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行 이유②] 이동걸 회장, '소신'이라 쓰고 '독선'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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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부산行 이유②] 이동걸 회장, '소신'이라 쓰고 '독선'이라 읽는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4.14 10:13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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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사진=산업은행]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의 부산 이전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공약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조와도 맞물려 있어 이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 이전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면서 이제는 진영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학자 출신이기 때문인지 '소신'을 유달리 강조해왔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산은 회장으로서의 업무처리는 '독선'의 흔적이 짙어지고 있다.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은 공기업의 경영에 대해 알권리가 있다.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산은을 이끌어왔는지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걸 회장, 첫 임기 동안의 성과에 비해 연임 후 성과 빈곤

이동걸 회장은 지난 2017년 취임사에서 “국가 경제와 대상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기준과 엄정한 원칙에 따라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며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구조조정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만 감안하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다시 봐도 소신을 넘어 대단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취임사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을 잣대로 그의 성과를 재보면 모든 책임을 그가 져야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첫 임기 3년 동안 그는 금호타이어 매각과 STX조선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고, GM의 한국 철수를 막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쌍용차 매각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매각했지만, 여전히 잡음이 많아 긍정적인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HMM의 구조조정에는 성공했지만, 이는 국제해상운임 급등에 의한 것으로 산은의 성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구나 경영정상화와 민영화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많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가닥은 잡혔지만, 마무리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 회장 "직을 걸겠다"며 고집한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실패에도 거취 표명 없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방식은 처음부터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 회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직을 걸겠다"며 기업결합을 추진했다. 그의 소신이 독선이 된 순간이다. 

우려했던대로 최대 수요처인 유럽연합(EU)이 올해초 독과점 우려로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산은의 계획은 무산됐다. 5년여의 노력과 비용은 물론,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기업결합을 전제로 많은 회사의 기밀을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에 공개했던데 따른 경쟁력 상실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 회장은 여전히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의 '책임'은 선택적인 것인가?

KDB생명 1조원 넘게 투자해 2000억원에 헐값매각 의혹...금융위, MG손보 정리 결정에 인수 불발 전망

KDB생명(옛 금호생명)은 산은의 자회사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이 회장은 "처음부터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라는 발언이 이를 대변한다. 

산은은 지난 2020년 12월 MG손해보험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당시 약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 매각규모는 약 2000억원에 불과해 헐값매각 의혹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의지로 매각이 강행됐다. 

13일 금융위원회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공개매각 등 정리절차 진행을 결정했다. 이로써 KDB생명 매각은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KDB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705억원, 당기 총포괄손익은 63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건설, 특혜 의혹 여전..."매각과정을 어떻게 공개하냐" 말 바꿔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매각과정을 어떻게 공개하냐"며 말을 바꿨다. 

과반이 넘는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한 중흥토건(40.6%)과 중흥건설(10.15%)은 당초 2조3000억원의 입찰가를 써냈는데, 매각금액은 2조1000억원으로 2000억원 깍아줬다는 의혹이다. 

대우건설은 2019년 3641억원, 2020년 5583억원에 이어 지난해 738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8159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굳이 가격을 깍아서 팔아야만 했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HMM, 이 회장 최대 성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가 의문

HMM은 이 회장의 최대 성과다. 9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2년 연속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7조원을 훌쩍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올렸고,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또 다시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HMM직원 숫자는 1600여명으로 산은 직원 3300여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연간 판관비(판매 및 관리비)가 4000억원을 넘지 않는 기업의 실적으로는 경이롭다. 20년치의 판관비를 1년만에 벌 수 있는 기업은 드물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직원들의 노력도 있었으나 HM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 등 대규모 정책적 지원과 코로나 시황 개선에 따라 흑자기조로 돌아섰으나 지난 10년간 누적적자가 4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취약한 기업"이라며 "시황이 정상화되기 시작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이익이 줄어들고 내후년에는 이익이 거의 없거나 적자로 돌아설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HMM은 10년간의 누적적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확정한 상태였다. '굉장히 취약한 기업'이라는 표현은 매우 부정확했다. 이 회장이 말한대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 등 대규모 정책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HMM은 이미 경쟁력이 충분한 기업이 된 상태였다. 

또한 올해 시황이 정상화되기 시작해서 이익이 지난해 보다 줄 것으로 예측하는 해운업계 관계자는 찾아볼 수 없다. 내후년에 HMM이 이익이 거의 없거나 적자로 돌아설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보는 해운전문가도 없다.

국제공급망 위기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극한 관심을 갖고 매번 직접 나서서 챙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의 (산은)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산업과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이전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스스로 말한 것들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회장, 1970년대 김원기 전 산은총재 이후 최장수 산은 수장...중요 과제는 '미제'로

이 회장은 지난 1972년부터 1978년까지 6년여 산은을 이끌었던 김원기 전 경제부총리 이후 최장수 산은 수장이다. 그런데, 중요 과제들은 미제로 남아 있다. 

그의 표현 방식은 매우 소신에 넘친다. 산은 직원들이나 외부에서 충언을 하거나 조언을 해줄 여지가 거의 없다. 누구든 그런 상황이 되면 '독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산은이 맡는 기업은 우리 사회에 중요하거나 꼭 필요한 기업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경영이 정상화되면 매각 등을 통해 민간 경제로 복귀시켜야 한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이 회장 스스로 강조했던 메세지다.

그런데, 경영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고, 기업은 물론 산은 구성원들도 과거와는 다르다. 그가 산은회장으로 취임하기 이전 10여년의 개인적인 공백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많은 이유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제 한가지 이유가 더 늘게 생겼다. 그가 남은 임기를 채우자면 정부와 대치하면서 그의 '소신'대로 산은을 이끌어야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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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2022-04-14 17:06:54
김의철 기자님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기사를 보고 산업은행 이동걸회장도 좀 자신을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고위직에 있는만큼 본인이 한 말을 되새겨야할텐데.. 참.. 내로남불이 따로없네요

똥걸 2022-04-14 16:24:19
집에가자 똥걸아

스트롸이더2 2022-04-14 16:12:51
항상
팩트에 근거한 발로 뛰시는 기사 감사합니다.
또한
팩트와 정의가 혼합된 화끈하고도 예리한 기사
늘 감사하면서 후속기사도 항상 기다려 집니다.

장현정 2022-04-14 16:12:09
항상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런 기사가 많이 나와야 할텐데요

미운오리 2022-04-14 14:48:13
진심어린 기사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