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 ‘경제 사령탑’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다음주 방한을 예고한 가운데 LG화학만 콕 찝어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을 만난 것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및 자동차 공급망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며 "옐런 재무장관의 LG화학 방문을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공급망 협력 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LG화학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오는 19~20일 한국 방문 기간 중 서울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경영진과 만난다.

옐런 장관은 LG사이언스파크 내 LG화학 연구동의 2차전지 소재 연구소실과 기술 개발 성과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옐런 장관의 방문이 배터리 분야에 국한한 만큼 안내 및 미팅 등 전반을 책임질 계획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주회사 대표로서 인재육성 등에 집중하고 있어 옐런 장관 방문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신학철 부회장은 구광모 대표가 지난 2018년 취임 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CEO(최고경영자)다.

옐런 장관 방문은 배터리 분야 국한돼...구광모 LG 대표는 관여하지 않아

LG 관계자는 "옐런 장관은 개별회사 LG화학 방문이기 때문에 CEO 주도로 진행한다"며 "LG그룹은 자율 책임경영이 오래 전부터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융복합 연구단지로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9개 계열사가 모여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지난 2018년 처음 문을 연 이래 LG그룹의 R&D(연구개발) 허브로 성장을 계속해 왔으며 연면적 기준 축구장 152개 크기와 맞먹는 시설에 협력사, 스타트업까지 2만 여명이 근무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 단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LG화학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하이니켈 양극재, 분리막, 탄소나노튜브 등 핵심 소재는 물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 소재를 옐런 장관에게 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옐런 장관은 한국과 미국의 '배터리 동맹' 구축과 함께 미국 배터리 소재 기업과의 투자 강화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 측은 “LG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포함해 미국 제조업에 상당한 투자를 발표했다”고 방문 배경을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6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규모 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의 지분 2.6%를 확보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총 3억 달러(약 39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녹색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배터리 소재 분야에 전액 투자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 합작 및 단독 공장을 포함해 5개의 공장을 증설 또는 건설 중이다. 다만 애리조나 퀸크릭에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짓는 원통형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은 환율 급등 등에 따라 투자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옐런 재무장관이 방한하는 것은 배터리 분야가 반도체와 함께 '한미 경제동맹'의 한 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배터리 분야에서 CATL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미국 입장에서 껄끄러운 상대로 부상했다. 

한국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미국 기업과 조인트벤처(JV)를 속속 설립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의 완성차 업체에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LG화학은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미국 자동차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전구체, 양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전반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