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식품업계 '수직계열화'의 두 얼굴... 사익편취 vs 경쟁력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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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식품업계 '수직계열화'의 두 얼굴... 사익편취 vs 경쟁력 제고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11.2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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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계열사 수직통합 개편 박차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올폼' 조사 착수
내부거래, 사익편취 등 거버넌스 문화 부패 이면

최근 원재료 공급망과 물류대란이 이어지면서 식품업계가 ‘수직계열화’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수직계열화가 지배구조의 비대화를 동반하면서 거버넌스 문화 부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하림지주 지배구조 현황 요약[그래픽=이용준 기자][자료=금융거래원 전자공시스템]
하림지주 지배구조 현황 요약
[그래픽=이용준 기자][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거래비용과 경영 효율성을 위한 수직계열화 작업은 기업경쟁력을 위한 원동력이 돼왔다. 생산부터 물류, 판매까지 계열사 통합체제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원자재값 급등과 물류대란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자재 조달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식품업계의 수직계열화 개편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수직계열화 작업은 오너일가의 지분율 증대가 불가피해 관료 비대화 문제를 동반한다. 총수일가의 기득권이 확대되면 자연스레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등 거버넌스 문화의 부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식품업계 오너일가의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직계열화가 구조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23일 식품업계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에 조사관을 보냈다. 올품은 김홍국 하림지주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가 최대주주이며 사실상 하림지주의 실질적 지배기업이기도 하다.

앞서 하림은 김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올품 제품을 고가 대량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화(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공정거래법 시정명령을 내렸다. 같은 달 6일에는 올품과 함께 삼계탕용 닭고기 담합 의혹을 받고 검찰 고발 및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엔에스쇼핑 주식교환방식 합병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엔에스쇼핑은 하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하림지주의 수혜가 예상되면서 엔에스쇼핑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림지주 주식은 사실상 총수일가가 48%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엔에스쇼핑 합병이 회사 전체보다 총수일가의 사적편익을 증대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같이 부당한 내부거래 의혹이 끊이질 않는 이유로 수직적 지배구조가 지목된다. 실제로 하림은 해운 물류업체 팬오션부터 생산, R&D, 도소매까지 수직통합경영을 구축해왔고 현재 90여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밀도가 높은 오뚜기 역시 심각한 내부거래 비중으로 논란이 돼왔다. 오뚜기라면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6376억원) 중 99.7%를 차지할 정도로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수직계열화와 거버넌스 문제는 내부거래 그 자체보다 사익편취에 있다.

오뚜기라면은 지난 3월 총수일가가 내부거래를 통한 수혜 대부분을 독점한다는 의혹을 제기받았다. 당시 함영준 회장과 가족은 오뚜기라면 지분 35%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즉 지주사 오뚜기와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 중 3분의 1 이상을 총수 일가가 차지하는 셈이다. 논란이 일자 함 회장은 같은해 5월 오뚜기라면 지분 7.48%을 오뚜기(35.13%)로 전환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오뚜기물류서비스를 지주전환하면서 부당내부거래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의혹을 받았다. 오뚜기물류서비스가 하위 계열사를 두지 않고 단일 존속법인이란 점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대기업 중심 성장모델을 선택한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직계열화는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성장을 위한 당연한 절차로 용인돼왔다. 하지만 최근 ESG경영이 강조되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외적성장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Governace)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총수일가의 부당한 내부거래 문제가 끊이질 않으면서 수직계열화가 구조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것. 수직계열화는 자연스레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높이고 의사결정권을 일원화시키기 때문이다.

한 기업컨설팅 관계자는 “대기업의 계열사 수직통합 작업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ESG경영이 더 주목받는 만큼 불공정한 방법으로 시장 카르텔을 형성하고 기득권을 사익추구에 이용하는 기업의 생존은 담보받기 힘들 것”이라고 23일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최근 식품원가 인상과 공급망 불안정을 계기로 식품업계의 수직계열화 작업이 가속화된 가운데 거버넌스 문화 개선을 위한 업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업의 진정성있는 실천이 필요할 때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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