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전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너도나도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지난달 대만 TSMC가 선제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보폭을 넓히며 대응에 나섰다. 

한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 각 기업들이 나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팹리스 등 관련 기업들과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다져 나가면서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13일 파운드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부가 이날 개최한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등을 늘리기로 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은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5nm 이하의 초미세 첨단공정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화성, 평택 캠퍼스에 EUV(극자외선)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평택 3라인의 완공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해당 공장에서는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또한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된다.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확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날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으로,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 비메모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박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업계는 지난 2017년 일본 키옥시아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해 온 박 부회장이 머지 않아 M&A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사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들의 개발과 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가전, 차량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TSMC·인텔 등도 투자 확대 예고…파운드리 업계는 올해도 '쩐의 전쟁'

앞서 파운드리 업계 선두주자인 대만 TSMC와 반도체 매출 1위인 인텔도 파운드리 관련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TSMC는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280억 달러(31조5000억원)에서 300억 달러(33조7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설비와 연구개발(R&D)를 포함한 전체 투자액은 오는 2023년까지 1000억 달러(약 113조원)에 이른다. 

인텔은 반도체 생산의 아시아 편중 현상을 막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기로 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3월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총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주 오코틸로 지역에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하는 계획을 담은 '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에 따라 인텔은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7nm 기반 공정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외부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공고히하고 자사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새로운 독립 사업부로 진출시켜 역량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올해 생산능력 확대에 14억 달러(약 1조578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UMC는 최근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36억 달러(4조76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처럼 수많은 파운드리 업체들이 상반기부터 조 단위를 오가는 투자를 예고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파운드리 매출액은 946억달러(약 105조6680억원)로 전년 대비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고 매출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