하는 원전 부정론은 유럽이나 미국에서의 환경운동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학계에서는 한국형 경수로 원전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안전하고 경제적으로도 2배 이상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경수로 원전이 사고가 나서 인명이 상한 경우는 아직 없다. 

EU택소노미가 원전 인정하면 K택소노미에도 반영?...정치논리 배제가 우선

만일 다음달에 EU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인정해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 한국도 이를 따라야 할까? 혹은 따를 수 있을까?

최근 유럽의 전기요금은 1000KWH당 400 유로(약 65만원)를 넘었다. 특히 독일은 석탄발전 비중이 절반을 넘어 유럽에서도 가장 석탄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가장 비싼 주택용 저압의 경우 약 26만원이다. 주택용 고압은 20만원 정도다. 약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런데, 이는 한전의 막대한 적자누적으로 고스란히 쌓이고 있다. 실제로 대선이 끝나는 2분기 이후 10%이상의 전기요금, 가스요금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한 국가의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달성 실패는 한 국가의 피해로 그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대가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대가는 미래세대가 대부분 감당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자기들 주장'만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힘들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회적합의가 없다면 각자도 우리사회 전체도 한걸음 나가기가 어렵다는 사실만 깊이 깨닫게 될 수 있다.

만일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나 특정 정당의 의지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K택소노미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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