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ESG④] 연금개혁보다, 말로만 ESG 외치는 국민연금공단 개혁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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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ESG④] 연금개혁보다, 말로만 ESG 외치는 국민연금공단 개혁이 우선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6.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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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하고도 석탄 투자 앞장서는 국민연금
국민연금, 말로만 ESG...구체적인 실천 계획없고, 추상적 구호만 
국민연금, 재정안정보다 국민의 소득보장 강화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혁해야
국민연금, 소득하한액 35만원으로...다른 나라에 비해 큰 차이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버려지고 밟힌다는 말이 있다. 모든 공공기관은 당초 설립목적과 공익에 충실해야 한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됐다. 이렇게 정권이 교체된 이유를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공기업들의 공공성 상실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녹색경제신문>은 공기업이 새정부의 국정 슬로건인 '공정과 상식'을 잘 실천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문제점들을 짚어 나간다...<<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42번째가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 개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한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으로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사회보장위원회의 사회보장정책 조정 기능 강화를 통해 중앙·지자체의 합리적 역할분담과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및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국민연금법에 근거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장기재정전망에 기반해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한 기반 마련 ▲상생의 연금개혁과 병행해 현세대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인상(40만원)하겠다는 실천 방향도 구체화했다. 

지난 5년 동안 사실상 방치했던 연금개혁을 정부가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매우 의미깊고 반가운 소리다. 

하지만, 이같은 해결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주체는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직무대행 박정배)이 될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이 연금개혁을 실천하기에 앞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개혁하는 일이 더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강조되는 ESG경영과 탄소중립의 관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하고도 석탄 투자 앞장서는 국민연금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정책 현황 표지 [사진=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정책 현황 표지 [사진=기후솔루션]

국민연금은 세계적인 민간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손을 떼고 있는 석탄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국내 기후환경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을 한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약 1조8000원(14억 달러) 증가했다. 올해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 프랑스의 리클레임 파이낸스, 350.org 일본과 25개 NGO가 함께 발표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은 총 약 17조원(약 129억 달러)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 세계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과 네덜란드 국부펀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로, 국제 금융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는데 비해 국민연금의 기후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적 금융기관들의 기후변화 정책은 오히려 민간 영역보다 소극적"이라며 "조사 대상 공적 금융기관 14곳 중 탈석탄 선언을 하지 않은 곳도 4곳이나 되고, 선언을 한 곳의 탈석탄 정책도 '신규 석탄발전'에 국한돼 있다. 특히 ESG 룰 메이커로 나서야 할 국민연금은 작년 5월 탈석탄 선언 후 구체적인 탈석탄 기준을 수립하지 않았으며, 그 사이 오히려 석탄 투자 금액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민간 금융에서는 탈석탄 속도전에 나서고 있는데 공적 금융기관들은 수수방관한다"면서 "조속히 실효성 있는 탈석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연금의 전체 석탄 투자액 중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와 포스코(회장 최정우)에 투자된 금액은 각각 약 9조원(70억 달러), 약 4조원(32억 달러)이다. 이는 석탄 투자 포트폴리오의 78% 이상을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한전과 포스코의 탈석탄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솔루션은 "현재 국민연금은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제한한다는 방침만 수립했을 뿐, 여전히 구체적인 탈석탄 투자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며 "포괄적인 석탄 배제기준과 함께 나아가 탈화석연료 정책을 수립해 이행하고 있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면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에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투자가 대부분 채권과 주식투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PF 투자에만 국한한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말로만 ESG...구체적인 실천 계획없고, 추상적 구호만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운용자산은 약 950조원이다. 세계최대연기금인 일본 후생연금(GPIF) 다음으로 큰 규모다. 국민연금은 5대 시중은행의 최대주주이자, 여러 대기업의 최대주주다.  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국민연금도 말로는 탈석탄을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ESG 확산을 선도하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에는 실제로 ESG경영을 전담하는 'ESG경영부'도 있다. 그리고, ESG경영전략도 밝혔다. 또한 '세대를 이어 행복을 더하는 글로벌 리딩 연금기관)'이 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ESG경영전략 [자료=국민연금]

다른 나라의 연금기관들이 탈석탄은 물론, 기금투자를 통해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친환경 전략으로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기 위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참여하는 것' 등을 전략 과제라고 적었다. 그런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어떻게 동참하고 있는지는 나와 있는 것이 없다. 실제로 조단위로 석탄 투자를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후 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서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소득보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현행 연금제도는 사각지대 해소와는 거리가 있다. 연금 수급을 위한 조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상생, 건강하고 안전한 제도 및 생활환경 조성 등이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인지 공감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경영정보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리다. 하지만, 실천은 별개 문제다. 

국민연금, 재정안정보다 국민의 소득보장 강화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혁해야

우리나라의 연금개혁 방향은 대체로 국민연금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언제쯤 고갈되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더 걷고, 덜 주자'거나 수급시기를 조금씩 늦추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소득능력이 약화되는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은 적립식 국민연금제도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빠르게 늘고 있고, 이를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당장은 좋겠지만, 국민연금 적립금이 감소하는 시기를 지나, 고갈되는 상황이 되면 주식시장이 망가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자본조달이 어려운 다수의 국내기업들 입장에서 이는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느끼기 쉽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들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소득상한액 이하 근로자들이 많아 국민연금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대기업이나 해외기업에 투자를 하게 된다. 중소기업들이 자본을 구하기 어려워 경영난이 심화되면 국민연금 수급 구조는 악화된다. 

이런 점들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본순환과정을 포괄적으로 짚어야 하는데,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재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이뤄지면,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은 소비는 소비대로 줄고, 자본 조달이 어려워 경영난에 빠지기 쉽다. 반면, 대기업은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내수소비가 줄어들어도 타격이 덜하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자영업·중소기업의 소득격차가 확대된다. 국민연금이 확대되면서 실제로 나타난 현상들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고,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일자리에 쏠리는 현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저출산의 원인이 됐다. 저출산은 세대간 부조방식인 적립식 국민연금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국민연금, 내달부터 소득하한액 35만원...다른 나라에 비해 큰 차이

다음달부터 인상되는 소득상(하)한제로 인해 월 553만원 이상 소득자들은 매달 1만3050원씩 더 내게 됐다. 기존 상한액은 월 524만원이었다. 

일본의 경우 소득 상한액은 약 600만원으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소득하한액은 약 100만원으로 우리나라의 33만원에 비해 3배 정도 차이가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소득상한액은 연(年)소득 약 75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하한액은 약 3만4000 유로(약 4500만원)로 13배나 더 많다. 

미국은 소득하한액은 없고, 상한액이 연소득 약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로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높다. 

우리나라는 소득상(하)한액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소득상한액이 월 553만원이면, 국민연금 월납부액은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똑같이 49만7000원을 낸다는 얘기다. 약 211만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득하한액이 적용되는 약 3만여명은 매달 3만원 정도의 국민연금을 납부하게 된다. 직장인이라면 절반은 회사가 부담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소득하한액이 적용되는 사람들에게 국민연금을 부과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올해 중위소득 30% 기준 기초생활수급비는 월 58만3444원에 비추어 월 40만원 이하 소득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강제성 사회보험이고 원천징수되므로, 기초생계비용 이하의 소득자에게는 소득의 9%도 가혹할 경우가 많다. 노후 소득을 위해 당장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어제 오늘 지적됐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연금개혁은 어렵다. 지금까지 연금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내부의 정보은닉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말한 대로 사회적 논의와 대타협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연금 공단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개혁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최근 주식시장 폭락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었는지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직한 정보가 공개돼야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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