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 대통령, 초심 지키려면 레드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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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 대통령, 초심 지키려면 레드팀 필요하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7.14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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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최근 지지율 30% 대로 추락...'레드팀' 검토할 필요 있어
- 국민 "정권 바뀌었는데, 바뀐 게 없다"... 공무원 "너무 한가하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사진=윤석열 인스타그램]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3월4일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윤석열 대통령은 넉달 후인 6월29일 국민기자회견을 갖고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년전 오늘, 尹 "부동산 정책은 이권카르텔의 지배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의 주거권리와 미래를 지켜내는 헌법정신 수호의 문제"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SNS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보름 후인 작년 7월14일에는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스크랩한 첫번째 기사였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SNS 화면 캡처]
[사진=윤석열 대통령 SNS 화면 캡처]

부동산정책 실패는 지난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반면 집 한채도 없고 부동산부패 수사 경험이 많았던 윤 대통령에게는 확실한 강점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뛰어올랐다. 임대인, 임차인 모두 분노하고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청년과 서민들은 좌절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정책은 이권카르텔의 지배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의 주거권리와 미래를 지켜내는 헌법정신 수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후 김헌동 SH 사장은 여러 매체와 이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여러번 진행했다. 

최근 만난 김헌동 SH 사장은 "당시 윤 대통령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부동산 부패 카르텔에 대해 얘기한 기억이 있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다수의 부동산 부패 사건 수사 경험으로 공감대가 깊었다"고 회고했다. 

김헌동 사장은 당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저격수로 알려질 만큼 이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고,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대안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 중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지만, 그는 다주택자들을 위한 세제와 대출 특혜를 중단하고, 주택공기업들이 분양원가 공개를 비롯해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과,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등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실제로 SH의 경영을 맡은지 한달만에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했고, 자산 공개와 설계도면 등 공공정보 개방을 실천하면서 SH에 대한 서울시민의 기대와 신뢰를 크게 높이고 있다. 

▲ 尹 최근 지지율 30% 대로 추락...'레드팀' 검토할 필요 있어

윤 대통령은 그가 약속한 대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크게 유념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 보고 간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면 대통령 권력에 누수가 생길 수 있고, 국정 운영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언론의 입장에서 아직 취임 초기인 윤 대통령과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은 조심스럽다. 

다만,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초기에 이처럼 낮았던 적이 없었고, 특히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13일 대통령실은 "사실 무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사실 '레드팀' 구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일, 문재인정부가 '실패한 정부'로 규정된다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측근이 없었다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부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나라 태종이 고구려 정벌에 실패한 뒤 '위징(당태종에게 쓴 소리를 했던 충신)'을 아쉬워했던 것처럼 최고 권력자는 '독선'과 '아집'을 스스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만큼 정책적 행보로 이를 만회해야 하는데, 정책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주택정책을 맡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원희룡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 흔치 않은 정치권 인사이자 행정 경험을 갖춘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취임한지 두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정책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예컨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왜 분양원가와 실제 자산을 공개하지 않는지, LH가 연관된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증을 갖고 원 장관의 입만 쳐다본 지가 벌써 두달째다. 

물론, 두달이 아니라 2년도 결코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은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닌 윤석열 대선캠프의 핵심 인사인 원 장관이 그 일을 맡게 된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뿐 아니라, 비상한 상황인 만큼 장관들도 '레드팀' 구성을 검토해보길 권하고 싶다. 

국민 "정권 바뀌었는데, 바뀐 게 없다"... 공무원 "너무 한가하다"

최근 만난 한 친구는 "어렵게 정권을 바꿨는데, (현실은) 뭐가 바뀐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공직에 있는 한 지인은 "할 일이 없어 너무 한가하다"고 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공무원, 공공기관, 공기업은 그대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전 정부가 임명한 사람들 핑계를 댈 수도 있고, 장관 후보자들이 네명이나 낙마해 내각 구성에 어려움이 생겨서 일 수도 있다. 여소야대도 변명거리로 부족하지  않다. 

그렇다고해서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하고 또 이해해주면서 마냥 기다려야 하나? 그럴거면 정권을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윤 대통령은 민간·시장 주도 경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일일이 지적할 필요도 없이 국민과의 접점에 있는 대부분의 공공부문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오히려 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청와대를 나오고, 언론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며 도어스테핑을 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한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100마리의 양떼가 한마리의 양이 이끄는 100마리의 사자 무리를 이긴다'는 말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국민은 그런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김헌동 "공기업 주인은 국민...투명경영은 의무" ...공기업 혁신의 열쇠는 '투명 경영'

김헌동 SH 사장 [사진=녹색경제]
김헌동 SH 사장 [사진=녹색경제]

김헌동 사장은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분양원가, 실제 자산, 공공정보 공개 등 투명경영은 공기업의 당연한 의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투명경영'이 변화의 열쇠라고 그는 밝혔다. 

여기에 더해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자기가 한다. "사장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임직원들이 확실히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SH에서 기자는 '임직원들이 달라졌다'는 변화를 봤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기자 방문은 고사하고 전화만으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데, 이들은 그들이 하는 일을 알리기 위해 기자들에게 와달라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지난 정부의 실패를 초래한 LH를 비롯해 GH(경기주택도시공사)와 IH(인천도시공사) 등 수많은 건설공기업들은 작년부터 SH가 매달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수십조원의 숨겨졌던 자산을 공개하고, 건축도면과 토지도면 등 공공정보를 공개하는 동안 구경만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윤석열정부의 원희룡 장관 등도 '공기업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실히 알리고, 국민앞에 투명한 공기관과 공기업으로 변화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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