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니콜라, 한화 '관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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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니콜라, 한화 '관망'하는 이유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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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의혹’에 휘청대는 니콜라 주가… 수소전기트럭도 ‘먹구름’
니콜라에 1억달러 투자한 한화그룹, 관망세 유지
한화솔루션 등 주가 상승 ‘태양광’ 기대감… ‘니콜라 큰 영향 없다’ 분석

한화그룹이 미국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의 ‘사기 의혹’에도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나스닥 상장 당시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투자에 관여해서다.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사장이 의욕적으로 투자해 엄청난 수익률을 거둔데다 주력 사업인 태양광에 수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김동관 사장과 한화그룹은 이와 관련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니콜라의 주가는 한때 79.7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4일(현지시간) 기준 18.88달러까지 하락했다. 니콜라는 수소 1회 충전으로 1920㎞를 갈 수 있는 수소 연료전지 트럭(FCEV)을 생산하겠다는 발표로 주목받은 스타트업이다. 나스닥 상장과 함께 한때 포드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정도로 주목받았다.

니콜라는 지난 9월 핵심 기술에 대한 실체가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창업자 밀턴 트레버가 지난 9월 회사를 떠났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니콜라 지분을 취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양사가 함께 만들기로 한 픽업트럭 ‘배저’ 생산 계획도 무산되며 이에 투자한 한화그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로 인해 김동관 사장의 수소 전략이 첫 단추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룹 사업 구도를 태양광과 수소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에는 당시 투자된 1억달러의 비중도 컸기 때문이다.

투자 자금을 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전력을 공급하고, 운영하는 등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한화솔루션도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모듈 등을 공급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현재로서는 이런 계획들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호재가 악재로 변화했지만, 김동관 사장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기존 핵심 사업들의 실적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화그룹 포트폴리오의 핵심인 태양광과 석유화학 부문 성과가 뛰어났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액은 6857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3783억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내년에는 미국 내 태양광 모듈 판매 1위인 한화솔루션의 성장세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귀재’라는 소리를 들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니콜라 투자가 여전히 비용 대비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니콜라 사기 의혹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여전히 고수익을 유지 중이다. 김동관 사장 주도로 지난 2018년 11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5000만달러씩 1억달러를 투자했을 때 주당 가격이 4.5달러였기 때문이다. 매입한 주식 수가 2213만주로 지난 4일 기준 주가로 계산하면 4억1781만달러다. 여전히 4배가 넘는 수익이다.

증권투자업계에서는 니콜라 사기 의혹이 한화그룹이 투자를 철회할 정도로 리스크가 큰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미래 경쟁력과 니콜라를 깊게 연관짓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동관 사장이 있는 한화솔루션의 주가 상승은 니콜라보다는 ‘태양광’ 기대감의 영향을 더 깊게 받았다고 평가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니콜라가 의혹이 있지만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기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나중에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며 “니콜라와 상관없이 한화가 수소 관련 비즈니스를 집중적으로 할 거라서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은 “니콜라 투자의 경우 주가 상승의 단기 이슈였고, 한화솔루션 주가 상승은 태양광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니콜라가 한화솔루션 주가의 결정적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한화]

실제 한화솔루션은 니콜라 사기 의혹이 불거진 지 2달이나 지난 11월 10일 52주 신고가인 5만4000원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치인 지난 3월 20일 9370원의 주가와 7일 종가 기준인 4만6700원과 비교하면 5배 가까운 차이인데, 니콜라 이슈 하나만으로 주가가 오르긴 어려웠다는 분석이 타당하다. 니콜라 이슈가 한창이던 6월 중순과 9월 중순 사이 큰 폭의 상승이 있었던 것 맞지만, 사기 의혹이 불거진 뒤로도 조정과 상승이 번갈아 반복되는 추세다.

한화솔루션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한 투자자 역시 니콜라에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 A씨는 “사실 니콜라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다”며 “미래의 필수 에너지원인 태양광에 투자하려는데 대기업인 한화솔루션이 두각을 나타냈고, 승계와 관련 있는 김동관 사장이 어떻게든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투자 이유를 전했다.

니콜라에 5000만달러를 투자한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니콜라와 관련해서는 입장이 정해진 것도 없고, 따로 매각을 한다는 등의 계획이나 검토는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 역시 “니콜라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직접 투자한 게 아니라서 따로 말씀드릴 게 없고, 수소 전략은 니콜라와 상관 없이 중장기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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