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딜레마 구역, 신흥국 국채투자…반인권 국가채 투자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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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딜레마 구역, 신흥국 국채투자…반인권 국가채 투자에 논란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1.10.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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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벨라루스 국채 보이콧 캠페인…다수 투자기관 동참
-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 무응답
- 반인권적 이슈에도 날개돋친 듯 팔리는 국채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주식시장에 부는 ESG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국채시장에도 불고 있다. 지난해 벨라루스 정부의 반인권적 행위에 유럽에서 벨라루스 국채 보이콧 캠페인이 일어났다. 덴마크 사학연금, 독일 투자기관 등 다수 기관이 이에 동참했고 EU도 제재차원에서 벨라루스 국채거래를 금지했다.

다만 캠페인 과정에서 벨라루스 국채를 보유한 블랙록, UBS 등 거액 자산운용사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또 벨라루스 외에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의 반인권적 행위에도 이들 국가채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며 논란이 됐다.

투자자들은 신흥국 국채가 특히 인권측면에서 ESG 리스크가 높지만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인권운동단체 프리덤하우스의 비티스 저르코니스(Vytis Jurkonis)는 “일부 투자자들이 이들 국가의 반인권적 행위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그들은 이들 정권의 생존에 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벨라루스 국채 보이콧 운동, 다수 기관의 참여 이끌어내다

지난해 벨라루스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국채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다.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로 불린다. 지난해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반정부 인사 3만여명 이상을 감금 및 수감했다. 지난 11월 징역형 위기에 처한 니콜라이 프라코퓨는 폴란드로 망명을 떠나 벨라루스에 자금을 제공하는 국채투자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유럽전역에 벌였다.

그의 캠페인에 다수의 투자자들이 응답했다. 덴마크 사학연금 아카데미커펜션 자산관리자 그룹은 지난 4월 벨라루스 정부국채를 모두 매각했다. 벨라루스의 인권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독일 DZ뱅크 그룹의 유니온인베스트먼트도 같은 이유로 벨라루스 국채를 모두 매각했다. 벨라루스의 민항기 강제착륙 사건을 계기로 EU도 지난 6월 벨라루스 국채의 거래를 금지했고 벨라루스 국채가격은 금리가 7%대까지 치솟으며 폭락했다.

반면 그동안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침묵했다. 켐페인을 이끈 프라코퓨는 블랙록과 UBS 등 자산운용사에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다. 벨라루스 국채투자는 이들의 ESG 투자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UBS는 이에 오직 작은 포지션만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고 블랙록은 답변을 피했다.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 신흥국 CIO 리처드 하우스는 “이머징 마켓지수에 포함된 모든 국가들은 다들 작고 큰 문제를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다. 완벽한 투자방법이란 없다”고 이에 답했다.

◇ ESG 딜레마 구역, 높은 수익률과 ESG 리스크 공존

아이쉐어즈 신흥국 국채 ETF, 선진국 ETF 수익률 비교[출처=구글파이낸스]
18일 기준 아이쉐어즈 신흥국(파란색), 선진국(하늘색) ETF 1년 수익률 비교. [출처=구글파이낸스]

투자자들에게 신흥국 국채시장은 ESG 리스크를 안고 있으나 수익률이 높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신용위험이 높은만큼 변동폭이 커 수익률이 높다. 또 신흥국 국채는 발행금리가 높아 이자수익도 비교적 크다. UBS, 블랙록 등이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벨라루스 3, 5년 만기국채는 6~7%대의 금리다. 1%대의 선진국 국채와 비교해 이 같은 고금리는 시세차익을 방어하는 일종의 안전마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채시장은 발행국의 인권문제와 별개로 움직였다. 본드레이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18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터키 영사관에서 암살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2019년부터 320억 달러의 국채를 완판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내전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으나 그동안 국채시장에서는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무리없이 조달했다.

ESG 채권지수도 도마에 올랐다. JP모건이 개발한 'JPMorgan ESG EMBI Global Diversified' 지수는 자체 ESG 평가를 통해 ESG 점수가 높은 발행국 국채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그러나 지수 상위종목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비인권 국가가 포진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 뱅가드 외에도 다수의 국내 자산운용사는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뮤추얼, ETF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채 보이콧 캠페인을 주도한 프로코프는 “투자기업들은 모두 ESG와 지속가능한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투자를 할 때 이들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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