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HMM CB전환이 옳지 않은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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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HMM CB전환이 옳지 않은 3가지 이유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7.04 09:14
  • 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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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의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97회차 CB)중 우선 상환이 가능한 1800억원을 중도상환받기로 결정함에 따라, HMM의 2조6800억원 규모 CB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동걸 전 산은회장이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전환을 안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 논리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6월과 10월에 각각 3000억원의 CB와 6000억원 규모의 192회차 영구전환사채를 각각 주식으로 전환해 각각 20.69%, 19.96%의 막대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여전히 산은과 해진공은 각각 1조3400억원 규모의 CB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주식전환여부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법으로 기존의 CB전환 방식을 '불건전한 금융행위'로 규정하고 12월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HMM의 CB전환에는 중대한 3가지 문제가 있다. 

CB전환으로 이익을 보는 주체는 산은·해진공 직원 ...성과급이 결정 기준?

첫번째 문제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기업의 지분가치 변동은 평가하지 않고, CB전환을 통한 차익만 성과로 잡는다는 것이다. 결국, 산은과 해진공도 지분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고, 결국은 지분이 가장 많은 정부가 가장 많은 피해를 보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2조6800억원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정부는 그 금액의 채권 회수를 포기하는 셈이다. 그런데, 주식차액은 이익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를 정부에 배당하고 이를 '성과'로 포장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HMM의 시가총액은 반토막이 났고, 다른 경쟁 해운사에 비해 절반이하로 저평가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시가총액이 낮아진 만큼 최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 신용보증기금과 국민연금 등 그리고 소액주주를 포함한 국가의 진짜 주인인 국민은 손해를 보게됐다. 

예를 들어 산은은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의 지분을 32.9% 가졌다. 지난 정부에서 한전의 주가는 2016년 5월 주당  6만3700원에서 올해초 2만원으로 3분의 2가 증발했지만, 산은은 이로 인한 아무런 평가나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만일 올해 30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에 산은이 CB를 발행한 뒤,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면 실적이 개선된다. 이를 통해 한전 주가가 오르면 CB 전환으로 지분을 늘리고, 이자도 받고, 배당도 받아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이를 '성과'라고 주장해도 될까?

그런데도, 산은과 해진공이 CB전환을 통한 부당이득을 '이익'이나 '권리'로 인식하는 이유는 CB전환을 할 때마다 평가차익을 누릴 수 있고,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12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는 등 경영성과에 반영할 수 있는 '알맹이'를 주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산은이나 해진공이 아시아나항공처럼 중도상환을 결정하면 HMM의 주식가치도 다른 경쟁해운사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고, 따라서 산은이나 해진공은 최대주주인만큼 실제로는 더 막대한 이익을 보지만 이는 성과로 평가되지 않고 따라서 '성과급'과도 상관이 없는 것이 현재의 평가체계다. 

즉, 산은과 해진공이 HMM CB의 중도상환을 거부하는 이유는 국익이나 공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성과급'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HMM이 공기업? ...해운업 국유화는 막대한 부담 감수해야

두번째 문제는 CB전환으로 정부 지분이 늘면 HMM의 민간 매각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엄기두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CB전환을 통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이 너무 많아지면 매각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하면서 올해 1분기에 매각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 다음달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은 2~3년 내에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말을 바꿨고, 새정부에서 임명된 조승환 해수부 장관도 지난 5월 "HMM의 민영화는 시기상조"라고 이를 확인했다. 

조승환 장관이 '민영화'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HMM이 공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은 부적절했다. HMM이 이미 국유화됐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다. 

HMM을 매각하려면 CB전환에 대한 입장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해수부나 해진공, 산은이 짬짜미 일자리나, 이자수익, 배당수익, CB전환을 통한 주식평가차익 등을 이유로 매각을 늦춘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부분 영토외에서 기업활동이 이뤄지는 원양해운업은 국유화에 따른 부담이 더욱 크다. 공산국가인 중국을 제외하면 선진국 중 해운업을 국유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미국 정부는 FMC를 통해 해운 담합 등을 전례없는 강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고, 폭등한 해상운임때문에 화주들의 소송 위험도 커지고 있다. 

머스크, CMA CGM, MSC 등 주요 해운업체들은 막대한 이익금을 항공사와 물류인프라 등을 인수하고, 친환경 선박 건조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히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비해, 지난 3월 취임한 김경배 HMM 대표는 수개월째 뚜렷한 비전은 말할 것도 없고 중기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수시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김경배 대표는 기자회견은 고사하고 인터뷰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회는 지난 2020년 4월 항공과 해운업종을 기간산업으로 지정하고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산은이 지원토록 하는 입법안을 통과시켰다. 

HMM을 국유화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 정도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금융위 "CB 전환=불건전행위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 희석화, 최대주주 지분확대에 악용"

윤석열 20대 대통령 [사진=윤석열 인스타그램]
윤석열 20대 대통령 [사진=윤석열 인스타그램]

세번째 이유는 HMM의 CB전환은 공직기강과 공권력 체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공약, 취임사는 물론 이후에도 거듭해서 '민간과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은과 해진공이 HMM의 CB전환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마치 그들의 '권리' 쯤으로 인식하는 모습은 공직기강과 공권력의 확립에 대한 우려를 자초하는 일이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26일 해진공이 서둘러 6000억원의 CB전환을 발표한 그 다음날 전환사채(CB)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포하고, 한달 정도 뒤인 12월1일부터 서둘러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당시 법률 개정 취지와 관련해 "CB전환을 통해 '기존 주주 주식가치 희석화, 최대주주 지분확대에 악용, 불공정거래에 활용하는 것'을 금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두번의 CB전환을 통해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를 희석화했고, 최대주주인 이들의 지분을 대폭 늘렸다. 단 1주도 시장가격으로 매입한 적 없는 두 기관은 시장가격으로 매입할 수 밖에 없는 정상적인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불공정거래에 활용한 셈이다. 

국내 금융 부문의 최고 관리감독권을 가진 금융위가 우려한 내용 그대로를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자행한 셈이다. 

현재 HMM의 정체성은 유사 공공기관인 산은과 해진공 산하의 유사 공기업 정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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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 2022-08-10 13:37:30
이런 참된 기자분이 메이저 언론사에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윤기 2022-08-02 13:28:02
이 기사를 산은과 해진공 높은 양반들이 보고 정부부처도 봐야 하는데..

스트롸이더2 2022-07-13 11:49:01
항상 나라 말아 먹고있는 이런 세력들에 맞서서,
국가을 위한 사랑으로 팩트를 놓치지않으시는 김의철 기자님 기사에 감사들 드립니다.
이런저런 외압이 분명 있으실 거라 예상하기에, 존경스럽기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조심하시길 바라면서, 앞으로도 후속 기사들 기다리며 응원합니다.
저런 나라말아 먹을 놈들의 말로를 꼭 보고싶고, 그 말로를 김의철 기자님 기사로 접하고 싶은 열망입니다.

김한수 2022-07-05 20:19:4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김지운 2022-07-05 09:52:48
대기업에 매각해야지. 해진공. 산은 이만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