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반도체·백신 역할" 언급···평택 반도체사업장·삼성바이로직스 방문 가능성
- 9월 추석 명절 기간 중 해외 출장 가능성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후 곧장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경영 복귀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 연휴 동안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단계적으로 경영 복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 직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저에 대한 비난과 우려,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짧은 입장 발표 이후 대기하고 있던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에서 삼성전자 사초사옥으로 이동했다. 재계 관계자는 "부재 중 경영 현안부터 파악하기 위한 행보"라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의 출소는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수감 기간 동안 충수염 병환으로 수감 이전보다 수척해지고 흰머리도 늘어난 모습이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지난 7개월 간 몸무게가 약 10㎏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 요구가 많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서초사옥에 먼저 간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실상 경영 복귀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석방 당시에는 출소 직후 삼성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부친 고(故) 이건희 회장을 찾아간 바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 당일 고 이건희 회장이 잠든 수원 선영을 먼저 찾거나 자택에 가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수감 기간 동안 건강이 상했고 취업제한 이슈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이 부회장이 휴식 없이 곧장 회사로 직행한 것은 경영 현안부터 챙기겠다는 강한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집무실에서 일부 핵심 사업부 사장 등 경영진과 미팅을 하며 업무 현안들을 보고받고 경영 복귀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이 부회장은 당장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초격차 지위를 갖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20조원대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 프로젝트 확정이 임박해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추가 투자, 인공지능 등 미래 사업 분야 인수합병 등도 급선무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진출도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사업장이나 삼성바이로직스의 백신 위탁생산 현장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은 17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방문해 대국민 신뢰 회복 의지를 재차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에도 재판이 줄줄이 남아 있다. 19일에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이 예정돼 있다. 프로포폴 혐의 첫 재판은 다음달 7일로 연기됐다.
이 부회장이 9월 추석 연휴에 해외 출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그간 명절 연휴를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찾은 전례가 많다. 다만 가석방 상태에서 해외 출국을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서초사옥 일정 후에는 한남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광복절과 16일 대체공휴일까지 연휴가 이어져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연휴 중 이건희 회장의 수원 선영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서초사옥을 먼저 찾은 것은 그 만큼 경영 현안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그러나 경영 복귀에도 불구하고 취업제한과 보호관찰 상태라서 해외 출장 등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