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한화 김동관, 승계 넘어 '종합 에너지 기업' 꿈...경영능력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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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한화 김동관, 승계 넘어 '종합 에너지 기업' 꿈...경영능력 시험대 올랐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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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사업 성장시킨 김동관, 수소·풍력 에너지로 영역 넓혀
- 내년 유통·개발 부문도 합병… 전략부문장 입지 더 커질 듯
서울 중구 한화빌딩.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화빌딩. [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그룹 정체성의 방점은 '친환경 에너지'에 찍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한 태양광 산업에서 살아남은 한화솔루션은 풍력과 수소 산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김동관 사장의 3세 경영 행보에도 힘이 실렸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8일 한화갤러리아, 한화도시개발과 합병을 결정하면서 유통, 개발 분야까지 품게 됐다. 지난 1월 한화케미칼, 한화큐셀, 한화첨단소재를 합병해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내년 4월이면 한화갤러리아 등을 통합해 6개 사업 부문으로 확장된다.

태양광 사업으로 능력을 검증받은 김 사장이 더 커진 한화솔루션을 얼마나 성장시킬지 주목된다.

◆ 그날

2014년 12월,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승진

김동관 사장은 2014년 12월 한화큐셀 상무로 승진했다.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지 3년 만에 행해진 인사다. 김 사장은 지난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한화큐셀이 실적을 내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이다. 한화 태양광은 2010년 사업에 진출한 뒤 그룹 내에서 한때 철수설까지 나올 정도로 암흑기를 겪었다. 실적이 나올 만한 계열사에서 안정적 경영수업을 받는 방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김 사장은 김승연 회장이 2012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황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그해 파산한 독일 큐셀을 인수해 세계 3위의 태양광 셀 생산업체인 한화큐셀로 변모하는 데 역할을 했다. 2013년 8월에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자리를 맡아 독일에 상주하면서 안정화에 주력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한화]

이런 노력으로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하다 2015년 2분기 흑자 전환했다. 김 사장은 이듬해인 2016년 한화큐셀이 약 2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김 사장은 김승연 회장이 2014년 2월 회사와 주주들에게 3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도 굵직한 인수를 성사시켰다.

삼성그룹 방산과 화학 계열사 인수인데, 김 사장은 이때도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했을 때, 김 사장이 이 작업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당시 김 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하버드 동문인 점도 거래 성사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 그후

한화그룹에서 커지는 김동관 영향력

김동관 사장은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1월 부사장, 10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한화그룹은 "친환경에너지와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재편과 미래사업 발굴을 주도하며,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 등으로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김 사장의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이 10년 동안 이끌어온 태양광 분야는 한화그룹 정체성이 됐다. 올 한해 코로나19로 '그린뉴딜' 바람이 불자 가장 크게 주목받은 기업 중 하나가 한화솔루션이다. 한화솔루션은 사실상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지난해 글로벌 모듈 생산 순위 톱10 중 8개를 중국 업체가 휩쓴 상황에서 유일하게 3위를 차지했다.

한화큐셀 직원들이 원자재 품질 공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한화큐셀 직원들이 원자재 품질 공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안정적 실적을 내면서 경영 능력을 또 한 번 입증했다. 태양광이 주춤했으나 석유화학이 시황이 실적을 견인했다. 1~3분기 영업이익이 5207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3783억원을 뛰어넘었다.

내년 실적은 태양광이 이끌 가능성이 크다. 유럽·미국 등 주요국에서의 친환경 정책 목표가 현실화하는 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가장 기대가 크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에서 1위다. 이런 환경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35년까지 미국 전역에 5억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바이든 당선인이 앞으로 4년간 미국 내 청정 에너지·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액수만 2조 달러다.

김 사장은 태양광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 친환경 에너지 기업 행보를 걷고 있다. 신사업으로 택한 산업은 수소다. '그린수소' 생산과 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산업 밸류체인 전반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이 개발하고 있는 수전해(水電解) 기술이 주목된다. 수전해 방식은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기존 사업을 통해 축적된 가성소다(CA) 전해조 기술을 바탕으로 2023년까지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수준의 태양광과 수전해 기술을 토대로 그린뉴딜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수소충전소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충전소용 탱크, 트럭용 수소탱크 기술을 확보했다.

한화솔루션·강원도·한국가스기술공사는 3일 ‘강원도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강원도·한국가스기술공사는 3일 ‘강원도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한화솔루션]

강원도의 풍력발전을 활용한 연간 290톤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기지도 마련한다. 수소 생산 단지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조성된다. 투자비는 300억원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운영 데이터를 수집해 그린수소 생산기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룹 계열사들도 이에 협력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7월 충남 서산에 255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했다. 해당 발전소는 50MW 규모로 연간 40만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 그리고, 앞으로

한화솔루션 확대로 더 넓어질 김동관의 입지

한화솔루션은 내년에 사업 부문을 더 확대한다. 자회사인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 한화도시개발을 분할 합병하는 절차를 내년 4월 1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합병으로 기존 4개 부문(케미칼, 큐셀, 첨단소재, 전략)에 더해 6개 부문 체제로 운영된다.

한화솔루션 측은 "100% 지분을 보유한 소유 자회사와 합병은 각 부문간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의사결정 구조 단순화를 통해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합병 이후 갤러리아와 도시개발 부문은 신용도 상승으로 자본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존 사업 수익성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합병을 두고 김동관 사장의 경영 행보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이 한화솔루션에서 중장기 미래 전략과 신사업을 담당하는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만큼 보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사장은 갤러리아와 도시개발 부문까지 포함한 청사진을 그려 각 부문 대표에게 제안할 수 있게 됐다.

한화솔루션이 규모를 키우면서 김동관 사장의 승계 작업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을 부각시켜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와 함께 부담도 커졌다. 화학·태양광·첨단소재·유통·개발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이끌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태양광과 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사업을 이끌어온 김 사장의 행보와는 맞지 않은 사업구조이기 때문. 경영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각 부문이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김동관 사장이 맡은 전략 부문장 역할이 신사업이나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일인 만큼 부문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며 "각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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