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 대 뽑으려다...현대車, 이중계약 파기 요구에 소비자만 '낭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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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 대 뽑으려다...현대車, 이중계약 파기 요구에 소비자만 '낭패' 왜?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7.04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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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車, 이중계약 파악하는 시스템 미비...소비자만 낭패
- 이중계약임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카마스터도 더러 있어
- 이중계약 체결되는 경우 현대차, 소비자에 계약 파기 요구
- 신차계약서 계약조항 제 8조 1항 이행 안해...엄밀한 의미의 '횡령'
[사진=녹색경제신문]

현대자동차를 계약한 A씨는 여의도 지점 영업사원(이후 카마스터)로부터 계약을 파기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중계약으로 인해 계약을 진행해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황은 이렇다. A씨는 지난 5월 잠실 지점에서 GV60을 계약하고 1개월 후 여의도 지점에서 팰리세이드 신형을 계약했다. 옵션 선택 후 계약서에 서명 하고 원본을 이메일로 수령 후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사건은 여의도 지점에서 발생했다. 차량 계약을 진행한 카마스터는 "잠실 지점에서 선계약이 진행되고 있는걸 (여의도 지점에서) 몰랐다. 고객의 선계약이 있으면 그 후에 계약한 건에 대한 수익료는 선계약을 진행한 곳 (A씨의 경우 잠실 지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여의도 지점에 수익으로 돌아오는 게 없다"라며 "계약을 파기해달라. 계약금 10만원은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계약 파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는 A씨의 질문에 여의도 지점 카마스터는 "계약을 유지하셔도 상관은 없다. 다만 저희는 수익이 돌아오는 게 없기 때문에 이후 계약을 이행하지는 않을 것. 계약을 유지하더라도 저희쪽에서 이행하는게 없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계약 파기를 요청했다.

A씨는 녹색경제신문에 "해당 계약을 파기할 이유가 제 입장에서는 전혀 없다. 차량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지점에서 또다시 같은 계약서를 작성하는건 시간낭비 돈 낭비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계약을 다시 진행하면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을 손해본다. 본인들이(현대차 여의도 지점) 계약 시점에 이중계약과 같은 부분을 파악하지 못해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만큼, 낭비된 시간 만큼의 손해도 배상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번과 같은 계약 진행에 있어 세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현대차 측에서 이중계약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고객의 의지와 상관 없이 계약을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는 시스템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영업 종료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하시는 경우나 주말에 계약을 진행하시는 경우는 이중계약을 빨리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딜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윤리상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라며 "기존 계약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개인정보기 때문에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 보니 주말이나 저녁시간의 계약의 경우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본사 측은 "이중계약이 진행되는 경우 확인하는 팝업이 뜬다. (여의도) 지점에서 해당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는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오류가 났을 수도 있다. 어쨌든 통장도 있고 거기에 계약금도 입금을 하셨다는건 계약이 진행된 것"이라고 답했다.

둘째는 A씨처럼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이중계약임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카마스터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카마스터가 해당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면 계약까지는 진행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차량 인수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 계약해야하는 고객만 피해를 입는 시스템이다.

이중계약이 불가함을 인지하지 못한 한 카마스터는 "GV60을 그대로 구매하는 상황에서 다른 곳에서 팰리세이드를 계약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안내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내부 공지에 따르면, 동일 계약 기준 범위에 있어 국내 영업 차종의 경우 승용과 RV차종이 한 카테고리에 묶인다. 예전에는 동일 차종에 대해서만 묶였다 보니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만약 해약을 진행한다면 60일이 경과된 후에 다른 곳에서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내부 규정이다. 문제가 없다고 안내한 카마스터가 규정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본사 측은 "A씨처럼 계약을 진행하고 두 대를 모두 출고한다면 사실 양쪽 지점에서 진행하는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 부분은 더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점들과 본사의 주장이 모두 엇갈리고 있는 대목이다.

셋째, 현대자동차가 계약서에 적힌 계약조항을 재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계약조항 제 8조 1항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갑(현대차)에 의해 을(소비자)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갑은 계약금 뿐만 아니라 이자 및 손해배상금을 을에게 반환해야 한다.

계약서를 살펴보면 '회사가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는 회사는 고객으로 받은 계약금에 지급받은 날부터 반환일까지의 상사법정이율(연 6%)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고객에게 반환합니다. 만약 회사와 고객 일방의 계약 해제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민법 제393조에 의한 손해를 배상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계약조항 제 8조 1항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갑(현대차)에 의해 을(소비자)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갑은 계약금 뿐만 아니라 이자 및 손해배상금을 을에게 반환해야 한다. [사진=현대차]

계약서대로라면 현대차는 계약금과 이자 및 손해배상금을 반환 및 지급해야 하지만, A씨는 현대자동차로부터 계약금 10만원만 돌려받았다.

현대차 담당부서에 직접 확인해봤다. 담당자는 "매매계약서와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지점에 확인해 보니 고객(A씨)과 상호 합의로 원만히 해결했기 때문에 갑에 의한 파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점과 확인해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계약조항에 따라 이자도 당연히 지급을 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계약서상 제 2조 4항 및 제 8조 1항에 저촉되는 것으로 보인다. 개선이 되도록 부서와 해당 지점에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자를 지급과 관련해 '고객과 협의를 했기 때문에 안드렸다'고 말한 여의도 지점에 '그렇다면 이자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건가'라고 되묻자 "안드린다고 하기에는 조항에 해당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내규에 의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자를 지급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결국 갑에 의한 계약 파기임을 인정한 대목이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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