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장세욱, 6년 간의 고난의 길...동국제강을 단단하게 제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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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장세욱, 6년 간의 고난의 길...동국제강을 단단하게 제련하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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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1일, 최악의 위기맞은 동국제강의 구원투수로 '장세욱' 등장
눈물나는 혹독한 구조조정 6년의 세월...동국제강, 탄탄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
장세욱,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으로 다음 단계 준비...극복 과제도 산적

동국제강은 포스코, 현대제철과 함께 국내 3대 철강사로 거론되는 업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2014년 대대적인 유동성 위기를 맞이하며 생사기로에 놓인다. 

이 때 혜성처럼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바로 장세욱 부회장이다. 장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6년이 지난 현재 동국제강은 단단하게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주도한 장 부회장은 회사 성장을 위한 다음 단계를 밟을 준비가 됐다. 

동국제강 장세욱 부회장.
동국제강 장세욱 부회장.

그 날 

2016년 12월 11일, 최악의 위기맞은 동국제강의 구원투수로 '장세욱' 등장

동국제강은 2014년 12월 11일 장세욱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신규선임한다고 공시했다. 장세주 회장, 장세욱 부회장, 남윤영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으나 사실상 '장세욱 호'가 출범한 것이다. 장세주 회장이 총사령탑 역할을 하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에게 맡기는 인사였다.

그는 특이하게 육사(41기) 출신이다. 1996년(34세) 소령으로 예편한 뒤 같은해 2월 동국제강 과장으로 입사했다. 그 후 2010년(48세) 말 그룹 2대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미 유니온스틸 사령탑에 오르며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장세욱 부회장 외에는 동국제강의 위기를 돌파할 사람이 전무했다.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의 내실 경영과 체질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대 과제를 안았다.

동국제강은 경영정상화 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5년 초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다. 그간 회사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온 장세주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의 구속재판을 받으면서 회사에서 물러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장 부회장은 형인 장세주 회장을 대신해 2015년 6월부터 단독 경영에 나선다.

동국제강은 2014년 말 당시 회사가 망할지도 모를 정도의 존폐위기에 놓여 있었다. 동국제강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매년 당기순손실을 낸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규모가 8704억원에 이른다. 동국제강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39.5%까지 치솟는다. 지난 2015년 1분기 말 기준 동국제강의 총차입금은 2조7573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1조4045억원으로 절반이 넘었다.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현금성 자산은 2776억원에 불과해 대규모 차입금 상환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동국제강이 이렇게까지 수세에 몰린 건 후판 탓이다. 철강제품 중에서도 후판은 두께가 6mm가 넘는 두꺼운 제품을 일컫는다. 주로 배를 만들거나 다리를 놓을 때 쓰인다. 동국제강은 후판의 원조다. 1971년 한국 최초로 후판을 생산했다. 한국 조선산업이 성장하자 동국제강도 동반성장했다. 후판이 오늘의 동국제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동국제강의 후판 사랑도 유난했다. 창업주 장경호 회장부터 2대 장상태 회장까지 후판 생산 설비를 꾸준히 증설해왔다. 3대 장세주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후판을 최고 주력 제품으로 삼았다. 조선업 호황이 2000년대 들어 절정에 달하자 동국제강은 후판 생산시설을 늘린다. 2000년대 중후반 톤당 140만원까지 치솟는 조선용 후판가격에 동국제강은 때돈을 벌었다. 중국의 설비투자가 있기 전 조선업 호황이 개시되면서 후판 공급부족 사태가 절정에 달했다.

달콤한 과실을 맛본 동국제강은 2006년에 1조원을 들여서 인천 후판3공장을 증설했다. 여기에 2009년 인천공장에 5000억원을 더 투자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도 후판 생산늘리기에 전념했다. 후판 설비투자는 국내 철강사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도 경쟁적으로 후판 설비를 늘렸다. '배가 넘칠 것인가, 후판이 넘칠 것인가'라는 의구심도 당시 있었지만 조선업 호황에 눈이 먼 철강사들은 앞다퉈 설비증설에 나섰고, 그 결과는 몹시 참담했다. 

2008년 전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 사태 이후 조선업황이 불황에 빠져들고 만다. 후판 공급부족이 공급과잉으로 바뀌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증설한 후판 설비가 본격가동되면서 후판이 시장에 넘쳐나게 되며 가격이 뚝뚝 떨어지게 된다. 2015년 후판 국내 생산능력이 포스코 780만톤, 현대제철 350만톤, 동국제강 330만톤 등 1460만톤에 달했는데 국내 수요는 930만톤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에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산 등 수입재가 내수시장에서 26%나 차지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이 후판 공급처를 범현대가인 현대제철로 옮긴 것과 원가절감에 혈안이 된 국내 조선소들이 중국산 후판에 눈을 돌린 것도 타격을 줬다. 결국 동국제강의 후판 매출은 2011년 3조800억원에서 2015년 872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적자는 2014년 1266억원에서 2015년 1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원래 위기일 때 투자를 늘리는 쪽이 위기가 끝났을 때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법이다. 위기에 투자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 이번엔 위기의 양상이 달랐다는 게 문제였다. 조선업과 후판 철강의 동반 부진은 중국 조선업과 후판 철강업체들의 급성장과 관련이 있었다. 위기의 요인이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동국제강이 위기에 투자를 늘려도 위기의 지배자가 되기보단 피해규모만 키웠다. 후판에 집착한 경영진의 판단 미스가 큰 화를 불러왔던 셈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왼쪽 네 번째)이 2015년 1월 22일 브라질 현지의 합작제철소 CSP에서 합작사 대표들과 함께 고로 연와 정초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세르지오 레이테 CSP 최고경영자, 김진일 포스코 사장, 무릴로 페헤이라 발레 최고경영자, 장 회장, 엘리오 카브라우 CSP 이사회 의장. 브라질 일관제철소는 장세주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왼쪽 네 번째)이 2015년 1월 22일 브라질 현지의 합작제철소 CSP에서 합작사 대표들과 함께 고로 연와 정초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세르지오 레이테 CSP 최고경영자, 김진일 포스코 사장, 무릴로 페헤이라 발레 최고경영자, 장 회장, 엘리오 카브라우 CSP 이사회 의장. 브라질 일관제철소는 장세주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동국제강을 힘들게 만든 것은 후판과 함께 브라질 CSP 제철소 투자였다. 브라질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 포스코 및 브라질 발레 사가 합작으로 약 49억 달러를 투입해 짓는 제철소로 연산 300만톤 규모였다. 2012년 기공식에 들어갔다. 브라질 CSP 제철소는 원료 공급처와 남미 후판 수요를 노렸다는 점에선 적절한 전략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포스코의 제철소와 유사한 맥락이다. 브라질 북동부의 중공업 산업단지인 세아라주에 위치한 CSP 제철소 역시 후판이 주생산 품목이다.

문제는 자금 흐름이었다. 동국제강은 CSP 제철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후판 가격은 급락했다. 들어오는 돈은 말라버렸는데 나갈 돈은 많으니 동국제강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은 동국제강의 신용등급 수직하락으로 이어진다. 2013년 12월 ‘A+’에서 ‘A’로, 2014년 11월 다시 ‘A-’로 한 단계씩 하락했다. 2015년 4월 ‘BBB+’, 9월 ‘BBB-’, 12월 ‘BB’로 2년간 무려 7단계가 추락해 투기등급으로 전락했다. 동국제강은 2014년 6월 KDB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까지 맺게 된다. 당시 약정 기간은 3년으로 정해졌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라는 공포감이 가득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2015년 1월부터 대표이사가 된 장세욱 부회장은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그 후 

눈물나는 혹독한 구조조정 6년의 세월...동국제강, 탄탄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다

장세욱 부회장은 채권단의 관리를 받으며 구조조정 강도를 대폭 높인다. 2014년 8월부터 추진해온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2015년 1월 완료한다.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은 장 부회장이 직접 주도했다. 이로써 동국제강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냉연도금재로 다변화된다. 

동국제강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의 일환으로 2015년 4월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 원에 매각했다. 페럼타워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옛 사옥을 철거하고 1400억 원을 들여 준공한 건물이다. 지상 28층, 지하 6층 규모다. 당시 동국제강 및 유니온스틸 등 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었다. 회사의 역사와 애착이 담겨있는 상징적인 공간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매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장 부회장은 사옥 매각과 관련 “사옥은 자금이 생겼을 때 얼마든지 다시 사면 되지만 회사가 무너지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페럼타워 매각 가격이 너무 낮다며 뒷말도 무성했다.
동국제강의 상징이었던 페럼타워도 남의 손에 넘어갔다. 

사옥 매각도 불사하면서 회사채 상환 대금을 마련한 동국제강은 2015년 5월에도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강판 주식 58만8000주를 매각하며 현금 103억 원 가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포스코강판 주식은 포스코와의 협력의 상징이었으나 이것 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동국제강은 위기의 근원지인 후판공장도 매각했다. 포항 1후판 공장은 2012년 6월 가동을 중단했고, 2013년 5월 인도네시아 철강업체에 300억원에 매각했고, 2015년 7월 포항 2후판공장도 폐쇄하고 매각을 추진했다. 당진공장으로 후판 생산을 일원화시키면서 생산라인 집중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의 길을 택했다.

동국제강은 국내 수위권의 농기계 제조회사인 국제종합기계도 2016년 7월 매각한다. 동국제강은 국제종합기계 주식 620만 주를 310억 원에 동양물산에 팔았다. 동국제강은 2016년 11월에 계열사인 DK유아이엘을 기존 대표인 김상주씨에게 매각한다. 동국제강이 보유한 주식 34.82%(396만7140주)를 587억원에 매각했다. DK유아이엘은 1982년 유일전자공업주식회사로 설립된 휴대폰부품 제조회사였다. 

동국제강은 2016년 11월 충청남도 당진시 송산면 금암리에 있는 사원아파트 '페럼빌'을 380억 원에 JB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동국제강은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으로 페럼빌을 매각했다. 동국제강은 매각 후 10년 동안 페럼빌을 책임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다.

당진 페럼빌 사진. 동국제강은 2016년 자산유동화 정책에 페럼빌을 매각했다. 이후 2018년 재매입해 사옥을 되찾은 상황이다.
당진 페럼빌 사진. 동국제강은 2016년 11월 자산유동화 정책에 페럼빌을 매각했다. 이후 2018년 재매입해 사옥을 되찾은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2016년 12월 골프장인 페럼클럽을 운영하는 페럼인프라 지분 49%까지 매각했다. 페럼인프라 지분 49%, 1200만주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에 팔았다. 동국제강은 페럼클럽 건설에 약 1600억원을 투자했었는데 동국제강이 당시 매각으로 확보하는 현금은 300억원 뿐이었다. 

동국제강은 후판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도 바꿨다. 후판 사업 부문은 과감하게 축소하고, 건실 및 가전 등 성장 시장에 대응해 봉형강과 냉연판재류, 컬러강판 중시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컬러강판 성장세가 지속되자 9CCL 등 과감한 투자도 단행한다. 3Coat 제품, 프린트, 라미나 등 고부가 컬러강판 포트폴리오 구성을 재편한다. 9CCL 투자를 통해 고급 건축 내외장재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11년 후판 매출 비중은 42%에 달했으나 2016년에는 16%로 축소됐다. 반면 봉형강 매출비중은 2011년 32%에서 2016년 48%로, 냉연도금재 매출 비중은 2011년 23%에서 2016년 36%로 올랐다. 

눈물겨운 자구노력 끝에 실적은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했다. 2015년 2분기부터는 4개 분기 연속 내리 흑자를 기록한다.  강도높은 자구노력의 결과로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된다. 현금흐름인 EBITDA(영업이익+감가상각비)는 1분기에만 980억원에 달했고 이자보상배율(1분기 별도기준 1.56배, 연결기준 1.87배) 또한 크게 개선됐다. 부채비율 역시 2016년 1분기 별도기준 145.6%까지 내렸고, 연결기준은 2015년 말 207.0%에서 2016년 1분기 말 189.9%까지 낮췄다. 차입금은 2014년 3조8553억원에서 2016년 1분기 2조736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이상 줄였다.

2016년 6월에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도 조기 졸업한다. 당초 정상화까지 3년을 내다봤지만 선제 구조조정 조치가 빛을 발하면서 그 기간을 1년 앞당겼다. 당시 동국제강의 구조조정은 철강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서도 모범사례로 손꼽혔다. 

구조조정만 한 것은 아니었다.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펼치기 위해 신규 설비 투자도 단행했다. 동국제강은 2022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총 250억원을 투입해 열번째 컬러강판 생산라인인 S1 CCL을 증설하고 있다. 컬러강판 생산능력이 연간 10만톤 정도 늘어나면 라미나강판 등 고부가 컬러강판 제품의 생산능력이 10만톤 늘어나게 된다. 10년 이상을 끌어온 브라질 CSP 제철소도 2016년 6월 화입식을 갖고 가동에 돌입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장 부회장은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막기 위해 소통을 늘렸다. 우선 장 부회장은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갔다. 직원들과 단체로 영화관람을 실시하는 한편 격식없이 술잔도 함께 기울였다. 가끔은 자택으로 직원들을 초청해 다과를 함께 하기도 했다. 장 부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직원들과 점심,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직급과 부서가 다른 직원들을 한 데 불러, 상하·조직간 벽을 허무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 

장 부회장은 2015년 직원들과 영화관람 당시 "회사 발전은 여기 있는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부회장이 있는 것이고, 여러분이 없으면 저의 존재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오른쪽 서있는 사람)이 지난 2015년 7월 3일 창립 61주년 앞두고 동국제강 임직원들과 극장에서 연평해전을 관람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시절 직원들과 소통을 늘리며 다독였다. 지난 2015년 7월 3일 동국제강 임직원들과 극장에서 연평해전을 관람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동국제강은 이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 그 결과 2017년 2413억원, 2018년 1450억원, 2019년 16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에는 2000억원 후반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실적이 올해 급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5년 200%가 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9%로 하락했고, 올해 3분기 말에는 153%까지 낮아졌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2014년 4조원대에서 현재 2조원대로 감소했다. 신용등급도 BBB-로 높아지면서 '안정적'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년간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동국제강이 단단한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동국제강은 최근 3년간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펼쳐왔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조선용 후판 등을 마이너스로 판매하는 것을 자제했으며 3년이 지난 지금은 내실경영이 자리를 잡은 상태다. 실제 동국제강은 올해 상반기 가격을 지키기 위해 봉형강 등 제품의 감산도 불사했다.  '저가로 파느니 제값을 받겠다'는 영업전략은 양호한 영업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올해 4분기 실적도 양호할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이 추정한 동국제강의 4분기 영업이익은 706억원, 올해 연간 별도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보다 107% 급증한 2781억원이다. 내년 전망도 밝다. 현대차 증권 박현욱 연구원은 "내년에는 국내 봉형강 수요 증가, 냉연의 전방산업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앞으로

장세욱,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으로 다음 단계 준비...극복 과제도 산적

장세욱 부회장은 올해 3월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그간의 회사 정상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올해 3월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그간의 회사 정상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후판을 주력으로 삼던 철강사에서 컬러강판 등 냉연도금재로 주력제품을 무게이동 시킨 결과 동국제강은 꾸준히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장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런 공로를 인정받고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동국제강을 2년 더 이끌게 됐다. 철강업계의 다운사이클 속에 나홀로 실적 성장을 이끈 장 부회장의 검증된 리더십을 통해 조직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회사를 탄탄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장 부회장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직접 경영현황을 설명하며 “글로벌 No.1 컬러 코팅 기업으로서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유일하게 해안가 내식성을 보증하는 ‘super smp강판’을 출시했으며, 패턴과 길이 제약이 없는 코일형의 ‘럭스틸 디지털 프린팅 강판’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컬러강판 신제품을 설명했다. 또 “국내 최초의 항균 컬러강판인 ‘럭스틸 바이오’는 전년대비 116% 판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사업 분야에 관해서 컬러강판 가공센터인 도성센터의 사업 고도화, 세계 최초의 금속가구용 컬러강판, 후판 특수강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의 향후 행보에서 특히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국제강의 국내 컬러 강판 시장 점유율은 36%로, 업계 1위다. 동국제강은 1972년 국내 최초로 컬러강판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장 부회장이 2010년 유니온스틸 사장에 취임하면서 컬러강판 사업은 도약기를 맞았다.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화한 것이다.

2011년 컬러강판 ‘럭스틸’ 출시를 시작으로 2013년 가전용 컬러강판 ‘앱스티’을 론칭했다. 2007년에는 업계 최초로 컬러강판 디자인팀을 구성하는 등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럭스틸 바이오, 초고내후성 컬러강판인 슈퍼smp(supersmp) 등 차별화된 고급 컬러강판과 내진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차 전략이 시장에 먹히고 있다. 현재 증설 중인 부산 S1 CCL이 완공되면 이러한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은 더욱 극대화 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개발한 세라믹 컬러강판 '유니세라'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개발한 세라믹 컬러강판 '럭스틸 유니세라'

장 부회장이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들도 넘쳐난다. 우선 매출 감소 문제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7년 6조4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18년에는 5조9649억원, 2019년에는 5조6864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올해에는 5조2186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데 전년보다 8.4% 감소하는 것이다. 

매출 감소의 원인은 국내 수요감소 탓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중국, 일본, 멕시코 등 해외 국가 매출은 줄어들지 않았으나 국내 매출이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은 2조1712억원으로 전년동기비 13.8% 감소했다. 생산도 계속 줄고 있다. 동국제강의 봉형강 생산은 2017년 405만톤, 2018년 394만톤, 2019년 365만톤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340만톤 생산이 예상된다. 컬러강판, 냉연도금재 생산 역시 2017년 173만톤에서 2018년 161만톤, 2019년 151만톤, 올해 140만톤 수준으로 감소추세다. 

동국제강은 내년 하반기 신규 컬러강판 설비가 가동되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 영업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내수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여서 매출을 끌어올리려면 해외 매출이 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의 지분법 손실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 2016년 6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브라질 CSP 제철소 화입식에서 용광로에 첫 불씨를 넣고 있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의 지분법 손실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 2016년 6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브라질 CSP 제철소 화입식에서 용광로에 첫 불씨를 넣고 있다.

브라질 CSP 제철소의 지분법 손실도 극복해야할 중대 과제다. 지분법 손실은 투자회사에서 발생한 순손실분을 투자 지분만큼 반영한 금액이다. 브라질 CSP는 지금껏 동국제강의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CSP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누계 당기순손실만 1조6000억원을 웃돌았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 추락에 따른 환차손과 하공정 부재에 따른 불안정한 판매구조 등이 원인이다. CSP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면서 동국제강의 지분법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최근 3년간 CSP법인에 대한 누적 지분법 손실 규모만 3893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CSP의 지분법 손실로 영업이익은 흑자를 내면서도 당기순손실을 내왔다. 2018년 당기순손실은 3045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8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다행인 것은 지분법 손실 규모를 동국제강이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CSP 지분법 손실 감소로 올해에는 135억원으로 당기순손실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은 CSP에 대한 지급보증 외에도 안정적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8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과 올 3월에 각각 4500만달러를 출자했으며, 현재 6000만달러를 남겨두고 있다. 내년 브라질 CSP의 수익구조 정상화가 있어야만 동국제강의 당기순이익도 정상화될 수 있다. 현대차 증권 박현욱 연구원은 "내년 브라질 CSP는 글로벌 철강가격 상승과 미국의 수요 증가로 영업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각종 대체재 위협과 수요 감소로 철강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신사업 추진도 모색해야 할 때다. 동국제강이 강소기업으로써 입지를 굳히기에는 컬러강판 집중전략이 맞을 수 있으나 향후 100년 기업을 바라본다면 다양한 비철분야 신규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욱 부회장이 그리는 동국제강의 미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장 부회장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탄탄하게 회사 체질을 개선했다. 6년간 고통스런 시간을 밟아온 동국제강이 앞으로는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동국제강 '장세욱 호'가 그려갈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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