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③] 방향 맞지만 독과점·재무부담 등 합병 부정적 요소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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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③] 방향 맞지만 독과점·재무부담 등 합병 부정적 요소도 가득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1.13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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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항공사 탄생… 독과점 문제 돌파할까
말 아끼는 공정위… 대형항공사 세계적 추세라는 의견도 있어
아시아나항공 대규모 부채도 부담… 산은이 돕더라도 수조원 감당해야

대한항공과 아시아사항공이 합쳐지면 매출 20조원의 대형 국적항공사가 되지만 덩치가 커졌을 때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 1, 2위 기업의 결합으로 독과점 체제가 갖춰져 공정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짊어져야 할 재무부담도 걸림돌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외국의 경우 대부분 단일항공사로 글로벌 비즈니스가 되는 추세라서 독과점이 문제될 건 없다”며 “국내시장 규모가 8%도 안 되는데, 국제 산업경쟁력 높이기 위해서는 합병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합병을 위해 건너야 할 관문 중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승인이다. 공정위는 독과점을 형성할 수 있는 경쟁 제한적 기업 결합을 막기 위해 기업결합 신고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고회사와 상대회사의 자산 총액이나 매출액이 각각 3000억원 이상,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독과점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양사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50%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양사의 국내여객 숭객 점유율은 43.5%, 국제 여객은 38.9%다. 국제화물 수송 점유율은 68.4%에 달한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국내선의 경우 점유율이 60%를 넘게 된다.

거대 항공사 탄생으로 독과점 상태가 디면 공정 경쟁 저하로 인한 가격 상승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을 심사할 공정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공정위에서는 아직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회사 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회사 결합이 문제될 수 있다는 얘기를 공정위에서 한 것으로 보도했던데, 그런 입장이 나간 적이 없어 해명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산업이 기간산업인데다 내수시장 비중이 8% 정도밖에 안되고, 산업은행이 나서서 추진하는 딜인 만큼 공정위가 독과점 문제로 제동을 걸 가능성은 일단 희박해 보인다. 더욱이 대형 항공사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독과점이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2000년대 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등 글로벌 항공업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4년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의 네덜란드 항공사 KLM 인수, 2009년 브리티시항공(BA)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영국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 등이 대표 사례다. 미국 역시 지금의 3대 대형 항공사인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항공이 2000년대에인수·합병을 통해 생겨났다.

다만 인수 이후 사실상 국내 항공업을 통합 대한항공이 독점하게 되면서 발생할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에도 양사의 합병으로 압도적 내수시장 점유율을 확보했고, 이는 자동차 가격의 점진적 상승을 불렀다. 양사 합병으로 건전한 경쟁이 사라지고, 표 값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외 기업결합 심사도 변수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도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지난 1월부터 공정위를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엽업 중인 미국과 중국, 터키,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인수 선행조건 중 일부인 기업결합승인 심사가 진행돼 7월에 마무리됐다. 대한항공 역시 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합병의 또 다른 걸림돌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기준 부채 비율이 2291%에 달한다.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률 역시 56% 정도다. 당장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정상화를 위해 자금 수조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재무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1099%로 유동 부채만 8조 8993억원이다. 실적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화물 영업에 의존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3분기에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7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약 50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4분기에는 적자전환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산업은행이 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양사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비용을 대한항공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급휴직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직원들에게는 불안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몇 년 동안은 법적인 부분이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고용살리기 정책을 내세운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은 어려울 거라고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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