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가석방 후 공식 행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대외적으로 공식 일정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13일 가석방 출소 이후 처음이다. 그간 사옥을 방문해 사업을 점검한 일은 있지만 공식 외부 일정에 참석한 적은 한 달간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는 자리를 첫 일정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재개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용창출을 통한 경제회복은 물론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서울캠퍼스에서 김부겸 총리의 방문을 안내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첫 공식 행보에 나서면서 경영 복귀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경영 복귀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특히 김 총리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공개 지지한 데 이어 삼성 방문으로 경영 복귀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김 총리는 지난 8월말 외신과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너무 일찍 법적 책임을 면했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이 부회장의 상황에 대해 '편협한'(narrow-minded) 접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이 재벌의 역할에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업 기회를 빼앗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 측에서는 김 총리와 함께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고 삼성에선 이 부회장과 성인희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이인용 CR(대외협력) 담당 사장 등이 자리했다. 이인용 사장은 MBC 앵커 출신으로 이 부회장의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배라는 점에서 이날 만남은 물론 향후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은 이날 행사에서 정부와 ‘청년희망 ON 프로젝트’의 파트너십 협약을 맺고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개 창출 방안을 공개했다. 삼성의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참여는 지난 7일 KT에 이어 두번째다. 

김 총리는 “삼성에서는 기존에 이미 8월 24일 4만명의 청년 직접채용을 발표한 바가 있는데, 오늘 과감한 결단을 해주시고,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자리도 만들어 주셨다”며 “이재용 부회장님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희망ON’ 프로젝트는 취업난에 코로나19까지 겹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다시 희망의 빛을 열어주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서 마련한 소중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취업연계형 SSAFY 교육생을 연간 1000명 수준에서 내년부터 2000명 이상으로 증원하는 등 3년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총 3만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지난 8월 24일 발표한 3년간 4만명 고용 계획에다 이번에 3만명이 추가돼 총 7만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투자계획 발표 당시 “SSAFY 운영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사업 규모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히 SSAFY 설립부터 지금까지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8월, 광주SSAFY를 방문해 교육생과 인증샷을 찍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은 정보기술(IT) 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해 지금 씨앗을 심어야 한다.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도전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SSAFY 교육생을 연간 1000명 수준에서 2000명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SSAFY는 삼성전자가 2018년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청년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만 29세 이하 취업준비생·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1년간 운영하는 취업연계형이다.

삼성전자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교육생 선발·교육 운영·취업 지원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돕고 있다. SSAFY는 삼성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교육생에게 월 100만원의 교육보조금을 지급한다. 

또한 삼성그룹이 청년 창업지원을 하는 ‘C랩 아웃사이드’,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지역청년활동가 지원사업 등 신규 사업을 통해 연간 1만개, 3년간 총 3만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은 올해부터 비수도권 지역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데이’ 행사 후원을 시작한다. 아울러 지역 NGO를 지원하는 청년활동가 지원사업을 새롭게 추가해 청년 인재들의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 가석방 이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도 나섰다. 대부분 대기업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반면 삼성은 청년 일자리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코로나19 백신 공급, 대형 인수합병(M&A) 등 산적한 과제가 많지만 첫 공식 행보로 일자리 사회공헌으로 시작한 데 의미가 크다"며 "향후 '뉴 삼성'의 최우선 순위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공헌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