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차량 출고 대기기간이 점점 늘어나는 본질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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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차량 출고 대기기간이 점점 늘어나는 본질적인 이유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4.2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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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부품공장의 50%는 중국...중국 봉쇄령에 부품조달 '비상'
- 와이어링 하네스, 노동집약적 상품...인건비 비싼 국내선 생산 단가 안맞아
- '주 52시간 근무' 보다는 '합리적인 출구 전략' 필요
[사진=유라코퍼레이션]

신차를 출고하는데 걸리는 대기기간이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년 대기는 기본에, 인기 차종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무려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차량은 인수받는 시점의 차량가격으로 구입하게 되다 보니 그사이 찻값이 오를 가능성도 높아 혼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차량 출고가 지연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반도체 및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 중심에 '코로나'와 '중국', 그리고 '최저임금'이 자리잡고 있다.

4월 현대차와 기아의 계출운영 사항을 보면 더이상 반도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2.5T 반도체 소자, DCU 반도체 뿐만 아니라 가솔린 엔진 부품, HEV 관련 자재, 엔진의 ECU 소자나 터보엔진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등의 공급부족이 생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부품들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 부품공장의 50%는 중국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중국의 봉쇄령이 전세계 공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해 지난달 28일,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를 폐쇄했다. 

인구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6902명으로 전주(2만1502명) 대비 다소 줄었으나, 신규 사망자 숫자는 180명으로 전주(10명)보다 18배나 증가해 봉쇄가 언제 풀릴지 예측이 어렵게 됐다. 수도인 베이징도 폐쇄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세계가 거미줄같이 촘촘히 연결된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폐쇄 및 단절'을 호되게 겪자 국내생산의 중요성이 또다시 거론되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최저임금 및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일례로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은 노동집약적 부품이다. 차량 내부에 위치한 각종 전기 장치에 전력 및 신호를 전달하는 배선 뭉치로, 각종 스위치부터 센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해당 부품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성 생산되는데, 이번 봉쇄 조치로 인해 차량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주 주기적으로 중국에서 부품을 일정량 공급 받던 한 국내 업체는 중국 봉쇄령으로 인해 한 주는 공급이 없고 그 다음주에는 두 배로 일감이 몰리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주 52시간 제한으로 인해 하루에 쳐낼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결국 이같은 상황이 물고 물리면서 차량 생산 일정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출구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합리적인 출구전략이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편의 마련을 의미한다. 아이스크림 생산 공장은 여름에 더 업무가 많지 않나. 주 52시간을 분기나 연간으로 확대해 일이 몰릴 때 생산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미 올라간 최저임금을 다시 낮출 수도 없다.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데, 시간당 8000원이 넘는 시급과 주 52시간 근무 제도 아래서는 한계가 있다. 중국에만 의지하지 않고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으려면 노동법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번 윤석열 정부가 이와 관련해 내세운 공약들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특별한' 경험을 뜨겁게 맛봤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가 없어서 못파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개월이 지나면 어느정도 정상화 할 것으로 본다. 부품 수급난 및 출고 적체가 해소되는 시점에 자동차의 '가계약 거품'은 기업들에 일정 부분 리스크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사라졌던 광고나 프로모션 등이 되살아나면서 자본주의 경제 원리로 인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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