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운명이 달렸다" 한·미·중 '반도체 삼국지'…국가 별 투자 규모와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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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운명이 달렸다" 한·미·중 '반도체 삼국지'…국가 별 투자 규모와 전략은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5.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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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오는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 대규모 민간투자에 세액 공제 등 지원책 마련…업계 "실효성 기대"
- 美, 조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반도체 인프라에 적극 투자…전 세계 기업들 자국 공급망으로 끌어들여
- 中, 반도체 굴기 전략 하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 쏟아부어…생산능력 강화 전망

반도체 산업이 경제를 떠나 국가 안보의 중요한 요소로까지 떠올랐다. 이에 세계 각국이 자국 내 반도체 첨단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에 아낌없는 투자를 예고하고 나섰다.

미국은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만 56조원을 투입하는 동시에 범국가적인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일념 하에 141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 강국이자 양국의 갈등 사이에 놓인 한국은 51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민간투자를 다방면에서 돕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의 '쩐의 전쟁'이 기업 이슈에서 국가 차원으로 이동하는 형국이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업계 특성 상 세금이 1%만 달라져도 몇백억에서 몇천억에 이르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이번 정부의 투자가 충분히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 전경.

한국 - 510조원 이상 대규모 민간투자에…정부, 세제 혜택 '지원사격'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한국은 각각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 투자를 비롯해 각기 다른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국 정부는 전날인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네페스, 리벨리온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참석했다.

이들 기업은 오는 2030년까지 510조원+α 규모의 막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하기로 했으며,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국내 설비증설·M&A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K-반도체 벨트'를 조성한다. 판교-화성-온양에 이르는 지역, 이천-용인-청주에 이르는 지역에서 첨단 메모리 제조시설 증설·고도화와 파운드리 신설·증설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개발이 아직 어려운 EUV 등의 첨단 기술 및 장비는 외국기업을 유치를 통해 보완한다.

기업들의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핵심기술 확보, 양산시설 확충 촉진을 위한 '핵심전략기술(가칭)'을 신설해 이에 해당되는 연구개발(R&D)은 최대 40~50%, 시설투자는 최대 10~20%의 세액을 공제할 계획이다.

금융 지원 면에서는 8인치 파운드리 증설, 소부장 및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 지원을 위해 1조원+&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화학물질, 고압가스, 온실가스, 전파응용설비 반도체 제조시설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고, 용인·평택 등의 10년치 반도체 용수물량을 확보하는 등 기반 구축에도 나선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쳤다"며 "510조원 이상의 대규모 민간투자에 화답해 정부도 투자세액공제 5배 이상 상향, 1조원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CNN]

미국 - 반도체에만 56조원 '쾌척'하며 자국 내 공급망 구축 강조…기업들은 환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3월 말 2조2500억 달러(한화 약 254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프라 투자는 8년간 진행되는데, 이 중 반도체 분야에는 500억 달러(약 56조원)가 투입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는 명확하다. 반도체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자국 내 공급망 체제를 공고히하고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이자 한 세대에 한 번 올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라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 전략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냈다. 지난달 중순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직접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혔다.

한 손에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올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반도체 투자를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며 “미국의 경쟁력은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TSMC, NXP 등 19개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내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달 20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을 호출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을 주제로 화상 회의를 열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대만의 TSMC,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회의에 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투자에 환영의 뜻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의 경우 22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로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하에서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의 펫 겔싱어 CEO는 반도체 화상회의가 열린 직후 "향후 6~9개월 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관련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 화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연합'은 최근 미 의회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56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반도체연합은 인텔·엔비디아·퀄컴 등 반도체 제조업체와 애플·구글·MS 등 IT업체들이 결성한 단체다.

SMIC.

중국 - HSMC 실패 후에도 '반도체 굴기' 전략 지속…반도체 육성에 141조원 투자 전망

산업 전반에 걸쳐 내수 강화와 기술 자립을 추진해 온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다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로 지난 2017년 설립된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에 3조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회사가 사실상 청산되면서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것.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야욕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제조 2025’ 정책 하에 중국은 화웨이, ZTE, 칭화유니, SMIC 등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알려진 투자 규모는 매우 막대한 수준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란틱카운슬과 한국무엽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250억 달러(약 141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 

애틀랜틱카운슬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제약을 가했다"며 "그러나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 향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매출은 711억9000만달러(약 80조원)로 전년대비 19% 증가했는데, 중국은 187억2000만달러(약 21조원)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39% 성장한 것으로 중국이 해당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 국적의 반도체 기업만이 아니라 현지에 공장을 둔 해외 기업들의 구매 기록까지 포함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국유 통신기업 등의 출자로 설립된 SMIC는 중국 정부의 지원 덕분에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4조7000억원 대로 전년 동기 25% 상승했으며 약 7400억원의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처음 성공했다. 올해 투자 규모는 5조원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나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견조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한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그간 반도체에 막대한 거금을 들여 투자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국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며 "다만 계속해서 중국의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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