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①] 인수는 '기정 사실'...조원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까?
상태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①] 인수는 '기정 사실'...조원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까?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1.13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인수 추진...16일 산업경쟁력 장관회의에서 결정될 듯, 이해관계자 줄줄이 소집
3자 연합도 어쩌지 못할 것...조원태 회장에게 단기적으로는 호재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 경영간섭 안고 가야 하는 부담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거의 결정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 월요일인 16일 오전에 산업경쟁력 장관회의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진그룹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소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 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기재부와 청와대 보고까지 끝났고, 이 방향으로 가는 게 확정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당사자인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확답을 피하고 있다. 최종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가 통화에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공식적인 회사 입장이 마련되지 않아 밝힐 수 있는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하고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한진그룹 부담을 산업은행이 대신 덜어주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긴 방식과 유사하다. 

산업은행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처분을 놓고 고심하던 산업은행은 결국 대한항공을 선택했다. 과거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SK, 한화, GS 등 여러 기업들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고, 이 중엔 대한항공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에는 고 조양호 회장 별세 후 집안 일가의 싸움이 한창인 때여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먼 얘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상황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추진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항공업은 승객수요가 매년 10%씩 성장하는 산업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다른 업체들이 항공업 진출에 군침을 흘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항공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게 됐다.

항공이 고성장 산업이라는 인식은 굉장히 리스크가 큰 산업으로 바뀌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발을 뺐듯이 항공업에 관심을 두던 업체들이 사라져버렸다. 이러다보니 남은 것이 같은 업종인 대한항공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원래 항공업은 환율, 유가 등 외부 변수로 인한 리스크가 큰 산업인데 계속되는 여행업 호황으로 항공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매우 좋아졌지만 코로나19 이후 180도 바뀌었다"며 "항공업이 함부로 진출하다가는 쪽빡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공포심이 생기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업체가 사라져 버렸고, 결국 대한항공만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사실상 거의 결정된 사안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3자 연합도 어쩌지 못할 것...조원태 회장에게는 단기 호재, 장기로는 정부 경영간섭 심해질 수도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일각에서는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당장 한진칼 최대주주인 3자연합의 반발을 딛고 유상증자에 성공해야 한다.

현재 3자연합은 대한항공 최대주주로 4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은 43.8%다.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후 3자 연합은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산업은행은 조 회장 편이다. 단순히 바라보면 3자 연합은 경영권을 뺏기 위해 산은이 유상증자로 3대 주주에 올라서는 상황을 막아야하는 처지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나서서 추진 중인 건인 만큼 3자연합이 이번 인수 건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는다. 

또 3자 연합은 KCGI라는 사모펀드가 속해 있는 만큼 시장에서 좋은 가치를 받을 때 매각하는 것이 목표인 투자자 성격이 짙다.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건을 막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번 딜이 조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히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산은의 개입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조 회장에게 좋지 많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산은이 딜을 통해 20%든 30%든 지분을 얻게 되면 그만큼 경영에 간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한항공 조회장 일가를 경영리스크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른바 '견제 장치' 역할을 정부가 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조원태 회장이 편하겠지만 정부 지분이 들어오게 되면 조 회장에게는 장기적으로' 견제가 들어오게 돼 마음대로 경영하기가 힘든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