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정의선, 수소경제 '퍼스트무버' 선언 2년...현대차 '수소차' 글로벌 리더십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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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정의선, 수소경제 '퍼스트무버' 선언 2년...현대차 '수소차' 글로벌 리더십 과제는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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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수소트럭 양산체제 구축...수소 생태계 구축 '가속'
- 수소 사업 확장,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출로 본궤도 올라
- 수소 인프라 확충 시급...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참여 유도도 필요
2020년 10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형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정의선 회장이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참석해 친환경 교통 수단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년 전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수소 산업 트렌드를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현 시점에서 정 회장의 선언은 공허한 외침이 아닌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2년 여의 시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확인되고 있어서다.

'열심히 달렸고, 앞으로도 달릴 것'

정 회장의 '퍼스트 무버' 선언 후, 그리고 더 이전인 20년 전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이후 현대차그룹을 지켜봤던 한 전문가의 평가다.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격변기 속에서 미래차 분야에서 앞장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의선 체제'의 현대차그룹이 미래 비전을 어떻게 달성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날

정의선 회장, 수소 산업 '퍼스트 무버' 선언

2018년 12월 11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공장 신축공사 기공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2월 11일, 충북 충주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었다. 원활한 수소연료전지 수급 시스템을 구축해 '수소 리더십'을 굳힌다는 구상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수소·수소전기차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 국내에서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연료전지시스템 생산능력을 70만기 규모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과 설비 확대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관련 중장기 로드맵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충주 선언'이다. 정 회장은 행사장에서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신 산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서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현대차그룹이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 경제라는 글로벌 에너지 변화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구체적으로 수소차를 넘어 선박·철도·지게차 등 운송 분야와 전력생산과 저장 관련 발전 분야에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수소차의 성공도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상존하는 가운데, 수소연료전지 판매를 다른 분야까지 확장할 것이란 그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전용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은 전 세계에서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면서 "이번 공장 신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공장 전경.

충주 2공장은 현대모비스의 친환경부품 전용공장에 위치하며 1만6600제곱미터의 규모로 조성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7년 하반기부터 충주 공장에 연간 3000대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공장을 신축해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은 쉽게 말해 수소차의 '심장'이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연료전지스택을 포함하여 수소·공기 공급 장치, 열관리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은 무려 1998년부터 전담 연구팀을 신설해 수소차 개발에 나섰다. 2000년 싼타페 기반의 수소차 시제품을 개발했고, 2004년에는 투싼을 기반으로 한 수소차를 만들어 냈다. 2년 뒤인 2006년에 마북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수소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마북연구소를 찾았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직원들에게 수소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간의 노력은 2013년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 '넥쏘'를 상용화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넥쏘는 수소차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그 뒤 2018년 1월 'CES 2018'에서 넥쏘의 주요 기술을 공개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넥쏘는 신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기반으로 첨단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기술,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미래 지향적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이 적용됐다. 무엇보다 이 모델은 현존하는 수소차 중 최장인 609km의 항속거리를 확보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수소차는 현대차 넥쏘와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등 3개뿐이다.


◆그후

세계 최초 수소트럭 양산체제 구축...수소 생태계 구축 '박차'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기 위해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선적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기 위해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선적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 산업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정 회장의 선언은 공허한 외침이 아닌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여의 시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가 눈으로 직접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차 기술은 승용차를 넘어 상용차로 영역이 확장됐다. 현대차는 2020년 7월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엑시언트는 2개의 수소연료전지로 구성된 190kW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최고출력 350kW급 구동모터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약 400km이고 충전 시간은 약 8~20분이 소요되도록 개발됐다. 현대차는 2020년 말까지 수소전기트럭 총 40대를 스위스에 추가 수출할 예정이다. 

같은 달 현대차그룹은 수소모빌리티 전시회에 참가해 승·상용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응용제품을 선보였다. 앞서 2019년 11월 북미 상용 전시회에서 선보인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넵튠에는 친환경 상용차 시대로의 전환과 수소 에너지 모빌리티 실현을 선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담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3~4년 내 대형트럭에 최적화된 고내구·고출력의 새로운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 및 적용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소모빌리티 전시회에서 공개된 현대차 컨셉트 수소트럭 넵튠. [사진 현대차]

이후 현대차는 2020년 10월 14일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디지털 프리미어'를 진행하며 수소전기트럭의 향후 수출 로드맵을 공개했다. 유럽에는 수소전기 트럭을 2025년까지 1600대, 2030년까지 2만5000대를 수출하고, 미국에는 2030년까지 1만2000대를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수소차 제조업체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에 성공한 후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내놓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니콜라는 나스닥 상장부터 GM과 전략적 제휴, 최근 사기 논란까지 이슈화되면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현대차의 기술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현대차는 수소차 시대가 앞당겨지는 흐름을 타고 상용차 시장 진출과 수소차 대중화 계획 등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니콜라 대비 현대차의 제품 신뢰도 매우 높고 즉각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시장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의 사례와 같은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과 생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선두업체인 토요타와의 경쟁에서도 앞선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GRZ 및 유럽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출한 넥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수소사업 확장은 비(非) 자동차 부문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현대차가 2020년 9월 스위스 수소저장 기술기업인 GRZ테크놀로지스 등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4기를 수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해당 업체는 1년간 성능을 검증한 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연료전지를 구매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수출이 수소사업의 범위를 전 산업 분야로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2년 전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수출하겠다던 정 회장의 공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친환경적이면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발전 형태"라며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쏘는 현대차를 명실상부한 수소차 판매 1위 회사로 만들었다. 넥쏘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세계 수소차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2018년 3월 국내 출시 이후 2년 7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2020년 1~10월 누적으로 국내에서 약 5000대가 팔렸는데, 경쟁사인 토요타가 2020년 상반기 일본에서 175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 1위다.

현대차 넥쏘. [사진 현대차]
현대차 넥쏘.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FCEV 비전 2030' 발표를 기점으로 수소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특히 정 회장은 국내외 공식활동의 보폭을 넓히며 '수소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았다.

정 회장은 2019년 1월 프랑스 가스기업인 에어리퀴드의 브느와 뽀띠에 회장과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을 맡았다. 같은 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 대화'에 참석해 "대기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만큼 친환경차에 현대차그룹이 4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하겠다"라며 그룹의 방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행사 이틀 뒤 울산시청에서 열린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러 전시를 설명하기도 했다.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도 활발히 진행됐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6월 25일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협력 강화' 양해각서 체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수소사회의 수요와 공급 영역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아람코와 협력해 수소인프라와 수소차 확대는 물론 미래 수소에너지 중심 사회도 함께 아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형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앞 줄)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회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무엇보다 정 회장은 2020년 7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화상형식으로 참석하며 주목받았다. 정 회장은 이날 "3~4년 안에 수명은 2배 이상 늘리고, 원가는 절반으로 낮춘 차세대 시스템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수소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난 20년간 140여개의 협력업체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했다"며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기술 축적이 상당한 수준이고 관련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넥쏘와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소개하면서 "수소 버스·트럭을 확대해 해외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는 2020년 11월 장강 삼각주 지역 및 징진지 지역 파트너사들과 각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는 2025년까지 1000대 수준의 수소전기트럭을 보급한다는 목표다. 이인철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중국 시장에 차량 판매뿐 아니라, 수소차 리스, 충전소 운영 등 수소 생태계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영국의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과도 손을 맞잡았다. 회사 측은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한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수소의 생산, 공급, 저장부터 수소전기차 개발, 연료전지시스템 활용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게 양사의 계획이다. 업계에선 사우디 아람코에 이은 이번 이네오스와의 협력이 향후 수소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장 취임 직후의 행보도 수소경제 챙기기였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14일 이사회를 통해 공식 취임한 다음 날,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했다. 정 회장이 취임 첫 행보로 수소경제위원회를 낙점한 것을 두고 수소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소경제위원회는 8개 관계부처와 각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소경제 컨트롤타워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위원회 출범식에서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리고, 앞으로

수소 충전소 "턱없이 부족"..."수소생태계 속에서 과실 나누는 방법 고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0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그린 뉴딜'을 강조하며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수소산업을 육성하려는 문재인 정부와 수소차 부문에서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다지려는 현대차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미래차 확산 및 시장 선점 전략'을 발표했다. 전기차 충전기 50만기 확대, 수소차 충전소 450곳 확충 등으로 2025년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 보급을 달성하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청사진이다. 또한 수소차 충전소 확대를 위해 기존 LPG·CNG 충전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공공유휴부지 발굴을 확대하고, 충전소 인허가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연료구입비 한시 지원을 통해 사업자의 경제성도 제고시킬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수소경제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같은 해 10월 수소 R&D 로드맵을 각각 수립한 데 이어, 2020년 2월 수소경제법 제정을 통해 수소전문기업 육성, 수소 확보를 위한 해외 프로젝트 발굴 등에 나섰다. 2021년에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2.0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다양한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수소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프라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프라 확충을 통한 내수 기반을 보다 확실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면서 "수소충전소의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고민과 함께 과감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다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휴게소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넥쏘. [사진 현대차]
경기 여주휴게소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넥쏘. [사진 현대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지난 10월 8일 '국내 수소경제 현황과 과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인프라 부족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했다. 전경련은 "수소 경제 정책이 인프라 구축 확대에 집중돼야 한다"며 "한국은 높은 수소차 보급량에 비해 충전소가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수소 산업 생태계가 수소 활용 분야에 치중돼 있어 '생산-저장-운송'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수소 활용 분야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소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 넥쏘의 누적 판매량에서 알 수 있듯 수소차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보급된 반면, 수소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 내 수소충전소는 국회와 상암, 강동, 양재(재개장 결정) 등 4곳이고, 전국에서 수소차가 가장 많은 울산 지역도 충전소가 6곳뿐이다. 주요 도시에서조차 수소 충전을 위해 30분~1시간 대기가 예삿일이 되면서 수소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부족한 충전 시설이 수소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핵심 사유로 꼽히는 까닭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친환경 모델들의 고성장이 관측되며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최근 현대차 북미법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행정부와 협력해 친환경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현대차의 친환경 차량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우군"이라며 "새 행정부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 수소차 연료 공급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당선에 앞서 ▲캘리포니아식 강력한 차량 연비규제 도입 ▲5년 내 50만대 스쿨버스 전기차·수소차로 전환, 300만대의 공공차량도 전기차·수소차로 대체 등 친환경차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장에선 미국이 유럽, 중국과의 그린산업 육성 경쟁에 가세하면서 '클린카' 시장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당선은 미국의 그린산업이 재활성화되는 계기"라며 "전기차·수소차 시장이 구매보조금의 재도입, 연비규제 강화와 의무판매제도 도입 등으로 고성장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세계 곳곳에서 현대차그룹이 비전을 실행해 나가려면 수소 에너지의 안정성과 필요성이 더욱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수소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는 이유 역시 현대차그룹 혼자서 전 세계적인 수소 에너지 전환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수소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고 시장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도 대단히 의미가 있지만, 각국 정부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수소 생태계 안에서 과실을 나눌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살피는 성윤모 장관과 정의선 회장.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을 살피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정의선 회장. [사진 연합뉴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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