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국 박사 "SLBM, 수심 30M 발사시험이 중요...항공식별 피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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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국 박사 "SLBM, 수심 30M 발사시험이 중요...항공식별 피할 수 있어"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7.0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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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박사
이국 박사 [사진=녹색경제]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를 우주로 쏘아 올릴 1단 추진체를 제작한 흐루니체프(Khrunichev)사는 러시아 우주과학 기술의 상징이다. 1916년에 설립됐으며, 직원수가 3만5000명을 넘고, 연간 예산은 1조5000억원을 넘는 거대한 연구집단이자, 로켓·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국 박사는 이곳에서 지난 1996년 부터 4년만에 흐루니체프 연구소 부설 우주항공대학원에서 우주비행체 생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6년까지 연구원(칸디다타)으로 근무했다. 그는 로켓은 물론, 미사일과 무인 무기 분야의 권위자다. 

<녹색경제신문>은 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이 박사를 만났다. 

최근, 한국은 세계 8번째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 개발 방향을 짚어달라

최근 우리나라가 성공한 시험은 수중 바지선에서 발사한 것이다. 실전 배치를 위해서는 수심 30미터에서 발사시험에 성공해야 한다. 이는 항공식별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수심 100미터에서 발사할 수 있는 SLBM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 수심이라면 사실상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서 상대방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미사일이 수면으로 나와 식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이미 가속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방어가 어렵다. 미사일이 수면으로 부상할 때 부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부상한다. 

또 한가지는 미사일을 작게 만드는 기술이다. 잠수함이 안 커져도 미사일이 작아지면 탑재 숫자를 늘릴 수 있다.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면, 굳이 미사일이 클 필요는 없다. 그런데,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과 달리 SLBM은 자기 좌표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GPS기술의 보조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베어링 기술이 필수적이다. 

 

북한이 보유한 SLBM의 수준과 방어 방법에 대해 말해달라

북한이 보유한 SLBM의 설계기술은 러시아, 베어링 같은 핵심 부품은 중국에서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소재기술이나 핵심 부품 기술은 기초 기술이 뒷받침 돼야하는데, 북한의 기술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SLBM을 방어하기 위한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무인비행체로 해수면 감시하는 것이다. 북한은 디젤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고, 러시아의 골프급(1960년대 러시아가 디젤 추진 잠수함에 탑재했던 초기 SLBM)과 유사하다. 

군사무기 선진국이 운용하는 해상 감시 무인기는 엔진을 끄면 초정숙모드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잠수함에서 청음기를 올려도 감지가 어렵다. 그러면 북한 잠수함은 해수면으로 떠오를 수 없고, 따라서 SLBM을 발사할 때 식별이 용이하게 된다. 잠수함 위치만 파악하면 구축함이나 초계기로 공격할 수 있고, SLBM도 가속되기 전에 식별하면 파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러시아는 최근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술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알려달라. 

극초음속 미사일은 재료와 비행역학, 그리고 설계기술이 중요하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로켓엔진보다는 제트식 엔진에 가깝다. 로켓엔진은 연료와 압축공기가 함께 탑재되지만, 제트엔진은 연료만 있으면 공기는 흡입한다. 그런데 속도가 높아지면 흡입공기의 양을 줄여야 하는데, 그것이 핵심기술 중 하나다. 

중국이 자랑하는 둥펑17은 다른 극초음속 미사일과는 달리 매우 날씬한데, 그래서는 극초음속을 견디면서 정확한 비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극초음속 비행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예산만 충분하다면, 우리도 충분히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보유할 수 있는 설계능력과 제작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도 우주개발 강국으로 잘 가고 있는지 평가해달라

항공우주개발에는 기술축적이 중요하다. 성공과 실패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관찰되는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축적된다. 

그렇다면, 개발 파트너가 바뀌는 것은 곤란한데, 나로호 개발을 함께 했던 흐루니체프를 배제하고, 우크라이나 국영우주국을 새로운 파트너로 삼았다. 우주 발사체는 성공할 수 있어도 기술 축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주개발은 기나긴 하나의 과정이고 여정이다. 단편적인 이벤트나 쇼가 아니라는 말이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성공은 불완전한 성공이라고 본다. 

 

얼마전 한미미사일지침이 42년만에 종료됐다. 이 기회를 살려 국방력을 강화하고 항공우주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기록하고, 이같은 과정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상당 기간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가능성을 키워가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뛰어넘어야 하는 허들의 높이가 계속 높아지는 것과 같다. 무조건 뛰고 넘으면 됐던 시절과는 다른 사고가 필요하다. 

흐루니체바에는 30년 동안 티타늄만 만진 장인도 있고, 특정한 부품만 수십년씩 깍는 장인도 있다. 한가지에 미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나 독보적인 기술이 있다. 한국의 연구개발 환경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진다. 

첨단 기술을 개발하려면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기초기술과 기초학문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특히, 전시적이고,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는 발사비용을 이전의 10분의1로 낮춰 우주기술 상업화의 길을 열었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많은 실패가 있었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실패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되는 것만 사업화하는 현재의 방식은 결국 제자리 걷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의 국력도 많이 신장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사용하는 연간 2조~3조원의 소멸성 연구개발 비용을 단순히 성공과 실패로 판단하지 말고, 정상적인 절차와 과정으로 혁신해 나가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이국 박사
이국 박사의 손과 보이지 않는 피부의 1/3 정도에는 화상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녹색경제]

이 국(李 國)은 인하대(87학번) 기계과에서 학사와 동(同)대학원에서 파괴역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인하대 로켓연구회의 '불굴의 연구정신'을 자랑하는 핵심 멤버다. 

대학원 1년 시절 교내 폭발사고로 심각한 화상을 입고 사경에 처했다. 이후 집중 치료를 통해 기사회생 했지만, 여전히 화상의 고통과 맞서면서 연구개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줬다. 

1992년~1995년까지 현대정공에서 미사일 개발 업무를 했다. 

1996-2006년까지 11년 동안 흐루니체프 부설 우주항공대학원과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최근, 개인연구소에서 유무인복합 기동 무기체계에 대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방산기업과 협업을 준비 중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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