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 "韓, 물류 경쟁력 너무 낮아...HMM, CB전환 멈추고 민영화 서둘러야"
상태바
[인터뷰]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 "韓, 물류 경쟁력 너무 낮아...HMM, CB전환 멈추고 민영화 서둘러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5.18 09:02
  • 댓글 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내 철도 화물 운송 분담률 1.5%에 불과...伽 40%·美 20%·EU10% 수준으로 높여야"
- "해수부에서 해운 분리해 교통·물류부서 신설해야"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물류학 박사)는 약 40여년을 다양한 물류분야의 실무와 학문에 종사한 물류전문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공급망 위기 심화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막대한 물류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있기도 하다. 

<녹색경제신문>은 구교훈 교수를 찾아 윤석열정부가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대안을 물었다...<<편집자 주(註)>>

구교훈 교수 [사진=녹색경제]
구교훈 교수 [사진=녹색경제]

우리나라의 물류 경쟁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달라.

세계은행이 집계하는 물류성과지수(LPI)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16년 우리나라는 세계 24위에서 2019년 25위로 한계단 떨어졌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세계 10위, 수출은 세계 6위 수준이다. 

기업들의 물류비용 부담은 GDP대비 약 10~11% 수준인데, 이는 미국의 7~8%, 일본의 9~10% 수준에 비해 제법 높은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물류 경쟁력이 경제규모나 수출 경쟁력에 비해 너무 낮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수출입 화주들은 코로나19 펜데믹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중소화주는 선적 자체가 안되고 대기업 화주도 운임이 비싼 중국항구에서 선적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HMM은 지난해 엄청난 경영실적을 올렸다. 최근에도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는데, 민영화 얘기가 없다. 국영기업이 되는 것인지 말해달라.

- CB전환 멈추고 민영화 서둘러야...시장에 CB 등 중장기 계획 밝혀야

정부기관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는 HMM의 영구전환사채(CB) 주식전환을 멈춰야 한다.

CB전환에 따른 공적지분 증가로 대우해양조선처럼 산은의 자회사가 되거나, 주인 없이 장기간 공적 관리하에서 공기업화가 진행된다면 과거 여러 기업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부실화가 우려된다.

한편 CB전환에 따른 주가 희석으로 매출 증가와 엄청난 영업이익 실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난해 고점대비 절반 이하로 폭락하기도 하는 등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쳐 많은 불만과 비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들은 납세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이다. 정부가 신뢰를 쌓아도 부족한데 민영화를 외면하는 결과까지 초래하면서 국민에게 비난을 받아서 좋을 일이 없다. 

따라서 HMM 개인주주들에 대한 중장기 경영계획과 전환사채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밝혀야 한다.

- 포스코그룹 등 대기업 인수 가능하도록 해야...투자여력과 투명한 지배구조가 중요

이제 해운 물류업은 무한경쟁이고 모든 기업은 직영 물류 아니면 계약 물류를 통해 상품을 유통한다.

그런데 아직도 국내 해운업계와 해운협회 등은 2PL(2자 물류), 3PL(3자 물류)로 프레임을 씌워 구분하면서, 2PL은 대기업이 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고 3PL은 중견·중소기업이 하는 사업이라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한 사기업 총수 일가의 물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잣대를 국민의 기업이자 공정거래법 적용대상도 아니므로,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포스코그룹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난 정부는 이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포스코그룹의 HMM인수를 어렵게 만들었다.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세계 주요거점에 지사를 두고 있어 HMM을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 국가의 물류경쟁력 향상과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초석을 닦아야 한다.  

주무 부처 해양수산부는 앞서 지난 3월 전임 문성혁 장관이 HMM 인수기업의 순위를 해운기업이 1순위, 물류 기업이 2순위, 화주기업은 3순위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물류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발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못하는 것처럼 해운기업이 해운을 인수하면 독점문제가 불거진다. 무엇보다도 HMM을 인수할만한 자금을 갖춘 국내 해운기업이 없다. 

포스코처럼 지배구조가 투명해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HMM을 인수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와 경쟁력 강화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DHL, 쉥커, 머스크 등 해외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몸집을 키우고 업계를 선도하듯이 이제 우리 물류산업도 투명하고 공정한 룰에 기초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균형적인 성장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

특히 폐쇄적인 의사결정과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그리고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에 저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오너 리스크의 우려가 있는 대기업보다는, 반복적인 해운기업의 부실화를 제거하기 위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지속해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대기업 중 적격 인수자를 물색해 공개적이고 투명·공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HMM의 인수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최근 물류 산업은 연관산업인 유통, 무역, 제조, IT 플랫폼 등 산업 간의 경계가 붕괴와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공급망을 제대로 설계하고 공급망 상의 수많은 연관 기업들과의 네트워킹과 협업체계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HMM을 비롯해 국내 해운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HMM, SM상선 등 국적 선사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경쟁 해운사들 역시 엄청난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국내선사들만 경영을 잘해서 달성한 성과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 국적선사만의 강점도 아니며 진정한 경영 능력이라고 볼 수도 없다.

HMM의 회생을 두고 관련 정부기관이 성과를 자랑하기 바쁜데 이는 우려스럽다.

더구나 경쟁 해운사들의 과감한 미래 경쟁력 투자에 비하면 HMM은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도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때 투자하고 있지 않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2위를 차지했던 컨테이너선사 MSC가 최근 지속적인 선박 발주를 하면서 선대를 확장해, 1위였던 덴마크의 머스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머스크는 작년에 홍콩의 LF로지스틱스를 36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5개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복합물류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대만의 에버그린, 완하이도 최근 공격적으로 선대를 늘리고 있고 3위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은 항공 화물사업에 진출해 항공기 10대를 구매하는 등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중국 국영선사 코스코(COSCO)는 지속적인 인수합병과 물류 기업 설립 등을 통해 글로벌 1위 물류업체를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정기선 해운사업은 부정기선처럼 소규모로 가능한 사업이 아니라 대규모 선대와 대량의 컨테이너박스 등에 대한 재무적 투자가 선행되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가 있어야만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해운산업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데다 오너 중심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 해운업의 비전을 보고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기존 해운산업을 인수해 더욱 크고 건실하게 키워야 할 때다. 그리고 경쟁력 확보가 어렵고, 역량이 부족한 해운기업은 M&A 등을 통해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해운산업도 이제 '항구에서 항구로 가는(port to port)' 해상운송 서비스 위주에서 '화주에서 고객까지(end to end)'가는 종합물류(integrated logistics) 서비스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가의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철도의 화물분담률이 지나치게 낮다. 지난 2008년 기준 국내 철도화물수송량은 약4680만톤으로 철도수송분담률 6.4%에 이르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년에는 2678만톤으로 철도수송분담률은 1.5%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철도화물사업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별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철도의 화물분담률은 약 20%, 캐나다는 무려 40%에 이른다. 유럽연합(EU)는 10% 정도다. 영국은 철도의 화물분담률 1%를 높이기 위해 1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자한 적도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정부는 철도의 화물분담률이 왜 중요한지조차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스위스는 주말에 알프스지역 통과 도로에서는 화물트럭 운행을 법으로 금할 만큼 철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류산업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확실하고 시급한 방법은 트럭 대신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고속도로 정체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운과 육상, 특히 철도교통을 연계해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국내 운송관련법들이 목적보다는 수단, 즉 운송수단에 기반해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화물차운수사업법은 화물자동차를 염두에 두고 입법을 했다. 앞으로 새로운 교통수단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전처럼 해양수산부를 국토교통부, 농림수산부로 복원하고 교통물류부를 신설해 항공, 해운, 육상교통을 망라하는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동남아해운선사 운임담합관련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결정과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에 대응해서 해운협회가 그간 보여준 언론 플레이, 해수부, 국회, 청와대,  노조, 해운전문가 등 모든 가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자기들의 주장이 맞다는 식의 아전인수격 논리와 대응은 결국 해피아(해수부+마피아)로 귀결되는, 즉 그들만의 리그에서 무한경쟁 없이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과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구교훈 교수(물류학 박사)는 40여년 동안 해운, 철도 등 물류 분야의 민간기업과 공기업에서 국내 물류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고, 한국국제물류사협회를 창설해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우송대 물류시스템학과 겸임교수(8년)을 거쳐 배화여대와 인천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사)한국물류관리사협회 회장, 한국철도공사 물류자문위원, 국토교통부 우수물류기업인증 심사위원, 국가직무능력표준 물류분야 개발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구교훈 박사의 무역실무 길라잡이' 등이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9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너 주포 2022-06-20 13:10:33
해수부 해진공 산은 감사 ㄱㄱ

이지스 2022-05-18 21:16:22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HMM 이제 민영화 할때 됐는데 왜자꾸 질질끌고있는지.. 호황지나고 시황고꾸라지면 하려하나.. 참.. 해수부에서는 뭐하고있는건지.. 답답하네요

김수미 2022-05-18 20:34:10
한줄 한줄 감사합니다

최광호 2022-05-18 16:48:53
감의철 기자님 응원합니다. 더불어 HMM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반드시 실적이 좋을 지금이 매각 적기임을 알고 산은 및 해진공은 매각절차에 나서야한다. 더이상 미루지말고 민영화로 경영독립성 및 효율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산은 및 해진공에 놀아나게 해서는 안된다.

스트롸이더2 2022-05-18 11:45:43
항상 지치지 않는 꾸준한 취재와 인터뷰 너무 감사드립니다.
전문가의 말을 귀담에 듣지않다가
또 과거의 실수를 답습할 까 무섭네요.
부디 좀 신 정부에서는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