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한성희, 포스코건설 급한 불은 껐다...ESG경영으로 장기 비전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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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한성희, 포스코건설 급한 불은 껐다...ESG경영으로 장기 비전 제시해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2.21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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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건설, 사면초가 상황에서 홍보통 한 사장 선임해 기업 이미지 개선해 실적 회복 성공
- 건설도급순위(시공능력평가), 지난 2018년 7위, 지난해 6위에서 올해 5위로 올라서

건설업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적인 업종 중 하나다. 그렇다보니 대기업집단치고 건설회사가 없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정부의 수많은 법률과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권의 지지도와 부동산 문제는 별개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복잡한 규제와 사업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 분양원가를 공개하자는 주장도 많지만 정확히 아파트 공사비용을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건설회사 대표는 건설업종 출신이 아닌 경우를 찾아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코그룹이 한성희 사장을 지난해 12월 포스코건설 대표로 선임한 것은 일종의 승부수였다. 

포스코그룹은 왜 홍보임원 출신인 한성희에게 포스코건설을 맡겨야 했는지, 그 이후 그가 어떻게 포스코건설을 이끌었는지 짚어봤다.<편집자 주>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사진=포스코건설]

◆ 그날 

포스코그룹, 1년전 홍보임원 출신 한성희를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배치

한성희는 1961년생으로 199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 전략, 투자는 물론,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경영 경험을 갖춘 인사로 평가받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포스코그룹의 홍보를 이끌었던 홍보통으로 통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0일 표면적으로는 E&C분야의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핵심분야와 전략국가 중심의 성장을 통해 회사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책임을 맡아 포스코건설 사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사장으로 승진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부산 엘시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포스코건설의 '엘시티 더샵' 전경. <포스코건설 제공>
포스코건설의 '엘시티 더샵' 전경 [사진=포스코건설]

엘시티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부산 최초이자 유일의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다. 

시행사는 엘시티PFV로 101층, 411.6m 높이의 랜드마크타워에는 6성급 호텔(260실)과 레지던스 호텔(561실) 그리고 전망대, 85층의 주거타워 2개동(높이 각 339m, 333m)에 882세대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총 3개의 마천루 단지로 포스코건설이 지난 2013년부터 시공해 작년 12월 완공됐다. 

문제는 엘시티를 건설한 청안건설의 실질적 오너인 이영복 회장의 정경유착 비리가 터지면서 엘시티와 관련한 광범위한 특혜와 비리가 드러나면서 부터 시작됐다. 이 회장의 특혜와 비리사건은 부산 정·관계는 물론,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까지 연결됐다. 

그리고 포스코건설은 엘시티게이트로 불리는 이 비리사건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사장이 교체된 것이다. 게다가 엘시티 건설과정에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상태였다. 

초고층 주거용 건물이다보니 안전에 관한 우려도 심각했는데, 지난 2018년 태풍 콩레이에 유리창이 1100여장 떨어져나갔고, 지난해 5월에는 강풍에 83층 유리창이 파손돼 인근 차량에 피해를 입혔고, 입주가 시작된 올해 1월 이후 승강기 오작동, 유리창 파손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각종 특혜시비와 비리, 안전사고 등의 문제로 전체 준공이 떨어진 것은 불과 몇달전인 지난 4월28일이다. 

또한 지난해 7월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인천 송도 라돈 아파트도 포스코건설의 아킬레스 건이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아파트에서 검출된 것이다. 아파트 외장재와 실내 마감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촛점은 라돈이 검출된 아파트 65%응 포스코건설이 시공했다는 것에 맞춰졌다. 

지난해 9월 이 문제는 세종시 아파트로 확산됐다. 세종시에서도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라돈이 나온 것이다.  

이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김성원 의원이 지난 17일 전국 17개 지자체 중 인천, 제주, 충청남도를 제외한 14개 지자체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아파트 라돈검출 신고 접수내역'에 따르면 전국 19개 아파트단지 1만9771세대에서 라돈 검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중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는 6개단지 6649세대로 전체 라돈아파트의 3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2월 엘시티비리, 라돈아파트와 공사장 사망사고 문제와 도시정비사업 비리 의혹 등으로부터 기업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했고, 포스코그룹의 홍보를 이끌던 그가 사장으로 선임됐던 것이다. 

◆ 그후

부정적 인식 딛고 3분기 누적 당기순익 전년비 2배 넘겨...도급순위도 높아져

자료 = 송옥주 의원실 제공
자료 = 송옥주 의원실 제공

포스코건설은 2017~2019년 건설현장 사망사고, 라돈아파트 논란, 도시정비사업 비리 의혹 등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었다.

우선, 포스코건설은 2017~2019년까지 3년간 건설현장 사망사고자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1건도 있어서는 안되는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성희 사장은 취임 첫 행보로 지난 1월2일 인천 송도사옥에서 금년 경영목표 달성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각오를 다지는 안전 기원행사를 열었다. 

한 사장(좌측 2번째)이 사장 취임 직후 송도사옥에서 안전기원행사를 하는 모습 [사진=포스코건설]

한 사장은 이 행사에서 “현장안전은 회사 영속의 중요한 원동력”이라며 “모든 임직원들이 안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 노동자들에게 생기 넘치고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날 이후 지난 3분기까지 아홉달동안 한 사장은 건설경험이 없는 홍보임원 출신으로는 놀라운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과 주당순이익 금액은 이미 지난 한해 동안 올린 실적의 곱절을 넘어섰다. 4분기에도 아파트 가격 급등세에 따른 분양호조로 선방이 예상되고 있어 순이익 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구분 '20년 3분기 누적 '19년도 '18년도
매출액(백만원) 5,382,468

7,208,988

6,625,473
당기순익(백만원) 313,272 140,671 150,391
주당순익(원) 7,493 3,365 3,597

[자료=전자공시시스템/녹색경제 정리]

지난해 말 포스코건설이 처했던 위기상황에서 한 사장이 소방수로 투입돼 위기를 극복해야 했던 임무는 잘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월1일 부터 내년 7월말까지 적용되는 포스코건설의 건설도급순위(시공능력평가)는 지난 2018년 7위, 지난해 6위에서 올해 5위(8조6000억원)로 올라섰다. 비상장기업으로는 가장 높다. 하지만 지난 2014년 3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같은 성과를 낸 데는 정부의 도움이 컸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아파트 가격 급등 덕분에 포스코건설 외에도 대부분의 건설사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 것이다. 한 사장도 11년만에 주택브랜드인 '더샵'을 재단장하고 주택사업 비중을 키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앞으로

ESG경영으로 포스코건설의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비전 제시해야

문제는 이같은 기업이미지 개선이나 재무적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으로는 지속가능한 포스코건설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포스코그룹은 당초 공기업으로 출발하다보니 오너가 없고, 그만큼 국민들로 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포스코건설은 철강기업인 포스코를 모기업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플랜트 사업이 모체다. 플랜트 사업이 지금보다 활성화되려면 해외수주가 확대돼야 한다. 

좀 더 멀리보자면, 굳이 건설업종이 아니더라도 모든 기업들에게 ESG경영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경영성과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해외수주 확대에도 필수적인 과제다. 

폴란드 바르샤바 친환경 소각장 조감도 [사진=포스코건설]
폴란드 바르샤바 친환경 소각장 조감도 [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은 지난 10월 22일 폴란드 역대 최대인 4900억원(PLN 16.7억) 규모의 바르샤바 폐기물 소각로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폴란드 정부가 수도인 바르샤바와 인근지역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이용해 전기와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친환경적 폐기물 소각처리시설이다.

이는 까다로운 유럽의 EPC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포스코 건설의 친환경기술과 신뢰도를 현지에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해외수주가 부진한 가운데 거둔 괄목할만한 성과다. 

포스코건설은 올해부터 건설업계 최초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저가제한 낙찰제`를 도입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를 위한 `지역업체 입찰추진 제도`, 협력사와의 공정한 거래 관계를 유지를 위한 `약관 공정화 시스템`도 운영하면서 지난 10월 16일 한국표준협회로부터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서 3년 연속 지속가능성지수 1위기업에 선정됐다.

몇일 뒤에는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 등급을 회복했다. 

지난 1년 한 사장이 보여준 성과와 가능성은 기대를 충족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 같은 경영환경 악화나 갈수록 거세지는 친환경트렌드에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비전 제시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해외수주는 부족하고, 환경문제나 사회공헌 부문에서 많은 노력이 엿보이지만,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진 것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특히, 도시재정비와 아파트 분양실적이 경영성과에서 차지한 비중이 아직은 너무 높다. 주택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특히 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싼 사업구조는 점점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재건축과 관련해 공사비 부풀리기 등에 대한 사회적인식도 부정적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의 공공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후보자도 공공주도나 공공참여형으로 해나가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회복세를 더 길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ESG경영이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그 적임자는 한 사장이다. 그가 전통적인 건설업종을 얼마나 새로운 업으로 재탄생시킬지 주목된다. 

[자료정리=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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