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책]"동원참치 불매"…또 불거진 불공정 합병비율,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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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정책]"동원참치 불매"…또 불거진 불공정 합병비율, 언제까지?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4.21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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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발표
합병비율 논란에 주가 14% 하락
“전형적인 경영 승계과정” 비판 이어져
[출처=동원산업]

"지금이 2022년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동원산업의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 합병결정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날선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동원산업의 자산가치 대비 35% 낮은 합병가액. 이렇게 저평가된 기업가치에 동원산업 주가는 공시 하루만에 14% 떨어졌다. 이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논란이 된 합병가액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가장 먼저 합병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주주들에게 전달해야 하고 이후 합병비율 재조정 등의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행법상 합병가액으로 자산가치를 쓸 수 있음에도 시가를 반영한 부분에 대한 경영진의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 논란…자산가치 대비 35% 저평가


[출처=동원그룹]

동원산업은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 합병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동원산업은 기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하며 새 지주사가 된다.

회사측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한 경영효율성 강화"라고 합병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두 기업가치와 대비해 비대칭적인 합병 비율에 주가희석 우려가 커지며 합병공시 이후 동원산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동원산업은 공시 발표 다음 거래일 11일 하루동안 14.15%(37500원) 하락했다.

외부평가기관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은 1대 3.8385530로 동원산업의 기준시가는 주당 24만8961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주당순자산가치 38만2140원보다 35% 낮은 수치다.

이렇게 동원산업의 가치가 저평가된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부풀려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일 "평가기준일에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원시스템즈는 주가순자산비율(PBR) 2.6배, 5년 평균 지배손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34.2배로, 동원산업의 PBR 0.6배, PER 6.7배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칭적 합병비율, 왜?…"김남정 부회장 승계 작업"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출처=동원그룹]

전문가들은 이렇게 동원산업의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로 흡수합병이 이뤄지는 이유를 동원엔터프라이즈 김남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9일 보도문에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밝힌 합병의 목적도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결국 피합병법인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주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김남정 회장과 그의 친인척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하기 위해 의도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는 김남정 부회장과 김재철 명예회장으로 각각 지분 68.27%, 24.5%를 보유하며 전체 지분 99.56%를 소유하고 있다.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63.3%)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비율대로 흡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동원산업에 대한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0.79%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보인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등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 합병 후유증은 상당 기간 증시에 남아 있었고 외국인투자자는 이를 코리아디스카운트로 규정하고 한국 증시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소로 반영하는 계기로 작동한 바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그대로인 제도…반복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사건 


[출처=대한민국 법원]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조의5 제1항'이 있다.

해당 시행령은 상장기업 간 합병 시 기업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가 아닌 '최근 종가(주가)'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 경우 한쪽 기업의 주가가 뻥튀기되거나 저평가될 경우 본질적인 기업가치와 괴리가 발생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표적으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 항목으로 인해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가 제일모직보다 3배 이상 높았지만 합병가액이 3배 낮게 책정되며 주주피해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이에 제소한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건은 상장사 대 비상장사 간 합병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조의5 제2항이 적용되는데 이는 마찬가지로 상장사의 가치를 시장가격(주가)으로 산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합병가액 산정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고 해당 제도 보완을 위해 MOM(소수주주 동의 제도)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비율 심사·승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의 여러 대안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21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적인 시행령 개정 움직임은 없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한편 오늘 열린 '동원산업 불공정 합병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합병비율이 지주회사 대주주에게 특별히 유리한 상황에서 회사에서 합병으로 인한 주주가치,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위법한 것"이라며 이를 미시정할 경우 제소할 뜻을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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