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단체 "무림, 印尼 열대우림 숲 파괴" 비판...제지업계, ESG전담부서 없어 대비 미흡
상태바
기후단체 "무림, 印尼 열대우림 숲 파괴" 비판...제지업계, ESG전담부서 없어 대비 미흡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3.16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기후솔루션 등 "무림, 세계 3대 열대우림서 무분별하게 훼손"
- “무림페이퍼, 토착민 권리 침해... 사회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손실 초래”
- 한솔·무림, ESG전담부서 없어 비재무적 위험 대비 미흡

ESG(환경, 사회적공헌, 지배구조)경영은 이미 경제계의 최대 화두다. 여러 기업에서 ESG를 전담하는 전문인력과 전담부서가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전통제조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 중에는 여전히 대처가 미흡한 사례가 적지 않아 비재무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솔루션·공익법센터 어필·환경운동연합 "무림페이퍼, 인도네시아 우림 훼손"

기후솔루션, 공익법센터 어필,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15일 무림페이퍼의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파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녹색경제]

국내 기후환경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 변호사) 등은 "국내 2위 제지 업체인 무림페이퍼는 합리적인 절차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인도네시아 토착민들의 문화와 역사가 서린 산림생태계를 무분별하게 개간하며 산림을 훼손하고 다양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며 "무림페이퍼가 세계 3대 열대우림인 인도네시아 우림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 공익법센터 어필, 환경운동연합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림페이퍼의 무분별한 해외 사업으로 인한 열대우림 파괴를 비판하고 무림페이퍼의 인도네시아 플랜테이션 문제를 조명한 보고서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의 숲과 사람들: 무림피앤피의 파푸아 섬 플랜테이션의 실체'를 공개했다. 

이들은 국제 환경단체와 공동 집필한 보고서를 통해 열대우림 개간으로 기후위기를 심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면서, 무림페이퍼와 투자자, 파트너, 한국 정부에 이같은 사태를 중단할 수 있도록 요구사항을 전했다.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림페이퍼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 종을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주(州)에서 목재 플랜테이션 자회사 PT Plasma Nutfah Marind Papua(이하 PT PNMP)'를 설립해 약 6만4000ha 규모의 조림사업지를 운영중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무림페이퍼는 제지의 원료인 목재칩 생산을 위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일차림과 이탄지를 포함한 6000ha 이상의 산림을 개간했으며, 추가로 더 많은 숲으로 개간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토착민의 의식주가 위협받고, 문화와 역사가 담긴 관습적 토지와 정신적 가치를 지니는 성소까지 파괴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무림페이퍼는 지금까지 정확히 무엇이 위험에 처하거나 유실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전 평가를 수행하지 않고 있어 비난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무림페이퍼의 사업으로 인한 환경 및 사회적 영향과 필요한 보호적 조치에 대한 분석이 수행될 때까지 추가 개간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한 "이미 파괴한 산림지역의 복원과 토착 부족의 권리를 존중하고, 전통적 토지의 모든 사용은 자유의사에 따른 사전인지동의 원칙을 이행하는 절차를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미국변호사는 "PT PNMP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림파괴와 인권침해에 대해 한국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PT PNMP의 해외 산림자원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무림피앤피에 91억원의 융자를 제공함으로써 PT PNMP에서 일어난 산림파괴와 인권침해, 온실가스 배출에 직접 연관됐다. 따라서 무림피앤피에 인권 및 환경 실사 이행과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구제책을 제공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니사 라마와티 마이티어스 캠페이너는 “이 보고서는 무림과 같은 기업이 어떻게 산림관리협의회(FSC) 산림인증 라벨 뒤에 숨어 계속해서 인도네시아 최후의 열대우림을 파괴하는지 보여준다"면서 "FSC는 이렇게 산림인증 조건을 위반하는 회사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FSC 라벨은 그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림, 친환경 제품 개발로 최고상 수상도...ESG전담 부서 없어 체계적 대응 어려워

무림이 개발한 네오포레 완충재 [사진=무림]

무림은 1956년에 창업해 여러번의 사명변경을 거쳤다. 지난해 말 매출 약 1조원, 임직원 476명의 중견기업이다. 오래된 전통제조업기업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림도 나름대로 친환경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자체개발한 친환경 종이 ‘네오포레 완충재’로 포장 기술 관련 세계 최고 권위상인 ‘2022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를 수상했다. 전 세계 약 440여개 제품이 경합한 가운데 국내제지사로는 무림이 유일하다. 

'네오포레 완충재'는 코로나19로 급격히 늘어난 택배상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충격완화용 충전재로 흔히 '뽁뽁이'라고 불리는 비닐 포장재를 대체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콜마와 손잡고 친환경 패키지 용지 ‘네오CCP R30’을 개발하기도 했다. 버려지는 종이를 활용한 재생펄프를 혼합해 만든 제품으로, 생산과정에 있어 자원의 재활용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였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ESG전담 부서와 전문인력이 없어 비재무적 위험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홈페이지에서 ESG 용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친환경제품을 개발하는 수준으로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기후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무를 다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말 공시한 사업보고서의 원재료 및 생산설비 항목에 따르면, 무림은 국내 47%, 수입 53%의 비율로 목재칩을 원료로 수급하며 금액은 1582억원 규모다. 

한편, 국내 최대 제지기업인 한솔제지는 목재칩이 아닌 고지(재활용 종이)와 펄프를 주 원료로 수급하고 있다. 한솔의 지난해 매출은 1조8342억원, 직원수 1192명으로 역시 중견기업이다. 무림과 마찬가지로 ESG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두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위험과 관련한 인식은 환율, 이자, 신용 등 등 재무적 위험에 한정돼 있다. 비재무적 경영지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