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회, 대책없는 ‘고통분담’ 메아리…“책임 떠넘기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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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회, 대책없는 ‘고통분담’ 메아리…“책임 떠넘기기” 비판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7.02 0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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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지나친 이익추구” 비판에 은행권 몸 낮춰
경제부총리 “임금인상 자제” 발언 노동계 반발
국회 여야 정유업체 ‘초과이익환수’ 도입 논란
[출처=대통령실]

정부와 의회가 고물가 위기에 전 산업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논란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은행권 폭리를 비판하며 금리를 끌어내렸다.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 심의기한 하루 전 대기업에 임금인상을 자제 요청했고 국회는 정유업체 초과이익 환수를 논의 중이다. 이같은 배경에 정치권이 마땅한 대책없이 기업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은행의 공적기능을 강조하며 ‘고통분담’이라는 표현이 자주 거론된다”며 “은행은 분명 공적기능을 일부 담당하지만 명확한 기준없이 ‘예대마진율이 높다’, ‘이자를 내려라’하는 급급한 비판에 아쉬움이 크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정부, “은행 폭리 취하지 말고 이자내려라”…관치금융 아니다?


이복현 금감원장. [출처=금융감독원]

코로나19 이후 대출규모가 늘어나며 전년도 최대실적을 달성한 은행권에 대한 정부여당의 ‘고통분담’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자발적 조치로 서민층 이자부담을 흡수하라는 주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17개 은행장과 만나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은 얼마 뒤 국회에서도 반복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분담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압박에 은행권은 일제히 몸을 낮췄다. NH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전제자금대출, 주택자금대출 우대금리를 0.2%p 확대한다고 밝혔고 우리은행은 주담대 금리상단을 7%에서 6%대로 낮췄다. 

이에 ‘관치금융’ 논란이 일자 이준수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시장 개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경제 복합 위기 시기에 은행들이 이익 추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모두 공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사 임금협상 개입에 정유사 ‘횡재세’ 내라…“시장개입 지나치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처=기획재정부]

정부의 이러한 ‘고통분담’ 요구는 은행권을 넘어 전 산업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아 대기업에 임금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과도한 임금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이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을 하루 앞둔 날에 나온 점이다. 추 부총리가 찾은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중 하나다. 진보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추경호 부총리의 임금인상 자제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극한 대립 중인 최저임금 결정을 하루 앞두고 (노사간 협의문제에) 정부가 사실상 사용자 편을 들어준 꼴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처=Unsplash]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고작 한다는 일이 은행을 데려다 놓고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경총을 불러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것”이라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도를 지나쳤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이러한 고통분담 압박은 정유업체에 이르러 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제다. 이 문제에 대해선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최대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고통분담에 나서주시길 바란다(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는 등 여야 모두 한 목소리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민생물가 안정대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답했으나 내부에선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최대 적자가 날 때 도와준 게 있느냐”라며 “마땅한 물가대책없이 여야 가릴 것 없이 ‘고통분담’만 요구하는 건 정책적 무능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러한 비판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물가가 오르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원샷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완전히 터를 잡아서 물가 상승,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강한 생각”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적어도 물가를 직접 통제하는 일은 시장경제나 자유 차원에서 봤을 때 이것만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며 시장개입 논란에 선을 그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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