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환경에 자동으로 닫히는 현대車 'AI 공기청정시스템'...똑똑하긴 하지만 모르면 '깜놀'
상태바
일정 환경에 자동으로 닫히는 현대車 'AI 공기청정시스템'...똑똑하긴 하지만 모르면 '깜놀'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6.08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 미세먼지 농도 높아지면 자동으로 창문 닫아
- 현대차 "물체가 끼었을 때 닫힘을 멈추게 하는 안전장치 돼있어"
- 선루프는 닫히지 않아...전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시스템"
- 전문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창문을 닫으라고 음성안내 나오는게 효과적"
현대자동차의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이 자칫 운전중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현대자동차의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이 너무 똑똑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미세먼지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창문이 닫히기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는 운전자나 동승자들은 깜짝 놀라서 당황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운전중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현대자동차의 일부 모델에는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지금까지 현대차의 제네시스 시리즈나 IG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다양한 차종에 해당 시스템이 들어갔다.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은 지난 2019년에 현대와 기아가 공동으로 개발한 시스템으로, 차량 내부의 미세먼지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및 정화하는 시스템이다. 실내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공기청정 기능을 작동하며, 창문이 열려있으면 자동으로 닫아주는 연동 제어도 함께 실행된다.

문제는 열려있던 창문이 특별한 경고 없이 갑자기 닫힌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터널 진입 전에 창문이 닫힘은 물론이거니와,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도 경고음 하나 없이 갑작스럽게 창문이 닫히기 때문이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공기청정모드가 실행되어 외부 공기를 차단합니다'라는 문구만 조용히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다.

차량 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창문이 모두 닫힌다. 아무런 경고 없이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공기청정모드가 실행되어 외부 공기를 차단합니다'라는 문구만 조용히 나타났다 사라져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정은지 기자]

실제로 창문이 갑자기 닫혀 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는 사례도 많다.

IG그랜저 차주 A씨는 "아이와 이동중에 창문이 갑자기 올라가서 크게 사고가 날 뻔 했다. 지능형 공기청정 설정이 눌려있는지도 몰랐고, 그 기능이 창문을 멋대로 닫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며 "이제는 아이가 (창문이 갑자기 닫힐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창문에 손을 안내밀지만, 만에 하나 운전자나 동승자 머리카락이라도 끼면 사고로 직결될 수 있을 것 같아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기능의 경우 특정 차종에만 탑재돼 있다 보니 이 기능이 탑재된 차량을 처음 이용하는 렌터카 이용자 사이에서 사고 발생의 위험이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도에서 제네시스 GV80을 빌렸다가 같은 이유로 사고가 날 뻔 했다는 B씨는 "공기청정 시스템이 뭔지 몰랐다. 아무 경고 없이 창문이 닫힐 줄 몰랐다. 창문을 조금만 열고 손을 내밀고 운전중이었는데 갑자기 창문이 닫혀서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했다. 운전중에 발생한 일이라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공기를 맑게 해줄 거란 느낌이 들어 그 기능을 켰다. 이로 인해 창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고는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가 세 번이나 다칠 뻔 하면서도 원인을 몰라 기능을 끌 수가 없어서 여행 내내 불안했다. 공기 맑게 하려다 사람이 다치는거 아니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게다가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은 '선루프 개폐'다. 미세먼지 농도에 의해 1열과 2열의 창문은 열고 닫지만, 열려있는 선루프는 닫히지도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루프는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연동이 안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기청정보다 안전이 당연히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안전과 공기청정이 있다면 당연히 안전이 우선시 돼야 함에도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은 공기청정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운전자가 놀라게 되면 당연히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소지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능과 관련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지능형 공기청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차량은 기본적으로 물체가 끼었을 때 닫힘을 멈추게 하는 안전장치인 세이프티 파워윈도우가 적용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중 안전장치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센서 작동이라는건 센서가 오작동 할 여지도 크다는 거다. 어떤 방식으로든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장치가 2중 3중으로 걸려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니 창문을 닫아주세요'와 같은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고, 운전자가 직접 창문을 닫는게 가장 안전할 수 있다. 어쨌든 위험 요소를 낮추는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소비자들이 해당 기능으로 놀라고 있고, 완전히 끼이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건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술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기술이 나오면 바로 완벽하기는 힘들다. 그런 부분들은 소비자가 원해서 나왔을 것"이라며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