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자체 물류시스템 강화 배경은?... 이례적 기후변화 따른 곡물시장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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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자체 물류시스템 강화 배경은?... 이례적 기후변화 따른 곡물시장 불안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08.0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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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도 수직계열화 통해 자사 물류환경 강화
기후온난화와 불안정한 국제 곡물 시장에 '위기감'
하림그룹, '통합경영'을 통한 시장경쟁력 확보 전략

식품업계가 자체적인 물류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수직계열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례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곡물시장 변화가 식품업계의 수직계열화를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식품업계 물류시스템 강화와 수직계열화 작업 가속화

물류환경이 기업의 시장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면서 식품업계도 자체적인 물류시스템 증축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식품 대기업들은 일찍이 자체 계열사를 소유해 압도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이는 원료수급부터 가공품 생산과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해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또 온라인쇼핑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취급물량이 증가하고 종류가 다원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변동적인 시장을 통제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직계열화는 식품업계의 대세가 된 듯하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이 식품업계의 물류시스템 강화와 수직계열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가 인상이 원가부담으로 작용하자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관리와 물류통제를 통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온난화로 인한 곡물가 인상.. 식품 원가부담 증가

기후온난화로 장기적인 폭염과 집중호우가 지속되면서 국제곡물 공급망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상기후현상 ‘라니냐’의 영향으로 올해 3월 기준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은 7년 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미국 아이오와주와 중국 양쯔강 유역에도 기록적인 가뭄과 폭우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작황 피해가 장기화돼 주요 곡물 수출국이 ‘자원 보호주의’에 도입하게 되면서 곡물가 인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작년 2월 세계 최대 밀 수출국 러시아는 자국의 식량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곡물 수출을 억제했다.

이미 작년부터 식품의 주원료인 옥수수, 대두, 소맥 등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작년 7월부터 곡물가격이 오르더니 올해 4월부터 7월 사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연스럽게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안정적인 곡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안정적인 곡물 조달과 가격인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 곡물 원료를 판매하는 계열사를 동시에 소유하면 상호 호환을 통해 식품 원가 상승을 저지할 수 있어 시장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국제 곡물가 불안정과 하림의 수직계열화 통한 '통합경영'

대표적으로 하림은 곡물 원자재 조달과 물류,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통합하는 수직계열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하림은 해운,곡물 사업을 주력하는 팬오션을 인수해 안정적인 곡물 조달체계를 확보하고 물류비용을 감소시켰다. 팬오션은 작년 9월부터 미국 곡물터미널을 운영하는 EGT 지분을 재인수해 더 안정적인 곡물조달이 가능해졌다. 이에 2020년 2분기부터 곡물사업추이가 흑자로 돌아서며 앞으로 곡물 트레이드 역량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4일 팬오션은 사업확장을 위한 LNG선 2척 추가 장기계약에 성공했다. 곡물 공급망이 차츰 안착되면 안정적인 원료조달과 곡물가 인상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또 서울 양재동의 자체 물류거점이 완공된다면 물류비를 효과적으로 감축시켜 가격경쟁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림의 통합경영 개념도[사진=하림그룹 제공]
하림의 통합경영 개념도[사진=하림그룹 제공]

 

하림 관계자는 “현재 양재동의 도시첨단 물류센터는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합법적인 절차 후 진행 예정”이라고 9일 <녹색경제신문>에 밝혔다.

한편 식품업계의 계열사 수직통합이 관료조직의 비대화와 기업의 경기변동에 대한 유동적인 대처가 어렵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호경기일 때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윤확보가 가능하지만 불경기 때는 계열사 전체로 연쇄적인 실적부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경로 구성원들간의 다양한 기능을, 한 기업이 독점할 때 경기변동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힘들 수 있다”며 “조직이 커지면 기업운영의 효율성이 좋아질 것 같지만 반대로 관료화돼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실제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하림의 수직계열화가 정착되면서 여러 계열사 이사직을 겸직하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불안정한 곡물가 인상이 장기화된다면 식품업계의 물류환경을 포함한 수직통합 전략은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세한 물류기업과 유통경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들의 목소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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