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경제계 3년 만에 '수출규제 폐지 등 논의'...전경련 탈퇴 4대 그룹 사장단 참석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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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경제계 3년 만에 '수출규제 폐지 등 논의'...전경련 탈퇴 4대 그룹 사장단 참석 이유는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2.07.05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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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경단련, 한일재계회의 3년 만에 개최
- 윤석열 대통령, 경단련 접견 “함께 힘·지혜 모아야”
- 4대 그룹 사장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논의차 참석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년만에 ‘한일재계회의’를 재개하고 상호 수출규제 폐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등 협력 방안들에 대해 활발히 논의했다.

재계 협력 논의는 지난 2019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를 재계 중심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공통적 인식이 작용했다. 

특히 재계회의에는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에서도 사장급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게이단렌)가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고 한일 경제계가 양국 관계를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일 관계 개선의 답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있다"며 "이 취지에 따라 양국 정상회담이 열려 상호 수출 규제 폐지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한일이 미래를 지향하며 함께 전진하는 게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3년 만에 한일재계회의가 재개됐다

전경련과 경단련은 지난 1982년 양국 경제계의 상호 이해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한일재계회의를 만들고 이듬해인 1983년부터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해 왔다. 

그러나 2019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 이후 양국의 관계가 악화된 데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과거는 매년 9~11월에 개최했는데 올해의 경우 7월로 앞당겨 연 것은 것은 조속히 만나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날 회의는 ▲양국 경제동향 및 전망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새로운 세계질서와 국제관계 등 크게 3가지 의제가 다뤄졌다. 

세부 내용으로는 ▲상호 수출규제 폐지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한국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필요성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발전을 위한 한일 공동협력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등 양국 현안이 논의됐다.

상호 수출규제 폐지의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양국이 안정적인 공급망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지만 양국에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양국 정상회담이 열려 상호 수출 규제 폐지가 해결되길 바란다”

코로나19 확산 후 중단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를 부활해 인적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도 양국 모두 의견 일치를 보였다. 민간교류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자면제 프로그램 부활이 필수적이기 때문. 

한국과 일본의 최대 우방인 미국과의 3국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며 경제분야에서의 3국 간 실질협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구성 및 정기적인 회의 필요성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왼쪽)을 비롯한 내빈들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오른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왼쪽)을 비롯한 내빈들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경련과 경단련은 이날 회의에서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공동 선언문에는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민간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과 민간 교류의 시급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 8개 조항이 담겼다. 두 단체는 내년에는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허창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 총수는 물론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김종서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등 4대 그룹 사장들도 자리했다. 4대 그룹은 2016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을 찾았다.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회장을 비롯해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본 경단련 대표단을 접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게이단렌 대표단을 접견하고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특히 앞으로 있을 경제안보 시대에 협력 외연이 확대되도록 양국 기업인들이 계속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경단련 대표단을 만난 건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5년9개월 만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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