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정책보험 한계 극복한 전략가···체질개선 성과로 연임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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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정책보험 한계 극복한 전략가···체질개선 성과로 연임 이어갈까
  • 윤덕제 기자
  • 승인 2021.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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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금융 내 손꼽히는 '기획전략통' 평가, 취임후 수익성 개선에 몰입
- 불가피한 정책성보험 관리 단점을 수익성 위주의 보장성보험 확대로 돌파하며 미래가치 제고
- NH농협손보의 재무건전성 강화와 자본확충 마련이 최대 과제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최창수 NH농협손보 대표이사[제공=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은 농협중앙회의 공제부문에서 분할된 회사로 국내 유일의 정책성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을 판매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농가를 보상하는 재해보험을 취급하는 특성 상 다른 손해보험사와 차별화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은 늘어나지만 높은 손해율은 실적 개선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 간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100%를 크게 웃돌았으며 지난해에는 149.7%로 집계됐다.

이런 공제 기반의 특수성으로 효율성 및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 실행에는 경쟁사 대비 열세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수익성·성장성 제고를 위한 채널 전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쉽지않은 현실이어서다.

'비교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법'을 찾는 수장이 절실한 상황에 농협금융은 지난해 농협금융지주 최창수 부사장을 NH농협손해보험의 새로운 적임자로 낙점했다.  

최창수 사장은 취임과 함께 "단기 실적보다 미래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충실한 성정전략 이행으로 오는 2025년 원수보험료 4조8000억원, 당기순이익 1000억원 규모의 견실한 중견 손해보험사가 되겠다"고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터닝 포인트

수익성 개선 사명에 보장성보험 강화 전략 추진

최창수 사장은 지난해 취임 시 NH농협손해보험의 당면과제인 수익성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받았다. 

농협금융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전문가로 꼽히는 최 사장은 기존에 유지돼온 대표이사 임기 1년 관행과 달리 처음부터 2년을 부여받았다. 통상 농협금융의 자회사 대표의 임기는 1년이며 연임을 더해 '1+1' 임기제였지만 최 사장부터 이런 관행이 변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최창수 사장은 지난 1986년 농협중앙회에 첫 발을 디뎠으며 1997년 기획실에 입성해 경영전략팀장, 미래전략혁신팀장, 전략기획팀장을 거치는 등 기획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농협의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나누는 '신경분리' 실무 팀장도 거쳤다. 이후 일선 금융지점장을 다년간 경험하고 지난 2016년 농협중앙회로 복귀해 농협중앙회 비서실장, 농협은행 경영기획부문장(수석부행장),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농협금융그룹에서 손꼽히는 기획전략통으로 평가받은 최창수 사장은 임기 2년 차에 접어들어 NH농협손보의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 모두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최 사장은 취임 첫 해 전년 대비 580.8% 급증한 463억원의 순이익 을 기록했다. 

수익성 중심의 장기보장성보험 강화로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보험영업손실 폭은 축소되고 안정성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투자영업이익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 사장은 손해율 관리가 쉽지 않은 농작물재해보험을 판매하는 특성상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지난해 NH농협손보의 보장성보험 비중은 원수보험료 기준 전체 60% 수준까지 상승했다. 

올해도 가파른 실적 개선세는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에만 전년 순이익을 넘어선 573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7% 늘어난 수치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 증가했다.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을 상쇄시킨 보장성보험 확대로 수익성이 제고된 결과다.

NH농협손보의 내실 다지기 성과를 보여준 최창수 사장은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계열사 대표가 연임을 하지 않고 물러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지만 최 사장이 이전 관행을 깰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제공=NH농협손해보험]

 

◆성공전략

경영체질 개선세 기반으로 미래가치 제고 몰입

최창수 사장은 그간의 경영체질 개선세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NH농협손보의 미래가치 제고에 몰입 중이다. 최 사장이 지난해 대표 취임 때부터 강조했던 디지털혁신을 가시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혁신금융서비스 기반의 디지털을 주도해 향후 다양한 고객 중심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NH농협손보는 고객이 보험의 보장현황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보장분석 서비스를 오픈했다. 최창수 사장은 "디지털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는 당사의 최우선 과제"이며 "향후에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NH농협손해보험의 셀프보장분석 서비스는 홈페이지나 모바일앱을 통해 총 38개의 보장을 분석해준다. 이 서비스는 부족한 보장을 보완하기 전과 후를 한눈에 비교해주는 시뮬레이션 기능까지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NH농협손보의 이번 서비스가 일반 소비자도 손쉽게 자신의 보장 현황을 진단할 수 있어 언택트 소비를 선호하는 2030세대의 활용도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이다.

보험업계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보험상품권'도 개발·판매하고 있다.

모바일 보험상품권은 보험산업과 e-커미스를 최초로 접목한 서비스로 이를 활용해 운전자보험, 레저보험 등 생활밀착형 다이렉트보험을 가입할 수 있으며 옥션, G마켓 등에서 언제 어디서나 구매해 활용할 수 있다.

최 사장은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디지털 변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NH농협손해보험은 핀테크, 인슈어테크 업체와의 협업과 제휴를 위한 온라인채널 'NH디지털제휴센터'를 가동했다. NH디지털제휴센터를 통해 헬스케어, 비대면상품 판매 등 보험 관련 분야와 인공지능(AI), 로봇 프로세스자동화(RPA),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을 주제로 한 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에는 NH농협생명과 공동으로 애자일 소다와의 상호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AI·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협약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MZ세대를 겨냥해 PC와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늘려가고 있다. NH농협손보는 올해 초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비대면 전용상품 '(무)2040NH3대진단비보험'을 출시했다.

농협금융에서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혁신에 앞서며 기획전문가로 불렸던 최 사장이 농협손보의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한 모양새다.

[제공=NH농협손해보험]

 

ESG 경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최창수 사장은 지난달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가 선포한 지속가능보험원칙(PSI, Principles for Sustainable Insurance)에 가입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ESG채권을 발행한 바 있으며 농협금융의 ESG추진전략에 발맞춰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관리체계 구축 △고에너지효율 IT 인프라 교체 증설 △친환경 사회공헌활동 확대 등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말 열린 제3차 ESG 자문위원회에서는 △ESG 투자 방안 △ESG 상품전략 △친환경 경영문화 확산방안 △사회적 책임경영 등 ESG 경영전반에 대한 추진현황을 자문위원들과 함께 점검하고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최창수 사장은 "지속가능보험원칙 가입을 계기로 농협손해보험의 ESG경영을 확고하게 다져나가겠다"며 "ESG보험상품 및 서비스 확대, 녹색금융 투자 강화, 국제협약 참여 및 교류확대 등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자본건전성 제고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7월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1000억원 규모 ESG채권(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NH농협손해보험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8%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NH농협손보는 조달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분야와 일자리창출, 사회인프라 구축 등 사회적 적격성이 인정된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ESG경영 실천에도 앞장서겠다는 복안이다

최창수 사장은 "이번 ESG인증 채권 발행을 통해 새로운 보험회계기준에 대비한 자본 건전성을 확보함은 물론 ESG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제공=NH농협손해보험]

 

◆ 향후 과제

아쉬운 자본건전성 개선이 당면과제...임기 내 '질적 개선'은 연임에 청신호

NH농협손해보험은 최창수 사장의 임기 내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이뤘다. 

올해 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연간 이익 규모를 넘어설 만큼 수익성이 회복됐고 디지털혁신으로 영업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최 사장이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은 NH농협손보의 자본여력이 충분하다고 여기기엔 다소 아쉽다는 점이다.

NH농협손보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188.8%에서 올 1분기에는 177.95%로 낮아졌다. 지난 7월 1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으로 지급여력(RBC)비율을 18% 가량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200% 미만으로 추정된다. 

통상 보험업계에서는 일시적으로 반영될 변동성을 고려해 안정적인 RBC비율을 20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평균 RBC비율은 238.9%이며 생명보험을 포함한 보험회사 전체로는 260.9%에 이른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는 웃돌고 있지만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더욱 강화된 지급여력제도(K-ICS)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NH농협손해보험은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을 취급하고 있어 자본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NH농협손보가 독점 운영하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어 가입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가입율이 늘어날수록 지급여력비율의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이 늘어나 RBC비율 하락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농협손보의 연간 순이익이 463억원인데 이 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이 3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RBC비율 상승을 위해선 순이익이 늘어나야 하는데 농작물재해보험이 발목을 잡고있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3년 적용될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보험사들 모두 자본확충에 분주한 상황"이라며 "NH농협손보는 손해율이 높은 농작물재해보험을 취급하고 있어 다른 보험사 보다 재무건전성 관리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창수 사장이 수익성 중심의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에 공을 들였왔던 배경에도 이런 농작물재해보험의 수익 변동성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정책보험인 농작물보험 외에 장기·일반 보험의 비중을 확대하며 최근 장기보험과 특종보험(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등)의 비중을 5대 5까지 끌어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보장성 보험 위주로 판매가 성장한 만큼 체질 개선에 따른 순익 성장"이라며 "궁극적인 회사 성장의 방향성이 점진적으로 실적에 녹아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손보의 실적 개선세가 일시적인 순익 확대를 넘어 '질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최창수 사장이 임기 내내 다져논 체질개선을 통해 그간의 농협금융 관행을 깨고 연임을 이어갈지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회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따뜻한 동행,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2025 비전 선포[제공=NH농협손해보험]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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